[한경 머니=구상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l 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누구나 선망하는 자동차가 있다. 드림카 중 드림카, 롤스로이스의 라인업을 소개한다.
(사진) 2020년 새로이 등장한 2세대 롤스로이스 고스트.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고스트 세단의 2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무릇 모든 제품은 목표 소비자가 있고, 그 소비자 집단에게 어필해서 성공적인 판매를 달성하는 목표를 가진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차를 ‘드림카’로 생각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롤스로이스를 드림카로 생각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5천만 인구 중에 몇 백 명 내외 정도일지 모른다. 그럼 대략 10만 분의 1 이하일 텐데, 백분율로 따지면 0.0001% 이하다. 즉, 99.999% 이상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드림카로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 이쯤 되면 그냥 드림카가 아니라 ‘대기권 밖에 있는 드림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롤스로이스는 바로 그런 브랜드다.
(사진) 컨버터블 차체의 롤스로이스 던.
울트라 럭셔리 롤스로이스 모델들
그런 울트라 럭셔리 롤스로이스의 모델 라인업은 오늘 살펴보는 고스트(Ghost) 세단 이외에도 레이스(Wraith) 쿠페, 던(Dawn) 컨버터블, 플래그십 팬텀(Phantom) 세단, 그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컬리넌(Cullinan)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롤스로이스의 모델 라인업 중에서 4도어 세단은 팬텀과 고스트 두 종류이지만, 같은 세단이라도 이들은 성격이 약간 다르다. 팬텀은 수행 기사를 따로 두고 뒷좌석에 오너가 타는 이른바 ‘쇼퍼 드리븐 카(chauffeur driven car)’, 문자 그대로 수행 기사가 모는 차이고, 고스트는 좀 더 운전자 중심의 성격이 강조된, 즉 소유자가 직접 운전할 수도 있는 콘셉트를 가진 모델이다.
그런 맥락에서 고스트의 측면 이미지를 보면 C필러가 날렵하게 누운 이미지로 팬텀에 비해 뒷좌석의 비중을 많이 두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고스트에 뒷좌석은 매우 넓고 호화롭다. 이런 오너 지향의 특징은 새로운 2세대 고스트는 물론이고 10년 전에 등장했던 1세대 고스트에서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래서 롤스로이스의 플래그십 세단 팬텀의 측면 이미지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팬텀은 뒷문의 길이도 더 길고 쿼터글라스와 C필러가 더 넓고 굵다. 즉, 뒷좌석의 거주성을 최대로 높인 차체 비례를 보여 주는 것이다.
물론 이들 팬텀과 고스트, 레이스와 던 등의 차종은 모두 동일하게 코치 도어(coach door) 구조로 B필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열리는 형식의 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뒷좌석에 앉아 있다면 문을 펼치듯 열고 탑승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대로 걸어 나오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이런 형식은 마차의 캐빈 구조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진) 1.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별빛 조명의 천장. 2. 센터페시아와 콘솔이 육중하다. 3. 나뭇결이 살아 있는 고스트의 우드 트림. 4. 원형 환기구와 원형 노브들은 클래식한 인상이다. 5. 고스트의 뒷좌석용 모니터와 테이블. 6. 고스트 로고가 새겨진 메탈 스커프 패널.
고스트의 전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롤스로이스 특유의 파르테논 신전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그런데 팬텀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높이를 강조한 비례이지만, 고스트의 그릴은 폭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릴 자체도 높지 않고 그릴의 윗부분, 즉 파르테논 신전에서 기둥 윗부분의 지붕 전면 구조물인 박공(pediment)의 삼각형 구조물의 이미지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다. 슬림 비례를 강조하려는 이유일 것이다.
헤드램프 역시 슬림 비례다. 그리고 앞 범퍼를 에어 댐과 완전히 분리시킨 이미지로 만들어서 무거운 인상을 줄이려고 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범퍼 양끝을 차체 모서리로 연결시키지 않고 마치 날개처럼 끊어 놓았다. 그렇게 처리함으로써 전면부가 무거워 보이지 않는 효과를 내고 있다. 아무래도 오너가 직접 운전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차량에 좀 더 스포티하고 경쾌한 이미지를 주려고 한 것 같다.
스포티한 이미지는 크게 경사진 C필러와 삼각형에 가까운 쿼터 글라스에서도 나타난다. 측면에서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또 다른 요소는 엄청난 크기의 휠이다. 거의 차체를 압도하는 크기의 휠은 역동적인 인상을 강조한다.
실내로 오면 그야말로 롤스로이스의 품질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롤스로이스의 실내에서 가죽으로 보이는 부분은 모두 천연 가죽이고, 금속으로 보이는 부품 역시 모두 리얼 메탈이다. 나무는 말할 나위 없음이다. 대부분의 양산차는 고급 승용차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원가와 차량 중량 등의 문제 때문에 진짜 금속 대신에 플라스틱에 도금을 해서 금속 효과를 내거나 나뭇결이 인쇄된 필름으로 나무 효과를 낼 수밖에 없지만, 롤스로이스는 원가나 중량에 대한 걱정(?) 없이 만들 수 있는, 그야말로 울트라 럭셔리 자동차다.
실제로 양산차들은 부품 단가가 몇 백 원 올라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하지만(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롤스로이스는 비용과 상관없이 일단 가장 좋게 만들고 난 뒤에 판매가격을 정하는 식으로 개발할지 모른다. 단 몇 백 원 아끼려고 차의 품질이나 성능을 타협하지는 않는 것이 울트라 럭셔리의 모습일 것이다. 적어도 롤스로이스는.
아무튼 그렇게 돈을 아끼지 않은(?) 실내에서 가장 황홀한 인상을 주는 건 단연코 별빛 조명의 천장이다. 이건 수작업으로 별빛 하나하나를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심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별빛 하나당 일일이 사람의 손길이 간 것이다. 놀랍게도. 신형 고스트는 별빛에 더해 혜성이 지나가는 효과도 더해져 있다. 소개 영상을 보면 천장에서 유성이 휙 지나가는 조명 효과도 연출되는 게 보이기도 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운전석 클러스터 하우징을 덮는 비너클 라인(binnacle line)의 높이보다 약간 낮은 높이로 처리해서 전반적으로 개방감보다는 실내를 아늑한 이미지로 만드는 데에 더 중점을 둔 모습이다. 도어트림 패널 역시 유리창이 시작되는 벨트 라인(belt line)이 높아서 개방감보다는 실내의 아늑함을 더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아무리 오너 중심의 차량이라고 해도 뒷좌석의 호화로움은 롤스로이스만의 특징일 것이다. 그런 특징을 보여 주는 대형 모니터와 테이블이 장비돼 있다. 그리고 문을 열면 눈에 띄는, 고스트의 로고가 새겨진 금속제 도어 스커프 패널(door scuff panel)은 실내의 고급 질감을 문지방에서조차 보여 준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실내 질감은 나뭇결이 살아 있는 패널에서 강렬하게 피부로 와 닿는다. 물론 최근에는 이처럼 나뭇결을 강조하는 소위 오픈 포어(open pore) 공법의 우드 트림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긴 하지만, 다른 브랜드보다 두터운 목재가 사용되는 롤스로이스 목재 트림은 리얼 그 자체다.
차체 외부로 다시 눈을 돌리면 테일 램프의 형태가 뾰족한 눈매를 연상시키는 이형(異形) 램프로 돼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세부적인 형태 요소들 또한 오너가 직접 모는 개성 있는 이미지를 암시하는 디자인 요소라고 할 것이다.
대기권 밖의 드림카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급 브랜드의 자동차 롤스로이스는 자동차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디자이너, 엔지니어 모두에게 비용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으면서 가장 이상적인 품질과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동차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차를 타는 사람이나 운전하는 사람 역시 그런 궁극의 품질을 느끼게 해주는 자동차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정말로 ‘대기권 밖에 존재하는 드림카’인지도 모른다.
구상 교수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이른바 자동차디자인 교수로 유명하다. 기아자동차 미국 디자인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2007년 자동차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대한 논문으로 서울대 공업디자인에서 1호 박사학위 수여자가 됐다. <스케치&렌더링 스튜디오>. <자동차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비밀> 등을 썼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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