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서범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도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한경 머니는 언택트 시대, 더 주목해야 할 기업을 연재한다. 이번 언택트 리더는 비대면 시대 거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수주 전문 컨설팅사 쉬플리코리아다.
“쉬플리코리아의 가치요? 수주 경쟁에서 실패하면 알게 됩니다.”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업이 있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약 1000여 건의 컨설팅과 교육을 수행해 누적 수주율 90.7%, 누적 수주액 39조9000억 원을 달성한 쉬플리코리아다.
1972년 설립된 글로벌 제안 전문 컨설팅사인 쉬플리의 한국지사로 한미약품의 JP모건 컨퍼런스의 투자 유치 프레젠테이션(PT), 삼성SDS의 디자인센터, LG전자의 B2B 영업 프로세스 컨설팅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가 이 회사의 주요 작품이다.
수주 전문 컨설팅사 쉬플리코리아가 세일즈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성장을 예고하고 나섰다. 비대면 시대 향후 100조 원이 기대되는 블루오션 시장 CRM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다. 경쟁사는 세계 굴지의 CRM 솔루션사 세일즈포스닷컴이다.
세일즈 전략의 대가로 알려진 김용기 쉬플리코리아 대표이사는 세일즈포스에 대항하는 전략으로 ‘기업 간 동맹’을 그리고 있다. ‘수주 전문 업체+CRM 기업+플랫폼사’ 등 국내 기업의 합종연횡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를 만나 그가 그리는 이기는 전략에 대해 물었다.
-비대면 시대 주목받는 기업이 됐습니다. 피부로 느끼시나요.
“코로나19로 세일즈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면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제안서,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시각적 자료들이 중요해졌죠. 쉬플리코리아만 봐도 상반기 매출이 60%나 증가했습니다. 수주 컨설팅사의 매출만 늘었을까요. 국내 세일즈 환경은 더 좋아졌다고 봅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은 세일즈에서 엑스트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는 마치 영업의 본질이 ‘관계’인 것처럼 착시효과가 있었죠. 코로나19로 그 착시가 걷힌 겁니다. 영업의 본질은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제안을 하는가’죠. 그런데 이런 제안은 만나서 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대면 시대 세일즈의 전문성이 보다 중요해진 것입니다.”
-세일즈의 전문성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
“앞으로는 기술의 발전으로 대체될 수 있는 영업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업대표들은 대체 불가능한 포지셔닝으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고객에게서 연락오기 전에 상황과 니즈를 파악해서 먼저 제안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구상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세일즈 하면 20~30대조차 접대하는 장면을 흔히 떠올립니다. 세일즈에서 접대는 우리 솔루션이 차별화되지 않았음을 고백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쉬플리코리아는 설립 후 지난 13년간 세일즈의 본질을 흐리는 문화와 싸워 왔습니다. 이미 국내 기업의 대다수는 세일즈의 전문화에 대해 인식하고 있죠.
쉬플리코리아는 2019년 12월 기준으로 약 1000여 건의 컨설팅을 수행해 누적 수주율 90.7%, 누적 수주액 39조9000억여 원을 달성한 수주 전문 컨설팅사입니다. 세일즈 아웃소싱에 보수적이었던 기업들도 쉬플리코리아의 컨설팅을 받은 경쟁사에 지고 나면 비로소 수주 전문 컨설팅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죠.”
-최근 수주 컨설팅사에서 세일즈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를 예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쉬플리코리아의 정체성은 수주 컨설팅에 있었어요.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수주를 하기 위해서는 제안서를 잘 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영업 단계부터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객과 사업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조직과 공유해 전략을 미리 개발하고 대응하는 고객들의 결과는 늘 좋았습니다. 수주를 위해서는 세일즈 역량 강화는 필연적으로 붙더라고요. 이러한 맥락에서 CRM 사업도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효과적인 세일즈를 위한 CRM 솔루션만 있으면 세일즈의 전과 후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세일즈 토털 솔루션’이 될 수 있죠.”
-CRM은 국내에서 성장하지 못한 분야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한국 B2B 기업 중 고객관리를 위해 CRM을 실제 사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국내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의 도입률은 93.5%에 달하는 반면 CRM 도입은 49.5% 수준입니다. 이마저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개인고객을 관리하는 솔루션에 그치죠. 실상 기업고객 조직을 관리하는 CRM 솔루션은 국내에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비대면 영업환경에서 세일즈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비대면 영업에서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고객에게 접근하는 CRM 솔루션이 뒷받침돼야 하죠. 이는 실제 매출 증가로도 연결됩니다. 세일즈포스 내부조사에 따르면 CRM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 기업의 거래 성사율은 43%가, 수익은 37%가 늘어납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데이터이니, 재택근무가 본격화된 올해 더 폭증했을 겁니다.
이러한 기존 지표가 있음에도 국내에서 CRM 솔루션이 정착하지 못한 것은 단순히 숫자와 영업활동을 관리하는 도구로만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CRM 솔루션이 인공지능(AI)과 연결돼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위험한 사업이나 수익성이 없는 사업들은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느 고객이 더 중요한 고객인지 알 수 있게 해 전략적 세일즈도 가능해집니다. 기업이 세일즈에 예측 능력을 가지면 조직관리, 연구·개발(R&D), 공장 가동 등 모든 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B2B 기업들이 간과해 왔던 CRM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죠.”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나요.
“최근 이 CRM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현재 CRM 솔루션을 가진 1위 기업은 미국의 세일즈포스닷컴입니다. 이 회사가 지난해 매출 20조 원을 올렸는데, 2025년이면 40조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비대면 세일즈가 확대되면서 오는 2025년 글로벌 CRM 시장은 100조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국 시장이 100분의 1의 규모라 해도 향후 10년 안에 약 1조~2조 원대 시장규모가 형성되는 겁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만일 유럽과 미국 시장까지 도전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블루오션이 눈앞에 있는 겁니다. 기회가 왔는데 승부수를 걸 만한 국내 솔루션이 아직은 없습니다. 그래서 쉬플리코리아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겁니다.”
-쉬플리코리아의 승부수는 무엇인가요.
“이미 시장을 장악한 굴지의 세일즈포스를 어떻게 이길 것이냐고 물어보면 사실 어렵죠. 쉬플리코리아는 거대한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원팀’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큰 뜻을 위해 각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뭉치는 겁니다.
수주 컨설팅과 영업 교육에 강한 쉬플리코리아, 기존의 CRM 솔루션 업체, 그리고 솔루션의 통합과 호환을 맡아 줄 플랫폼사가 그 대상입니다.
3사가 결합하면 세일즈포스에 대항할 만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어요.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에서만 바라볼 문제도 아닙니다. 향후 세일즈포스가 한국 시장을 장악했을 때 데이터 자주권 문제가 발발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데이터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세일즈포스에 대적할 만한 ‘K솔루션’이 필요합니다.”
-원팀, 승산이 있나요.
“원팀이 제공할 ‘세일즈 토털 솔루션’은 세일즈포스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고객사에 더 탁월한 가치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죠. 쉬플리코리아가 그리는 CRM을 통해 원팀은 앞으로 3~5년 내 국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이후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합니다.
글로벌 진출에는 문화적 환경도 중요합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원팀은 세일즈포스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미국, 유럽과 아시아 세일즈 문화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솔루션의 승산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쉬플리코리아와 함께 단순히 이익을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서 보다 큰 가치를 공유할 기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용기 대표는…
현 쉬플리코리아 대표로 제안 성공률 90.7%, 누적 수주금액 39조 원을 이룬 국내 최고 수주 컨설팅 전문가다. 1972년 미국에서 설립된 재안 전문 컨설팅 회사 쉬플리의 한국지사를 설립한 지사장으로, 총 300회 이상의 기업 강의, 200회 이상의 프로젝트 PM·PD 경력을 지녔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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