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곳곳 통증, 다발성경화증 의심해야

[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서양에서 많이 발병하는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국내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는 약 250만 명이며 우리나라는 약 2000명으로 추산된다. 다발성경화증은 오진이 많아 제대로 된 진단이 중요하다.

스페인 영화 <100m>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인 라몬 아로요가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 영화에서 의사는 진단을 받은 주인공에게 1년 후면 100m 걷기도 힘들어질 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다양한 질환으로 오진 많아

다발성경화증은 대뇌, 소뇌, 척수 및 시신경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중추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섬유의 구성물질인 수초를 공격한다. 수초 손상은 곧 뇌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지는 신경자극의 전달에 방해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온몸 곳곳에서 다발적인 신경통증과 마비로 이어진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발병률이 높고 20~40세 사이 젊은 연령층에서 쉽게 관찰된다.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면역체계의 이상 기능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초기에는 시각을 담당하는 신경인 시신경 혹은 척수(등골)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신경염은 주로 한쪽 눈의 통증과 함께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보이는 중심시야 장애, 시각 감퇴, 색감의 장애 등 시각 장애가 발생한다. 심한 경우에는 실명까지 일으킬 수 있다.
척수염 증상이 나타나므로 허리 혹은 목디스크와 같은 척추질환으로 오진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척수염은 염증이 발현된 척수의 부위에 따라 양다리 혹은 양팔까지 침범한 운동 마비나 감각 이상, 배뇨·배변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20~40대 젊은 연령의 경우 갑작스런 안구의 통증이 동반된 시력 장애 혹은 양다리나 팔의 감각 장애와 근력 저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다발성경화증의 전조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시신경염과 척수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외에도 침범하는 중추신경계의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여러 가지 다른 뇌질환에서 볼 수 있는 증상들이 뇌의 각 부분의 기능에 따라 물체가 이중으로 보임, 어지럼증, 팔이나 다리에 힘 빠짐, 언어 장애, 판단력 장애, 기억력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심지어는 뇌종양 등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있다.


MRI, 뇌척수액 검사 필수
다발성경화증은 다양한 질환으로 오진되므로 진단이 중요하다. 필수적인 검사는 자기공명영상(MRI)이다. 증상에 따라 의심되는 부위의 촬영을 우선적으로 한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염증 반응이 있을 수 있으므로 뇌뿐만 아니라 척수 전체를 검사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검사는 뇌척수액 검사다. 허리 부위에서 가는 바늘을 가지고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을 뽑아 신경계의 염증이 어떤 형태인지, 신경 수초를 손상시키는 다른 원인들이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 뇌척수액 검사는 다발성경화증과 혼동될 수 있는 중증 감염성 질환 및 자가면역 질환들과 감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외에도 뇌유발전위 검사를 한다. 시신경이나 척수의 병변이 과거에 경하게 앓고 지나갔거나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발병 후 회복됐을 가능성도 있다.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발생 부위에 손상의 흔적이 있는지 찾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 과정을 거쳐도 확진이 되지 않고 다발성경화증 의증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오랜 기간 병의 경과 과정을 담당주치의와 상의하며 주의 깊게 관찰해야 제대로 된 진단이 가능하다.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면 정상 생활 가능
다발성경화증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지만 재발 빈도나 정도를 낮춰 최대한 장애가 남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다발성 경화증이 진행되는 양상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임상독립증후군(한 번 증상이 나타난 뒤 다음 번 재발 전까지의 상태를 지칭하는 것) △재발완화반복형(증상이 좋아졌다 악화됐다를 반복하는 것) △일차진행형(첫 증상 뒤 증상이 계속 악화되는 것) △이차진행형(첫 증상 이후 재발, 완화가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해서 악화되는 것)이다.


주로 급성기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염증 반응을 억제시킨다. 급성기 치료 이후에는 재발의 빈도를 줄이기 위한 인터페론 주사 요법을 시행한다. 질병 초기부터 재발을 줄일 수 있는 치료를 하는 것이 향후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의 정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이 질환은 어떻게 하면 초기에 진단하느냐에 맞추어져 있다.
실제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완치는 안 되더라도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일상생활에서 큰 문제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이 다발성경화증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 비만, 야간 근무, 도시화 등 환경 변화가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면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장기간의 실내 생활로 비타민D가 결핍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하루 20~30분가량 햇볕을 쬐고 패스트푸드 섭취, 운동 부족으로 인한 소아 비만, 야간 근무 및 학업 등 위험 인자들을 피하도록 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