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환경서 더 주목받는 중국 채권

[한경 머니 기고=최정선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과장]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 국제, 그리고 정보기술(IT)까지 전 영역을 통틀어서 엄청나다. 지구촌이라 불리던 시절이 무색하게 각국은 국경을 걸어 잠갔고, ‘하늘 위의 호텔’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인기가 높았던 초대형 여객기는 운행을 중단했다. 대신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 접촉, 닿음이라는 뜻을 지닌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의미가 담긴 접두사 언(un-)을 합성해 비대면 사회를 대표하는 단어로 부상했다.


자산 배분 통념을 무너뜨린 코로나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들의 자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한 달 만에 33% 하락하며 1987년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경험했다. 문제는 채권가격도 함께 하락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식과 채권은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두 자산을 혼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변동성을 줄이면서도 위험 조정 수익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올웨더 포트폴리오1’,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가 고안한 것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된 전략 역시 지난 3월 하락장에서는 높은 방어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반면 3월 저점 이후 8월까지 글로벌 주식이 급등한 덕에 주식에 100% 투자한 투자자들은 지난 손실을 모두 회복했으나, 주식과 채권을 고르게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상승장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


더불어 내년에도 주식과 채권시장 전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 역시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 고민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저금리’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소 2023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채권시장 내 자본 차익 기회가 더욱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선진국 국채의 약 4분의 1이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있어 과거 대비 변동성을 방어하는 능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저금리 환경은 보다 높은 금리에 대한 수요(hunting for yield)를 확대시켰다. 금리가 낮아졌다는 것은 무위험자산에 투자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의 수요가 탄탄하게 뒷받침되는 가운데 백신 개발,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 내년 기업이익의 두 자릿수 상승 전환 등 다양한 동인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변동성 환경서 더 주목받는 중국 채권

#1. 자산배분 무용론? No
이에 일각에서는 소위 주식에 몰빵해야 한다는 자산 배분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쯤에서 투자자들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첫째 질문은 ‘자산 배분을 그만두어야 하는가?’다. 그렇지 않다. 리서치기관들이 잇따라 주식시장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고, 필자 역시도 주식이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코로나19와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고, 주식시장이 상승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변동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로 ‘팻테일(fat-tail) 리스크’가 커졌다고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 증가함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됐음을 통계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변동성 환경서 더 주목받는 중국 채권
예를 들어 당장 11월 예정돼 있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중 어떤 후보가 당선될까에 앞서, 올해 내에 미 대선을 결판 지을 수 있을지도 의문인 점이 그 반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지난 4년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이것 이상으로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따라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우리의 수익을 일정 부분 지켜줄 수 있는 안전판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 불확실성 속 더욱 강해지는 안티프래질 자산
그렇다면 어떤 자산들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안전판이 돼 줄 수 있는가. 안타깝게도 절대적인 안전자산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은 ‘상관계수가 낮은 자산들’ 간의 결합이다. 해리 마코위츠라는 경제학자는 이러한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역(-)의 움직임을 보인다고 믿어져 왔던 주식과 채권 간 상관관계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그 대안 자산을 찾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상한 것으로 유명해진 책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안티프래질(anti-fragile)이라는 단어를 고안해 냈다.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 취약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fragile에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어 anti-를 합성한 것으로,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 성질을 가리킨다.


탈레브는 그의 저서 <안티프래질>에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 여섯 달린 뱀, 히드라를 예시로 들고 있다. 히드라는 머리 하나가 잘리게 되면 그 자리에서 머리 두 개가 나오면서 더욱 강력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히드라의 모습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시장 변동성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당시 정부의 정책 대응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대부분 자산이 급락하자,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대규모의 시장 안정책 및 부양책을 동원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동성 진화에 나섰다. 이 덕분에 정부 지원책에 수혜를 입은 자산들과 그렇지 않은 자산들 간의 회복 속도가 큰 차이를 보였다.


안티프래질 자산, 그중에서도 중국 채권에 주목
따라서 필자는 변동성 환경에서 더욱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안티프래질 자산으로 ‘정부의 정책 지원 민감도가 높은 자산’을 제시한다. 9월 말을 기준으로, 3월 변동성 장에서 입은 손실을 모두 만회하고도 초과 수익을 기록한 자산은 크게 네 가지다. 글로벌 IT 주식, 신·재생에너지 주식, 금광 주식, 그리고 중국 자산이다. 이들 모두 각국 정부의 재정부양책과 중앙은행, 특히 Fed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과 같은 정책에 수혜를 입었다. 그중에서도 정부 정책에 따른 수혜가 가장 강하고 지속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자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국가 시스템상 정책 리스크가 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 내 일인자로 꼽히는 시진핑은 국가주석인 동시에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서기이자, 군부의 수장으로 견고한 리더십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정책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도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고 강력한 이동 제한 조치를 단행했고, 그 덕분에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할 수 있었다.


이제 중국 정부의 초점은 안정적이면서도 꾸준한 경제 성장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향후 5년간 국가의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5중 전회를 앞두고, ‘쌍순환 전략’을 등장시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쌍순환 전략의 핵심은 내수 위주의 자립 경제를 구축하는 한편, 전략 산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고용과 투자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중국 자산의 펀더멘털 매력을 높이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중국 자산 내에서도 중국 채권의 견조한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포트폴리오 이론의 핵심은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들의 결합이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Fed는 경기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했을 뿐만 아니라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을 단행했다. 이에 103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던 달러화 가치가 현재 93포인트 수준까지 하락했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이 당분간 이 같은 유동성 완화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 달러화 및 미 국채의 헤지 기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산 배분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내 미 달러 유동성과 상대적으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 비중을 확보해야 하는데, 중국 위안화 채권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주요국 대비 높은 금리 역시 안티프래질 자산으로서 중국 채권의 매력을 높인다. ‘인컴’은 변동성 환경을 견디는 체력에 비견되기도 한다.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는 구간에서도 일정 수준의 이자, 즉 인컴을 꾸준히 수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진국 국채 금리가 제로, 심하게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아진 데 비해 중국 국채 금리는 연초와 유사한 3% 초반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최근 중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 및 시장 접근성 확대를 반영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러셀이 글로벌 국채지수 내 중국 국채 편입을 결정한 점도 긍정적이다. 이로써 글로벌 3대 채권 지수 모두에 중국 국채가 편입되게 됐고, 이는 견조한 역내 수요에 더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시킬 수 있다. 즉, 중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 및 중국 채권의 금리 매력, 미 Fed의 통화 완화 기조 등을 고려할 시 향후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중국 채권 자산이 높은 하방 방어력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내 새로운 자산 배분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다는 판단이다.

변동성 환경서 더 주목받는 중국 채권
중국 채권, 자산 배분의 수단으로 활용
모든 새로운 강세장이 그러하듯이 이번에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자산 배분 무용론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가득한 이야기들 뒤에서는 변동성이 재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수정구슬을 통해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따라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의 수익률을 일정 부분 지켜줄 수 있는 안전판을 꼭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주식 비중이 큰 투자자, 또는 미 국채, 달러화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 외에 변동성을 방어해 줄 수 있는 자산을 찾고 있는 투자자라면 자산 배분의 수단으로 중국 채권을 활용해 보는 것을 제안하는 바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