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레트로와 트로트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 대한민국의 신중년은 소비 트렌드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부양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낀 세대’라는 점에서 그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조창완 작가가 그의 저서 <신중년이 온다>에서 ‘바람의 언덕에 선 세대’로 표현한 중년은 그 누구보다 응원이 절실한 세대다.
올 들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대 초반)’는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는 물론 경제까지 사실상 모든 분야의 사회적 담론을 흡수한 세대라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정치권은 물론 기업들은 너도나도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그들의 생각과 생활 양태를 분석하는 데 여념 없는 한 해를 보냈고, 밀레니얼 세대 역시 각 분야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여 나가고 있다.
반면 베이비부머가 주축인 중년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로, 정치·사회적 담론에서의 괴리와 함께 ‘꼰대’와 같은 권위주의적 상사의 전형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창완 작가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성(性) 대결을 비롯해 이념, 세대 간 갈등으로 치닫는 시대에서 100만 세대는 더욱더 외로워졌다”며 “100만 세대는 소위 말하는 ‘패싱’처럼 그냥 건너뛰거나 지나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100만 세대’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6년생)인 860만여 명을 일컫는 말로, 한 해 출생아 수가 100만에 육박하는 세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100만 세대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그렇다고 1차 베이비붐, 밀레니얼 등 다른 세대와 변별력을 갖고 따지자는 평면적 논쟁은 아니다”라며 “세대 간 허리에 해당하는 100만 세대가 자기 존재감과 철학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며 생산력을 가지면 위아래 세대도 충분히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조 작가와의 일문일답.
‘중년 세대가 바로 서야 나라가 제대로 산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전 세계는 미·중 갈등,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인구구조를 답습하는 급속한 노령화 국면에 있어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경제구조의 기본 바탕이 더 취약한 거죠. 이런 정치·경제적 환경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령대는 어디일까요. 바로 1955~1963년에 태어난 900만 명의 1차 베이비부머와 1968년부터 1976년 사이에 태어난 860만 명의 2차 베이비부머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이들의 성향에 따라 국가 전체의 사회·정치 지형도가 급변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이들이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으로 건강하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미래가 있겠지만, 만약 이들이 피폐해져 낙망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제가 앞으로 30년 이상 살아갈 2차 베이비부머에 집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사실 1차 베이비부머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 자산을 구축했지만, 2차 베이비부머는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자산을 모을 기회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보고 싶었죠.”
다양한 영역에서의 경험을 갖고 계십니다. 한국 사회에서 ‘중년’의 어려움도 직접 체감하셨을 것 같네요.
“저 역시 1969년생이니 중년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가는 나이입니다. 현시점에 중년에 접어들면 위로는 부모를 모셔야 하고, 아래로는 아이들 뒷바라지에 대한 부담이 커져 갑니다. 제 아이도 고등학교 3학년인데,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말을 직접 체감하고 있죠. 문제는 직장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시점도 이 기간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첫 번째 직장에서 떠났는데,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대라는 것을 직접 실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체적으로도 하나하나씩 고비를 맞는다는 말도 느끼고 있죠. 한국 사회의 중년 대부분은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은커녕, 30년 이상 남은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명확한 플랜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 것으로 판단됩니다. 말 그대로 ‘위기의 중년’인 셈이죠.”
한국 중년을 ‘바람의 언덕에 선 세대’로 규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선가요.
“그렇습니다. 개인적 경험담에서 나온 표현이기도 하죠. 중국 시장에서의 오랜 경험으로 귀국 후 2010년부터 중국 전문 공무원으로 일하게 됐는데, 2015년 당시 정부에 밉보여 갑작스럽게 공직을 떠나게 됐습니다. 이후 한 기업의 임원으로 활동하게 됐는데 이때 역시 ‘임시직원’이라는 말을 실감했죠. 무엇보다 ‘사드’나 ‘코로나’ 국면에서 대중국 사업을 한다는 점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비단 저만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쌓아 온 인맥과 몇몇 전문 분야가 있어 대응이 가능했지만, 오히려 평생 한 우물만 팠던 직장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겠죠. 더욱이 제조업 기반의 한국은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럴 때 자신을 지켜낼 ‘회복 탄력성’이 없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이런 극복 의지를 넘어 중년 세대가 한국 사회의 바람막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중년이 온다>를 집필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세대와 계층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중년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우리 사회의 중년은 화합의 아이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래 세대의 경우 중년 세대가 자신들의 기득권만 누리고 나눠 주지 않는다는 피해의식이 엿보이는데, 맞는 면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습니다. 세대별로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각자가 깨달았으면 합니다. 사실 젊은 세대가 중년들에게 의탁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일례로 코로나19로 인한 엄중한 상황에서도 중국 도시로 출장을 다니는 엔지니어가 있는데, 자신의 기술을 이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이런 분야는 어쩌면 우리 세대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거죠. 가까운 일본 역시 숙련된 장인들이 많았는데, 인구 노령화로 인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이 늘어 가고 있습니다. 계승할 만한 가치가 있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들은 세대 간 원활한 이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바람과 달리 젊은 세대들은 ‘중년=꼰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꼰대’는 권위주의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어른을 비하하는 말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힘을 빌려 아래 세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겠죠. 자신이 젊은 시절에 알던 룰이 지금도 통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바로 꼰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순간순간 이런 기질이 있는지 되묻곤 하죠. 얼마 전 퇴근 1시간 전쯤 메신저로 ‘치맥 번개’를 쳤더니, 한 명도 응답을 안 하더군요. 그런데도 상처받지 않을 정도라면 꼰대가 아닌 거겠죠. 다음 날 어떤 직원이 ‘과장님, 너무 오랜만에 번개를 받아 봐서 신선했어요’라는 말에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각 세대별 입장에 관한 소설이나 에세이들이 나오니, 관련 책을 읽어 보는 것도 권하고 싶네요. 제가 <신중년이 온다>를 쓴 것도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형성된 공감대와 영감 때문입니다. 다른 세대, 특히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꼰대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인생 2모작’은 모든 중년들에게 큰 숙제입니다. 실용적 자기계발에 대한 조언이 있으시다면.
“첫 직장 선배 중 한 명은 한때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나와 자신의 관련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일을 했는데, 공직자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전문적으로 개척했죠. 이후 관련 책을 내고, 관련 회사까지 차려 활동 중입니다. 올 들어 코로나19 위기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이 분야에서만큼은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죠. 즉, 인생 후반기를 위한 자기계발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토대로 응용적인 일을 만들어 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한 많은 중년들이 프랜차이즈를 통한 요식업에 진출하는데, 서비스업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작하면 말 그대로 백전백패죠.
특히 인생 후반기 개인의 발전은 자신이 가진 네트워크 능력과 비례합니다. 인맥이 성공을 담보해 주지는 않겠지만 기초가 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잘 활용해 볼 것을 권하고 싶네요.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능력을 발견해 낼 수 있고,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SNS가 내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망하다고 보는 중년의 일자리는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의 블루오션은 농업과 관광’이라는 짐 로저스의 분석에 100% 동의합니다. 그런데 두 분야는 그냥 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전략을 짜고, 실행해 나가야만 일반인들의 참여가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중국 지역의 대부분을 방문했는데, 약재는 물론 식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일자리는 노동보다는 그것을 이해하고 지켜보는 것이 핵심이죠. 지역 차원에서는 협동조합 등 공동체를 통해 사람을 알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공을 들이고 있고, 관련 지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제가 활동 중인 강원도 춘천 역시 읍면 단위로 가면 60세는 청춘입니다. 이런 곳에서 만드는 공동체나 마을 지원 사업 등은 무궁무진하죠. 제조업 기반의 기존 일자리보다는 농업이나 관광 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고민해 보길 제안하고 싶네요.”
동년배이자 이 시대 중년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2차 베이비부머든, 1차 베이비부머든 중년 세대가 우리 시대의 정치와 문화,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중년의 건강은 곧 나라의 건강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입니다. 지난 2012년 대선은 물론 올해 총선 결과도 50대의 표심과 일치했죠. 물론 이들 역시 60대, 70대로 바뀌겠지만 지금의 50대 표심이 향후 한국 정치를 좌우할 것입니다. 그만큼 이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거죠.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야 우리 사회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희망을 갖고 끊임없이 뭔가를 기획해 가길 권하고 싶네요.”
끝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향후 계획을 소개해 주신다면.
“이전과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다시 공직에 몸담게 됐습니다.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홍보나 소통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죠. 지금 시대는 무엇보다 플랫폼이 중요한 시대고, 지자체나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통찰력이 없다면 기획이나 플랫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겠죠. 따라서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획하며 고민을 해결해 나갈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20여 년을 중국 전문가로 지냈고, 이와 관련해 13권의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드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결실을 거두기 어렵게 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기회의 땅임은 분명합니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중국 수출을 통해서 나무를 키웠듯이,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저는 그게 관광이나 농업, 콘텐츠 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일하는 지역에서도 대중국 교류나 투자 유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조창완 작가는…
미디어오늘 기자로 일하다가 1999년부터 중국 전문가로서 언론, 비즈니스, 한·중 교류 분야에서 활동했다. 2008년에 귀국 후 외래교수(한신대), 중국 전문 공무원(새만금개발청), 편집장(차이나리뷰), 기업 임원(보성그룹) 등으로 일했고, 지금은 춘천시 시민소통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자본시장연구회(사단법인) 사업담당 부회장, 문화산업상생포럼(사단법인) 수석부의장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달콤한 중국> 등 13권의 중국 관련서와 <노마드 라이프>, <신중년이 온다>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6호(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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