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참고 도서 <굿즈 만들기 요럴 땐 요렇게>] 휴대전화 케이스부터 티셔츠, 달력, 심지어 가구까지.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나만의 굿즈 만들기’ 열풍이 일고 있다. 집콕족을 위한 취미 추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 돼 줄 나만의 굿즈 DIY.

일상의 행복 찾기 나만의 굿즈 DIY

최근 ‘나만의 굿즈(good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굿즈는 주로 ‘팬심’을 겨냥한 디자인 상품을 말하는데, 이전에는 연예인의 팬들을 위한 물건으로 굿즈가 한정됐다면 최근에는 직접 만든 나만의 굿즈로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나의 가족, 애인, 반려동물은 물론 나의 인생영화와 문학, 직접 그린 캐릭터, 심지어 끄적인 낙서까지도 나만의 굿즈로 재탄생시켜 독특한 개성을 뽐낼 수 있다.

MZ세대가 이끄는 1인용 굿즈 제작

굿즈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MZ(밀레니얼+Z)세대다.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하는 대상이나 관심사와 관련된 굿즈에 아낌없는 구매를 보이고 나에게 집중하는 소비 방식, 지금 내가 당장 만족할 수 있는 제품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 특성을 가진 MZ세대들이 굿즈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내가 덕질하는 대상이나 관심사와 관련된 굿즈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서 소유하기를 원한다. 또한 굿즈 제작 과정을 스토리로 공유하기도 한다.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나만의 굿즈를 얻는 제작 과정의 경험 역시 소비의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아니라고 해서 남 일처럼 여겨진다면 오산이다. 가게 명함과 스티커 같은 홍보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회사에서 행사 사은품 제작을 담당하게 됐을 때, 특별한 답례품을 제작하고 싶을 때에도 직접 만든 나만의 굿즈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든 찾아올 것이다.

스냅스의 굿즈 상품들. (사진 제공 = 스냅스)

나만의 굿즈 만들기를 희망하는 창작자가 늘면서 기업들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굿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전에는 최소 주문 수량이 있어서 소량 생산이 불가했다면, 최근에는 소량의 1인용 굿즈를 위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디지털 인쇄술의 발달로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 디자인 작업을 전혀 할 줄 몰라도, 굿즈 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커스텀 에디터 서비스를 지원하는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즉, 남녀노소 누구나 나만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를 맞춤형 인쇄(Print On Demand, POD) 시장이라고 한다. POD 시장은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2018년 기준 글로벌 시장이 88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엽서 및 스티커 등 종이뿐 아니라 티셔츠, 에코백 등 의류, 잡화부터 키링, 스마트폰 케이스, 컵 등 문구와 리빙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 주문할 수 있다.

국내 POD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온라인 사진 인화 업체들이다. 특히 스냅스는 주력인 사진 인화 서비스를 바탕으로 포토북, 슬로건, 스티커 등을 만들 수 있는 전문 굿즈 제작업체로 탈바꿈하며 최근에는 휴대전화 케이스와 그립톡, 키링 등 굿즈 종류를 확대하고 있다.

아예 POD를 통해 커스텀 굿즈 제작 전문으로 나선 기업들도 있다. 마플은 의류, 홈데코, 폰케이스, 액세서리 등 600여 가지가 넘는 커스터마이즈 상품 제작을 지원한다. 수만 개의 디자인, 캐릭터와 80여 가지 폰트 텍스트 추가, 이미지 패턴화 등 사용자가 직접 보면서 디자인할 수 있는 마플만의 커스텀 에디터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단 세 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디자인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POD 업체들은 대개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누구나 간편하게 DIY(Do It Yourself) 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들의 편의를 돕는다.


오프라인에 POD 매장을 연 기업도 있다. 브라더인터내셔널코리아(이하 브라더)는 옷감에 직접 인쇄가 가능한 프린터를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는 ‘브라더 디지털 의류출력 스튜디오’를 서울 마포구에 개장했다. 이 프린터는 사용자 스스로 디자인한 그림이나 문양을 잉크젯 방식으로 옷감에 직접 인쇄할 수 있다. 커스텀 티셔츠, 에코백, 모자, 신발, 액세서리 등 나만의 굿즈를 만들어 보고 싶은 소비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직접 디자인한 파일을 가져오면 즉석에서 커스텀 굿즈를 제작할 수 있고, 별도의 디자인 파일이 없어도 스튜디오에 마련된 디자인 풀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골라 바로 제작이 가능하다. 브라더 관계자는 “커스텀 굿즈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맞춤형 인쇄 시장은 창작자의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생산을 낳기도 한다. 개인이 직접 그린 그림, 일러스트, 손 글씨, 사진 등 창작물을 굿즈로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다. 선주문 후제작 시스템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받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 수익화가 가능해 인기가 좋다.



(사진) 최미지 윈터버드 대표의 베리베리뱁 브랜드를 활용한 굿즈.

내 굿즈로 돈 버는 시대

POD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POD 업체가 창작자들의 판로를 열어 주기도 한다. 커스텀 프린팅 플랫폼 마플은 최근 판매 기능을 더한 ‘마플샵’을 선보였다. 상품 판매를 위한 복잡한 머천다이징 절차 없이 디자인만으로 온라인에서 상품을 만들어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이다. 누구나 무비용, 무재고로 자신의 온라인 매장을 열어 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공식 브랜드 굿즈 판매자로서 활동할 수 있어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치 등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6000여 명의 크리에이터가 판매 신청을 했고, 3000여 명이 크리에이티브 셀러로 등록해 3만5000여 개의 굿즈가 판매되고 있다. 마플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매출 2800%를 기록했다. 이에 마플 측은 기존 미국,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등 17개국에서 유럽, 남미까지 총 91개 국가로 확장하며 ‘K굿즈’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굿즈 마켓 ‘위드굿즈’는 창작자가 작품을 등록한 후 이뤄지는 ‘제조, 공정, 출시, 상품 판매 채널, 배송’ 등 전 제작 과정을 전담한다. 창작자는 이미지만 올리고 정산 수수료 30%를 받는 구조다.

개인 굿즈 판매자가 늘면서 오프라인 판매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는 굿즈 판매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오프라인 행사다.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 전시회로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디자인, 캘리그라피, 타이포그라피 등 관련 분야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는 8개국에서 1163명의 아티스들이 참여, 8만4600여 명이 관람객으로 참여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창작자들은 부스 비용을 내고, 자신의 창작물을 대중에 소개하고 판로 개척도 할 수 있어 참여도가 높다.

창작자 개인이 직접 프린터 등 기기를 구매해 생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종이의 종류, 무게, 질감에 따라 인쇄 느낌과 색상이 달라질 수 있다 보니 기기를 직접 구매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인쇄기기 기업들도 다품종 소량 생산 트렌드와 맞춤형 개인화 열풍에 발맞춰 기기 개발 및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인쇄기기 업체인 리소코리아의 조의성 부사장은 “최근 개인화 트렌드가 강조되고, 맞춤 제작을 위한 프린팅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품종 소량 인쇄, 개인화된 맞춤형 인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사무기기 기업들은 전통적인 문서 인쇄 시장에서 시각을 옮겨 좀 더 다양한 범위에서 맞춤형 인쇄에 대한 기회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굿즈 제작 비법을 공유하는 창작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미지 윈터버드 대표는 굿즈 제작 노하우를 담은 전자책 <굿즈 제작의 모든 것>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는데, 목표금액 1390%를 달성하며 성공리에 펀딩이 진행 중이다. 취미교육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굿즈 제작 비법을 유료 강좌로 여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집콕 시대, 색다른 취미를 찾고 있었다면 굿즈 창작자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 나만의 굿즈를 만들어 소장하는 것은 물론 잘 만든 창작물의 경우 수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다.
창작 캐릭터 베리베리로 굿즈 사업에 성공한 최미지 윈터버드 대표는 “다수가 사용하는 브랜드, 명품과 달리 굿즈는 내가 만든 나만의 제품이란 점에서 개인을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 가장 잘 맞는 트렌드”라며 “자기만족으로 시작했다가 창작물이 대중의 호응을 얻을 경우 생각도 못한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최미지 대표와 그의 굿즈 작품들

‘굿즈 고수’ 최미지 윈터버드 대표의 꿀팁

‘굿즈 덕후’ 최미지 윈터버드 대표는 창작물 캐릭터 하나로 콘텐츠 기업을 열었다. 최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자신이 그린 캐릭터 굿즈들이 SNS로 입소문을 얻자 브랜드화에 나섰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베리베리뱁’이 그의 대표작인데, 스티커 그립톡 엽서 등 제작 굿즈만 20종이 넘는다. 충북콘텐츠코리아랩 킥스타트업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돼 현재 콘텐츠 기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굿즈 제작의 꿀팁을 소개한다.

① 반드시 소량으로 뽑아서 색감, 질을 확인하세요!
종이의 종류, 무게, 질감에 따라 인쇄 느낌은 매우 달라질 수 있어요.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소량으로 뽑아 사전에 확인하세요. 주문 가능한 용지를 모아 놓은 샘플 북을 사전에 제공하는 업체도 있으니, 샘플 북을 신청하는 것도 좋습니다.

② 제작업체마다 명시된 ‘사이즈’를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세요!
작업 사이즈, 재단 사이즈, 안전 사이즈를 확인하세요. 디자인의 일부가 잘려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작업물을 만들 때에는 반드시 여유를 두어야 합니다. 업체마다 사이즈가 다르므로 만들기 전 확인은 필수입니다.

③ 수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제품 선택에 신중하세요!
굿즈 품목마다 수익화에 한계가 있어요. 티셔츠 같은 의류 제품은 사이즈, 소재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립니다. 파우치와 같은 패브릭 제품은 사은품 이미지가 더해져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죠.

④ 창작자 생태계를 보호해 주세요!
창작자가 생산자가 되는 시대. 다품종 소량 제품의 경우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어요. 창작자의 콘텐츠에 대한 가치도 ‘비용’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답니다. 창작자들이 소비자 불만에 단가를 낮출 경우 창작자 생태계가 교란에 빠질 수 있어요.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면 더 좋은 굿즈들이 탄생할 거예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