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I 사진 카카오 제공] 카카오만큼 한국인의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이 또 있을까. 스마트폰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힘들 듯, 카카오가 사라진 모바일 생태계 역시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 성공 신화를 이끈 김범수 의장의 오너십이 주목받는 이유다.
카카오의 성장세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는 세평마저 크게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IPO) 흥행 광풍에서 확인할 수 있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언택트’ 산업의 대표주자인 카카오의 성장 기대감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카카오의 퀀텀 점프는 한경 머니의 ‘2020 베스트 오너십’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처음 지정된 카카오는 설문 대상에 포함된 첫해 굴지의 대기업들을 제치고 4위에 오른 뒤, 올해 조사에서는 2단계 상승하며 LG에 이은 2위에 랭크됐다.
베스트 오너십 ‘2위’ 퀀텀 점프
카카오의 약진은 고속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종합 실적평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카카오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ʼ(3.96),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ʼ(3.77)에서도 상위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윤리경영 평가’(3.57) 부문에서 다소 아쉬운 점수를 받았지만, 여타 대기업들에 비해 업력이 짧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의 오너십이 주목받는 이유는 ‘카카오스러움’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생태계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인사와 조직문화에도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2010년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도전의식으로 카카오 창업에 나섰는데, 첫 경영 과제는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를 완전히 뒤엎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수직적 구조의 직급 체계를 없애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영어 호칭만 쓰도록 했다. 일하는 시간과 공간 등도 유연하게 적용해 직원들 스스로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도 각별한 공을 들였다. 이 같은 조직문화가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성 증대 효과로 입증되면서 제2의 카카오를 꿈꾸는 중소형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은 물론,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카카오로 몰리면서 대기업들마저 ‘카카오 배우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김범수 의장의 끈질긴 ‘도전정신’
사실 카카오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선점 효과와 함께 비대면 트렌드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행운도 뒤따랐지만, 무엇보다 김 의장의 끈질긴 도전정신이 카카오 신화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지난 1990년대 초 삼성SDS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 의장은 인터넷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예견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이후 PC방 사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시드머니로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설립했는데, 당시 등장한 게임이 바로 국내 최초의 게임포털 ‘한게임’이다.
이후 네이버컴(NHN)과의 합병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지만, 2000년 닷컴버블이 붕괴하면서 큰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 김 의장은 임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라인게임 부분 유료화를 강행했는데 이 전략이 먹혀들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당시 한게임이 벌어들인 수익은 검색엔진 개발에 활용됐고, 이후 2003년 네이버는 국내 포털 1위로 성장했다. 김 의장은 이후 국내 IT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해 일본 게임포털 1위를 꿰찼으며, 이후에도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 발 벗고 나섰다. 당시 김 의장은 이미 한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도전의식으로 NHN를 떠나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아이위랩(현 카카오)을 설립했다.
카카오 신화의 시작점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9년인데, 당시 김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 모바일 혁명을 직감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주목하고 이듬해 지금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출시해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후 카카오는 본격적인 플랫폼 구축에 나서면서 게임, 금융,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모델을 발굴해 왔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을 비롯해 과감한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2006년 연 매출 1조 원 시대를 개막했다. 최근 김 의장은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은 자리에서 지난 10년을 카카오 시즌1, 앞으로 10년을 시즌2로 규정하며 “‘카카오스러움’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넘어 또 다른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김 의장은 이 같은 경영 행보과 별개로 우리나라의 교육 생태계와 후배 기업가 양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년간 아쇼카 한국재단과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에 카카오 주식 6만주를 기부하기도 했으며,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케이큐브홀딩스 주식 2만주의 기부 의사도 내비친 상태다. 또 지난 2012년 카카오벤처스 설립을 통해 후배 기업가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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