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 부담 줄이는 ‘분납·물납’ 활용법은

[한경 머니 기고=이용 파트너·서수영 세무사 삼일회계법인 상속증여전문팀] 일반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방법은 법에서 정한 납부 기간 내에 금전으로 일시에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해서는 ‘분납·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납부의 기한을 연장해 납세 부담을 이연시켜 주거나, ‘물납’ 제도를 통해 금전이 아닌 현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해 납세자를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 건강하시던 김 모 부장의 아버지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그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상속세 신고와 함께 납부할 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버지가 김 부장에게 남긴 재산은 살고 계시던 서울의 아파트와 약간의 예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현금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상속세 납부 방법을 고민하던 김 부장은 세무서를 찾아가 상속세 납부에 대해 상담을 받았고, 세무서에서 ‘분납, 연부연납, 물납’의 방법이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납부할 금액이 1000만 원 넘는 경우 ‘분납’
상속세로 납부할 금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그 납부할 금액의 일부를 납부기한 경과 후 2개월 이내에 분할해 납부할 수 있다. 다만, 이어서 소개할 연부연납을 허가받은 경우는 분납을 활용할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① 납부할 세액이 2000만 원 이하인 때에는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
② 납부할 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세액의 50% 이하의 금액.


납부세액이 2000만 원 넘는 경우 ‘연부연납’
상속세는 특성상 일시에 큰 금액의 세금을 부담하게 되고, 금전이 아닌 상속재산의 현금화에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납세자를 지원하기 위해 납부기한 경과 후 2개월의 짧은 시간이 주어지는 분납보다 길게 납부의 기한을 연장해 납세 부담을 이연시켜 주는 연부연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부연납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납세자가 상속세 신고(수정신고, 기한 후 신고 포함) 시 연부연납 신청서를 세무서장에게 제출하고, 세무서장은 일정 기간 이내에 그 허가 여부를 서면으로 결정해 납세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해당 기간까지 허가 여부를 서면으로 발송하지 않는 경우에는 연부연납을 허가한 것으로 본다.
①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할 것.
② 왼쪽 페이지 <표>의 신청기한까지 연부연납신청서를 제출할 것.
③ 납세담보를 제공할 것.


연부연납금액은 매년 납부할 각 회분의 분할납부 세액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 범위에서 납부세액에서 ‘연부연납 신청 기간+1’을 나눈 금액으로 계산하며, 각 회분의 연부연납금액을 납부할 때에 법에서 정한 연부연납 가산금(2020년 9월 현재 연 1.8%)을 함께 납부해야 한다.


연부연납 기간은 최대 5년(가업상속재산의 경우 20년)의 범위에서 납세자가 신청한 기간으로 한다. 예를 들어 상속세 납부세액이 6억 원이고, 5년의 연부연납 기간을 신청해서 허가받는 것을 가정하면, 연부연납 신청 시 1억 원[6억 원÷(5년+1)]을 납부하고, 매년 1억 원의 분할납부 세액에 연부연납 가산금을 추가해 납부하게 된다.


다만, 2개월의 짧은 기간 나누어 납부하는 분납과는 달리 장기간 나누어 납부하는 연부연납의 경우 법에서 정하는 금전, 납세보증보험증권, 토지 등의 납세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납세 부담 줄이는 ‘분납·물납’ 활용법은
금전 대신 현물로 납부하는 ‘물납’
물납은 납부의 기한을 연장해 납세 부담을 이연하는 제도인 분납, 연부연납과는 달리 금전이 아닌 현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해 납세자에게 납부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로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①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해당 상속재산가액의 2분의 1을 초과할 것.
②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할 것.
③ 납부세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금융재산의 가액을 초과할 것.
④ 납세의무자의 신청을 받아 세무서장이 물납을 허가한 경우일 것.


물납의 신청기한과 허가 기간은 연부연납과 동일하지만, 허가는 연부연납에 비해 까다롭게 이루어진다. 연부연납의 경우 납세보증보험증권을 납세담보를 제공하는 경우 신청일에 즉시 연부연납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등 허가받는 것이 어렵지 않은 반면에, 물납은 현물로 상속세 납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납이 가능한 재산은 관리와 처분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 한정되고, 상속받은 금전으로 납부가 불가능한 상속세를 한도로 물납이 가능하다는 등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세법은 여러 제도를 통해 납세자에게 납부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금이 부족해 상속세 일시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가까운 세무서나 세무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아 분납, 연부연납, 물납 등을 고려해 보길 추천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5호(2020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