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빽판의 전성시대/ 최규성 지음/ score/ 4만 원


빽판을 통해 시대별로 국내에서 각광 받았던 팝송과 아티스트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 대중음악평론가인 저자가 2018년 청계천 박물관에서 진행했던 〈빽판의 시대〉 전시를 계기로 집필했다. 저자는 “전시장에서 ‘추억 돋는다’며 즐거워하는 관람객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빽판의 존재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빽판은 음반 판권 소유자와 라이선스(사용권) 계약 없이 불법으로 제작해 유통시킨 해적 음반을 말한다.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과거에는 국외 음악 중에서 국내 음반사와 계약해 들어오는 라이선스 음반이 한정되어 있었다. 음반 수입이 전혀 없었던 1960년대엔 지상파 라디오에서도 빽판을 이용했고, 방송금지 되었던 곡들은 빽판을 통해 음지에서 몰래 유통됐다. 이렇듯 과거 대중문화의 흑역사에서 탄생했지만, 추억의 산물이 되어버린 빽판은 뒤늦게 한국 팝 문화의 역사를 증언하는 자료로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 많았던 팝송을 분류하고 번안곡과 내한공연 등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또한 빽판의 제작, 유통 과정뿐 아니라, 빽판이 시작된 1950년대부터 LP시대를 마감한 1990년대까지의 가요와 댄스, 경음악, 클래식, 영화, 인기가수와 그룹, 국제가요제, 편집 팝송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추적하면서 이야기한다.


빽판이 무엇인지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라면 이 책에서 한국 대중음악, 특히 팝송이 어떻게 모습을 달리해 왔는지 확인할 수 있고, 팝송의 영어 가사를 한글로 적어 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들었던 세대라면 책을 읽다 옛 추억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내 최초로 한국 인디뮤지션사진집을 발간한 사진작가이다. 여러 대학, 기업체, 박물관 등에서 대중문화와 보도사진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여러 지상파 TV와 라디오에서 대중음악을 소개하는 방송인이다. 한국방송대상 본선심사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의 자문위원장을 맡았으며,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가요 LP가이드북』과 『골든인디컬렉션』, 『걸그룹의 조상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