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정리 l 사진 고성배 더쿠 편집장 및 위즈덤하우스 제공 l 참고도서 <한국요괴도감>]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은 극한의 공포를 가져온다. 의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했으니, 오죽하면 역병에 ‘호환마마(虎患媽媽)’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선인들은 호환마마란 절대적 공포를 이기기 위해 성황신을 모시고 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요괴신화를 만들어 냈다. 요상하고 괴상한 요괴가 수호신의 역할을 한 것이다. 구시대의 미신으로 여겨지는 요괴신화가 일본에서는 현재에도 위력을 발휘한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전염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알려진 일본 요괴 ‘아마비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중들은 아마비에 캐릭터를 수호신으로 사용하며 캐릭터 인형, 관련 콘텐츠 상품을 소비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4월 9일 홈페이지에 ‘코로나19 확산 방지 캠페인’을 게재하며 아마비에를 사용했다. “감염자 중 8할은 젊은 경증 환자인 반면 노인 또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며 174여 년 전 요괴를 캐릭터로 꺼내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한국의 요괴신화에도 이와 같은 수호신이 있으니, 재미로 보는 한국의 파괴신과 이에 반하는 수호신을 <한국요괴도감>에서 찾았다.
역신
역병을 옮기는 귀물로, 주로 천연두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마손님’이라고도 불리는데 죽은 후 마마손님이 되면 질병을 뿌리고 다녀야 한다. 바이러스형 귀물로, 하늘의 명을 받아 병을 옮긴다고 알려져 있다. 역신을 물리치는 방법은 처용의 그림을 대문에 붙이거나 팥죽 등을 쑤어 먹어 예방하는 것이다.
삼두일족응
‘삼두매’라고 불리는 매로, 머리가 셋, 다리가 하나 달렸고 발톱이 매우 날카롭다. 삼족오와 함께 신성한 새로 알려져 있다. 삼두일족응은 질병과 악재를 낚아채고 쪼아 물리치는 힘을 가졌다. 도병, 기근, 질역의 세 가지 재앙을 쪼아 없앨 수 있어 삼재를 막는 부적에 항상 등장한다고 한다.
신계
무언가 계시하기 위해 나타나는 신령한 닭으로, 주로 하얗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닭은 특별한 존재로, 신성함을 보여 주는 동시에 액을 막는 수호수의 역할도 톡톡히 해 다양한 민화에 등장한다.
제웅
짚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으로, 다양한 주술적 의미를 가진 도구다. 저주뿐 아니라 다가오는 재앙을 막아 주는 액막이로도 사용됐는데, 제웅에게 액이 있을 사람의 옷을 입히고 태어난 연도의 간지를 적어 길에다 버리곤 했다.
성황신
토지, 마을을 수호해 주는 신으로 ‘서낭신’으로도 불린다. 마을 초입이나 산, 길가에 돌무더기를 쌓은 것이 있는데, 이것이 성황신의 신체다. 딱히 형체가 정해져 있지 않고, 돌을 하나씩 올리며 기도하면 마을을 지켜 준다고 한다.
주지
호랑이도 잡아먹을 정도의 무서운 괴물로, 잡귀와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 입은
새부리처럼 뾰족하고, 얼굴은 가로로 긴 반달 형태다. 팔은 없고 두 발로 직립해서 다니는데 껑충껑충 뛰어서 이동한다고 한다. 출몰 지역은 주로 안동으로, <하회별신굿탈놀이>와 <고금소총>에 그 기록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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