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한용섭 편집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진이 지루하게 이어지며, 현재 머물고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피며 새삼 놀랍니다. 먹고 마시며, 만나고 일하는 모든 공간이 어쩌면 이렇게 여백 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을까 하고 말이죠. 전염병에는 정말 취약한 밀집 공간들이었구나 싶습니다.
아득히 쌓아 올린 빌딩과 아파트. 비움보다는 채움을 미덕으로 여기며 능률을 독려해 온 우리 자신들이 결국 전염병이라는 부메랑을 맞은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들은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남겨질 것이 두려워 지나치게 서로를 옭아매고 살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공간의 여백을 생각해 봅니다. 미술전시회에서 마주한 동양화의 여백이 왜 그토록 마음을 편안하게 했었는지를 떠올려 본 겁니다. 동양화에서는 실제 그려져 있는 대상물만큼이나 그 배경으로 남겨지는 여백도 중요한 요소로 여깁니다. 여백은 ‘그냥 없음’이 아니었고, ‘굳이 채우지 않음’이었던 것이죠.
코로나19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을 조금씩 변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공간도 예외는 아닙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화상회의, 홈오피스, 랜선 세미나 등 일상이 돼 버린 ‘언택트 트렌드’가 기존의 익숙한 공간들에 대해 재해석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김경집 인문학자는 “코로나19는 공간 재해석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위기가 기회라는 상투어에 기대어 보면 코로나19는 공간의 재해석에 대한 ‘위험한 기회’다. 기회를 놓치면 퇴행하고 도태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상황과 시대가 변하면 공간도 변해야 한다. 공간이 변하면 사람과 삶이 변한다. 그걸 역으로 보면 사람과 삶이 바뀌어야 공간이 바뀌고 상황과 시대도 읽어 낼 수 있다”며 “어차피 피하지 못할 일이다. 그러니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즐길 수 있는 대안을 꾸준하게 찾아내야 한다. 그게 지금 우리의 몫이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산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경 머니는 9월호 빅 스토리 ‘포스트 코로나, 공간의 재구성’에서 현재는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간 변화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공간에서 왜 여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지와 함께 자연과 연결된 치유의 공간, 탈도시화와 스마트도시의 미래 등도 살펴보았습니다.
더불어 스페셜로 준비한 ‘K콘텐츠의 보고, 한국 요괴’, ‘4색 미각, K디저트의 달콤한 유혹’, ‘일꾼의 행복’ 등도 코로나19에 점령돼 버린 노곤한 일상에 달달한 읽을거리로 전달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편집장 한용섭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4호(2020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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