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순인 LG전자 책임연구원 | 사진 한국경제DB]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나를 발견한 사람들이 나를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요.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지나간 나를 사람들이 다시는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요. 내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 위함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이 신의 이름은 바로 카이로스(Kairos), 그리스어로 ‘기회’라는 뜻이다. 지금, 놓쳐선 안 될 정보기술(IT) 카이로스는 무엇일까.
최신 IT 트렌드의 핫이슈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차가 우리에게 줄 기회는 무엇일까. 최신 IT 트렌드의 핫이슈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차가 우리에게 줄 기회는 무엇일까.
자율주행의 파급효과는 크게 공유 차, 마이크로 모빌리티, 통합 디스플레이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또 각각의 분야에서 이들은 어떤 파급효과를 낼까. 자율주행의 파급효과를 잘 살펴보자. 최신 IT 카이로스의 기회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유 차
시간 절약
자율주행 공유 차는 버스와 택시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목적지까지 원하는 시간에 최단 거리로, 탑승 니즈가 있는 곳에만 정차하며 공유 차가 운행한다.
위험 최소
야간 순찰, 위험지역 점검 때 자율주행 공유 차가 사람 대신 갈 수 있다. 인건비도 절약하고 위험도 최소화한다.
주차공간 절약
자율주행 공유 차는 탑승자를 목적지에 데려다 준 뒤, 주차장에서 대기하지 않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다. 배송 물품을 배달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시간, 공간, 인건비가 절약된다. 주차장이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드니 건물과 도로 활용성도 제고된다.
환경보호
도로에 차량 전체 수가 줄어 공기오염, 배기가스 배출이 줄어든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미래에는 더욱더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원소스 멀티유즈 모듈형 차량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 함께 타기), 오피스 셰어링(office sharing), 호스피톨 셔틀(hospital shuttle), 런치 딜리버리(lunch delivery) 등. 한 대의 공유 차는 시간대별로 이런 다양한 차로 변주된다.
2015년 우버가 발표한 ‘온 디맨드 트랜스포테이션(on-demand transportation)’도 같은 맥락이다. 벤츠, 린스피드 같은 회사들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차체를 바꿔 끼는 모듈형 자율주행차량 콘셉트도 이미 발표했다.
생활공간
자율주행 공유 차에서 탑승자는 본인이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특히나 전기자동차 시대가 오면 모터가 불필요해 차체 디자인이 단순해진다. 차 내 활용할 공간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차 안을 최대한 다양하게 자신의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차 한 대가 이동 사무실, 셔틀버스, 점심 도시락 배달 차, 공사 지역 순찰차로 변신할 수 있다. 이제 차는 움직이는 스위트룸, 바퀴 달린 스마트폰, 토털 인포테인먼트 공간이라는 이름이 딱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라스트마일 자율주행
라이드 셰어링을 하기 위해 정류장까지 소년은 전기킥보드를 타고 온다. 소년이 공유 차에 탑승하면 전기킥보드는 빙그르르 돌아서 집으로 혼자 돌아가거나 다른 사용자에게로 간다. 도시락을 배달하러 온 택배로봇은 공유 차에서 내린 뒤 배달 주소지까지 직접 자율주행으로 골목골목을 누빈다. 역과 역 사이는 공유 차가 채우고, 집에서 역까지 마지막 10분 라스트마일은 이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채운다. 물류에서 라스트마일은 돈이 정말 많이 드는 분야다.
대규모로 일괄 배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라스트마일 배달을 자율주행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해결할 수 있다. 아마존, 페덱스, 콘티넨탈, 다임러 등이 이미 자율주행 택배로봇을 시범 테스트하고 상용화했다.
언박싱 경험
택배를 받아 든 뒤 이 택배를 열어 보는 최초의 경험을 언박싱 경험(unboxing experience)이라고 한다. 최근 소비자,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이 택배가 어떻게 나에게 전달돼 오는지부터 시작해서 포장 상태의 확인, 상자를 열어 제품을 처음 보게 될 때까지의 경험을 굉장히 소중히 여긴다. 자율주행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택배 분야에 접목되면 이 언박싱 경험이 더욱 특별하고 고유해질 수 있다. 강아지로봇이 배달해 준 택배, 신기한 드론이 배달해 온 택배, 특이한 모양의 공유 차가 와서 전해 준 택배, 내가 원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와 준 택배, 내가 받기 원하는 모양대로 물건을 배달해 준 택배라면 소비자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시장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접목해서 새롭고 특이한 언박싱 경험을 만드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타사 대비 분명한 경쟁력이 될 테니까.
인스타그래머블
인스타그래머블이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시각적으로 트렌디한 콘텐츠를 뜻한다. 특히 이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라스트마일 택배로봇의 활용은 인스타그래머블하다. 찍어서 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나의 취향,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릴 수 있다. 나의 얼리어답터적인 면모도 과시할 수 있고 얼리어답터로서의 니즈도 해결된다. 힙한 상품은 무조건 인스타그래머블해야 하는 것이 첫 조건이다. 나만의 고유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경쟁 포인트를 개발한 뒤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시대의 기류에 올라타면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장점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통합 디스플레이
눈과 손이 할 일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운전자의 눈은 더 이상 전방 주시의 의무가 없다. 손을 꼭 핸들이나 내비게이션에 둘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 눈과 손은? 다른 걸 하고 싶어 한다. 그걸 이제부터 채워 주는 것이 통합 디스플레이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AR HUD(Augmentation Reality Head Up Display)는 LG전자와 폭스바겐이 이미 세계 최초로 전기차에서 상용화했다. 앞으로도 AR와 VR를 활용한 HUD들이 줄지어 나올 것이다. 미래에는 단순히 정보를 보기만 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얼마나 재미있고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한 마디로,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식 그 자체도 중요해진다. AR와 VR가 그 자리를 꿰찰 것이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으로 많은 시장 기회가 예상된다.
공유 차 전면 디스플레이
라이드 셰어링을 하면 탑승자 연령대, 직장인인지 학생인지 여부, 시험 기간인지 여부, 월요일인지 여부, 날씨가 어떤지 등에 따라 알맞은 콘텐츠가 디스플레이에 뿌려진다. 이 공유 차가 지금 나 혼자 타고 있는 내 오피스라면 내 컴퓨터 화면을 보여 준다. 공유 차의 전면 유리는 전면 디스플레이로 활용돼 그때그때 탑승자에게 딱 맞는 콘텐츠를 보여 준다.
탑승자가 선택한 콘텐츠를 보여 주기도 하고, 탑승자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관련 정보를 보여 주기도 한다. 더 이상 전면 유리로 전방 주시만 꼭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 디스플레이에 플라스틱 올레드(P-OLED) 등 최고급 사양의 하드웨어들이 앞다투어 적용될 것이다. 곧 TV 못지않은 해상도가 자동차에도 적용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터치
클러스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RSE(Rear Seat Entertainment)가 모두 하나의 통합 디스플레이에서 가능해진 시대다. 이제는 한 군데로 통합한 큰 디스플레이가 대세다.
아우디는 현재 3개로 나눠진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합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우디는 미래 차 인테리어는 물리 버튼을 모두 없애고 소프트웨어 터치를 적용할 것이란 언급도 했다. 물리 버튼은 재질, 크기, 기능을 바꿀 때마다 엄청난 테스트와 재검증 후 실제 차에 탑재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이를 처리한다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나 패치로 손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서 공급자 입장에서도 이점이 많다.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다면 하드웨어 교체 없이 수 분 안에도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터치’로 인한 유용성(usability) 제고효과는 물론이다.
콘텐츠 시장
소니가 2020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자율주행차 콘셉트 카를 발표했었다. 소니가 진정 노리는 것은 자율주행차 자체가 아니다. 소니는 카메라·게임·인터테인먼트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다. 소니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 콘텐츠 시장을 잡고 싶어 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vehicle infotainment) 시장을 말이다. 소니는 소니가 가진 장점인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자율주행차에 심어서 시장을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 안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싸움 초반부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고 시작하면 상대는 그 분위기에 압도돼 쉽게 위축된다. 교전 중에 위축된 병사들의 사기를 원상회복시킨다는 것은 아무리 훌륭한 장수라도 쉽지 않은 일로, 이는 곧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우리에게 줄 파급효과, 그 기회를 꽉 잡아야 한다. 초반부터 확실하게.
정순인 책임연구원은…
LG전자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에서 수주 대응, 오토모티브(Automotive) SPICE 인증,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 업무를 한다. 소프트웨어공학(SW Engineering),Technical Documentation 사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2016~2017년 연속 최우수 강사상과 2018~2019년 연속 우수 강사상을 수상했다. 강의와 프레젠테이션 기법을 다룬 책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를 썼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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