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여름철은 땀을 많이 흘리고 습도도 높은 계절이라 피로가 쌓이게 된다. 무더위로 인해 몸이 지치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신체 항상성 기능에 부담을 주게 된다. 또 습한 날씨는 우리 몸에 염증을 더 잘 생기게 만든다.
무엇보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감기, 대상포진, 단순포진 등 감염병에 취약해진다. 요즘처럼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는 감기라도 걸리면 감염병으로 오해받기 때문에 면역력 강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면역력, NK세포 검사로 확인
‘면역력’은 외부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다양한 균에 대해 우리 몸을 지켜주는 인체 방어 시스템이다. 이 면역 시스템이 건강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우리 주위를 있더라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늘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해도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는 면역 체계의 견고함이 다르기 때문이다.
체내에는 다양한 면역세포가 있다. 면역력을 확인하기 위해 많이 활용되는 면역세포는 자연살해세포인 NK세포(Natural Killer Cell)다. NK세포는 선천면역세포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이물질이 침투했을 때 1차적인 방어를 담당하며 암세포에 대한 감시 기능도 가지고 있다. 최근 보고된 몇몇 연구는 NK세포의 수가 적을수록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NK세포 활성도 검사’를 통해 NK세포의 면역력을 확인할 수 있다. NK세포 활성도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NK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킨 후 분비되는 인터페론 감마의 양을 효소면역분석법(ELISA)의 원리를 이용해 정량하는 검사다. 실제로 수치가 500pg/ml 미만일 때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암검진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주요 미량 영양소 검사, 활성산소 & 항산화력 검사, 심박변이도를 통한 자율신경계 검사도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미량 영양소 혈중농도가 괜찮은지,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중화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항산화력이 있는지, 스트레스 상태가 괜찮은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NK세포 활성도 저하 시 아연과 비타민D 결핍이 동반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양소는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극소량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영양소로서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필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건강한 식단과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감염과 질병에 대항하는 힘을 길러 준다. 면역기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비타민C와 항바이러스 물질인 비타민A, 백혈구 활동을 돕는 비타민B, 항체 생산을 활발하게 하는 비타민E, 식세포의 활동을 돕고 항체를 생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미네랄이 대표적이다.
적절한 운동은 면역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필수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면역력을 조절하는 물질들이 분비돼 면역 기능을 촉진시킨다. 또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 발생량이 많아져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산화 스트레스가 적절한 경우에는 면역 기능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촉진시킨다.
하지만 산화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만성염증의 원인이 되고 노화나 암, 만성질환 등의 발생을 촉진시킬 수 있다. 평소 운동량이 많다면 식단에 포함된 항산화 성분이 산화 스트레스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지 고려해 봐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휴식 면역력 개선
평소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휴식, 수면도 면역력 개선을 위해 중요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시간이 많아질 경우 면역 체계가 억제된다. 따라서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이 있다면 심호흡을 하는 등 즉시 이완하며 풀어 주는 것이 좋다.
또 수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피로가 해소되지 않아 면역력 저하에 영향을 준다. 하루 8시간 정도로 충분히 자고 면역력을 높여 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대거 분비되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3시까지는 깊은 잠을 자도록 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몸의 긴장이 풀어져 면역세포 중 하나인 헬퍼 T세포와 NK세포 기능이 활발해진다. 깊은 잠을 잘수록 면역 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므로 면역력이 저하됐다면 오후 10시 이전에는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밤에 수면시간이 부족하다면 늘리도록 노력하고 평상시 짧게나마 낮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1·1·1’ 샤워법도 실천해 볼 만하다. 아침에 찬물 1분, 따뜻한 물 1분, 다시 찬물로 1분씩 샤워하는 방법이다. 찬물로 먼저 샤워를 하면 모공이 수축돼 외부 온도가 피부 속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에 찬물로 마무리하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동안 나오는 수분, 염분, 전해질이 빠져나가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 먼저 섭씨 15도의 차가운 물로 15초 동안 손과 발, 팔, 다리부터 적시고 몸통을 적신 다음, 45초 동안 온몸에 흠뻑 뿌려 준 뒤 15초간 쉰다. 다시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로 45초 동안 온몸에 뿌린 후, 15초 쉬었다가 마지막으로 다시 찬물로 45초간 몸을 헹군다.
이는 혈액이 온몸에 퍼지는 시간이 약 46초이기 때문이다. 찬물과 따뜻한 물의 온도 차를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낮춰 주고 백혈구를 형성시켜 면역력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다만 고혈압이 있거나 심근경색 등 지병이 있는 환자는 너무 차갑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밤에는 하루 동안 지친 근육을 풀어 주고 숙면에 도움이 되도록 순서를 바꿔서 따뜻한 물, 찬 물, 따뜻한 물 순서로 해 주는 것이 좋다.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
버섯 : 버섯에는 약리작용을 하는 성분이 대거 함유돼 있다. 그중에서도 글루칸(glucan)은 인체의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활성산소를 제거해 항산화 작용을 할 뿐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조직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의 증식과 재발을 막는다.
현미와 잡곡 : 현미를 비롯해 수수, 보리, 율무, 기장, 메밀과 같은 잡곡에는 몸의 저항력을 키워 암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현미에 함유된 아라비녹실란 성분은 면역 증강 작용을 해 암과 B형 간염과 같은 질환 치료에 많이 활용된다. 잡곡에 많은 섬유질 역시 발암물질과 중금속, 콜레스테롤을 배설시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녹황색 야채 : 섬유질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야채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준다. 특히 야채는 섬유질과 비타민A·B·C 외에도 칼슘, 칼륨, 인, 철분, 망간과 같은 무기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유해물질을 분해하고 배출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발효식품 :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는 김치, 된장, 청국장, 간장이 있다. 김치는 살균작용을 하는 마늘과 고추, 생강, 대파를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몸속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시킨다. 콩으로 만든 된장과 청국장도 항암식품의 선두주자일 만큼 우리 몸에 좋다. 콩의 발효물질이 혈관에 쌓인 혈액 찌꺼기를 분해해 혈액을 맑게 할 뿐 아니라 재래식 된장은 백혈구의 양을 늘리는 효과까지 가지고 있다. 간장도 핵산 성분이 면역 기능을 개선시켜 준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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