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 인터뷰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바통을 이어받아 아시아 금융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한 우선 과제는 시스템 안정일 것이다. 또 여기에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해법도 숨겨져 있다는 설명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금융허브의 자격 요건으로 ‘언어’와 ‘통화’의 국제화 수준을 얘기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안정성”이라며 “정부 금융정책의 초점이 ‘소비자 보호’ 등 시스템 안정에 맞춰 성과를 보일 경우 서울의 아시아 금융허브의 위상도 꿈은 아닐 것이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은 정부에서 최대 정책 과제로 꼽고 있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크게 일조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서 연구원이 줄곧 “‘유동성 제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허브 우선 과제는 시스템 안정…부동산 잡을 해법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그동안 정부는 고삐 풀린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무려 20여 차례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평균 52%(3억1400만 원) 폭등했다. 반복되는 땜질식 처방으로 규제 내성만 강화됐다는 관전평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를 골자로 한 이번 대책의 경우 이전보다 강력한 고강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규제 효과를 둘러싼 부동산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서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경기 방어를 위한 저금리 정책과 코로나19 추경이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키워 왔는데,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대부분은 ‘경기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는 것.


서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해 ▲금리 인하 및 대출 확대로 인한 투기 수요 증가 ▲부동산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 ▲경기 방어를 염두에 둔 냉온탕식 정책에 따른 정책 신뢰도 하락 등을 꼽았다. 이미 시장에 풀린 과다한 부채에 대해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정부 대책의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여론에 등 떠밀려 도입을 추진 중인 ‘공급 확대’ 역시 부채 구조조정 없이는 기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이 일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축소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전면적 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 증가율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이로 인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10% 내외의 하락세로 이어졌는데, 금융 불안이라는 외부 효과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정책 일관성을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서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와 상반된 ‘금리 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당장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 어렵다면 국내 대출 시스템에 대한 점진적 ‘정상화’부터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서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최근 아시아 금융허브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보고서 발간 배경이 궁금하네요.
“사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대표 선진국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K-방역’으로 이런 인식은 더욱 확산됐죠. 실제로도 일부를 제외하고 많은 산업이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안타깝게도 금융 산업은 예외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금융 산업의 중심지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산업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일반적으로 금융허브의 자격 요건으로 ‘언어’와 ‘통화’의 국제화 수준을 얘기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안정성’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간섭은 최소화하되 모든 금융정책의 초점이 ‘소비자 보호’에 맞춰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간의 정부 정책은 금융 안정에는 역행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사모펀드 사태 등과 같은 최악의 소비자 피해 사례가 촉발됐죠.
다행스러운 부분은 정부의 정책 기조가 ‘소비자 보호’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0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는 일련의 금융위기 상황이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셈이죠.”


현 정부 들어서는 금융허브에 대한 로드맵이 보이지 않습니다. 원인이 있을까요.
“참여정부 시절의 뼈아픈 기억 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지난 2003년 참여정부는 아시아 금융허브를 기치로 자본시장 활성화 및 자산운용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죠. 하지만 이런 정책적 노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은 등한시한 채 금융투자업 육성에만 매달리다 결국 유동성 위기를 맞은 거죠. 정책 의도는 좋았지만 금융시장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 정부 역시 전주와 부산 등을 국제금융도시로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많은 외국계 금융사가 짐을 싸서 떠났고 한국 금융 산업은 더욱 위축됐죠.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보다 ‘효율성’에만 초점을 둬 왔기 때문인데, 우후죽순 늘어나는 핀테크업체들과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사업 역시 금융 안정성에 역행하는 행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핀테크 육성이 금융허브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미인가요. 오픈뱅킹의 경우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 먼저 도입된 모델로 알고 있는데.
“한국식 모델과 영국식 모델이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픈뱅킹의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실시간 자금이체’ 등의 서비스는 위험할 수 있죠. 이를테면 소규모 핀테크회사가 오픈뱅킹에 참여하게 될 경우 해당 업체를 통해 개인의 이체와 송금 등의 금융거래가 가능해집니다. 해커 입장에서는 소규모 핀테크업체 한 곳만 뚫으면 개인들의 모든 자산을 빼돌릴 수 있게 되는 셈이죠.
최근 일부 핀테크업체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해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보안 강화로 모든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무모한 믿음입니다. 정부는 기업들의 보안 강화를 위해 손실 책임을 개별 기업에 지우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조치입니다. 만약 막대한 규모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손실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만 하더라도 자본금 수십억에 불과한 소규모 운용사가 난립하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핀테크나 사모펀드나 지나친 규제 완화로 인해 금융 안정성이 훼손된 사례로 볼 수 있는 거죠.”

“금융허브 우선 과제는 시스템 안정…부동산 잡을 해법 있다”

금융허브는 기업금융(IB), 핀테크는 리테일금융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미국이 IB에 강한 이유는 커머셜뱅킹 시스템이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리테일금융의 기반이 튼튼해야 IB에서 어느 정도 리스크를 떠안더라도 부실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치죠.
사모펀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규제를 더 완화했는데, 미국 시장의 차이점은 시스템적으로 부실 위험이 큰 상품은 걸러질 수 있다는 점이죠. 설령 걸러지지 않았더라도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사후적으로 강력한 수준의 징벌적 배상을 요구합니다. 다시는 그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돼 있는 거죠.
최근 우리 정부도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사가 전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규제를 마련했는데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다만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개별 기업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감독당국으로서는 업무 해태가 되는 셈이죠. 결국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 최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금융사에 대해 엄격한 자본 규제를 적용하든지 충분한 배상이 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겠죠.”


일각에서는 금융사에 대한 복잡한 규제가 금융허브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모든 규제가 불합리한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수수료 등 가격을 떨어뜨리는 가격·양적 규제는 최소화해야겠지만, 소비자 보호를 비롯해 금융 안정을 위한 건전성 규제는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규제 완화의 방향성이 틀렸다는 거죠. 더욱이 한국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여타 선진국에 비해 금융 공기업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 역시 국내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금융 공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민간 영역에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줄곧 쓴소리를 해 오셨습니다. 정책 실패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그동안 정부는 후속 보완책을 제외하고 크게 네 차례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8·2, 9·13, 12·16, 6·17 부동산 대책 등이죠. 8·2대책이 이전 정부가 풀어놓은 규제를 되돌리는 정책이었다면, 9·13대책은 집값 하락을 염두에 둔 규제책이었고 실제로 가격 둔화세가 가시화됐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집값 하락에 따른 부작용을 간과했다는 점이죠. 집값 하락은 거래 감소와 함께 건설 경기 둔화를 동반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전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취약한 내수의 보완책으로 활용해 온 배경이기도 하죠. 실제로 국내 부동산 연관 산업 종사자는 300만 명, 2차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2, 3배에 달합니다. 정부가 이런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완충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못했던 거죠. 특히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담보 중심, 이자 상환 위주의 국내 대출 시스템 역시 취약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경기 침체와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이 동반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공교롭게 일본의 수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정부 정책은 부동산 안정보다는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고, 경제 수장의 교체와 함께 곧바로 두 차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됐습니다. 외부 효과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집값 급등의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죠.”


일각에선 9·13대책에 포함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동의하기 어렵네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은 집값이 떨어지는 국면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인 정책입니다. 매물이 잠기면 고점을 잡는 실수요자들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죠. 당시에는 적절했던 정책이었고 실제로도 거래가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버린 현시점에서는 문제 있는 정책이 돼 버린 거죠. 같은 맥락에서 이후에 발표된 12·16, 6·17대책 역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풀면서 잔뜩 투기 수요를 자극해 놨는데 어떤 대책도 약발이 먹힐 리 없죠.
결국 이런 상황에서 상투를 잡는 사람은 무주택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에 30대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죠. 지금처럼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 집값은 더 잡기 어려워집니다. 최근 발표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역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지 않는 이상 기대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돼 버린 상황이라 악순환만 반복될 확률이 커 보이네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해법은 사실상 없다고 보시는 건가요.
“정부 대책이 겉으로 드러나는 ‘아파트값’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대증요법에 그치는 게 현실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거죠. 집값 급등의 핵심 원인인 유동성, 즉 금융 부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분할상환을 적용하면 됩니다. 한국의 집값 급등은 전 세계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가계부채 문제가 발단이 됐기 때문이죠. 또 가계부채 급증은 이자 상환 중심의 쉽고 값싼 대출이 원인이 됐습니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도 금융정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잡는 데 성과를 거뒀습니다. 미국의 경우 원리금 분할상환을 법제화하고, 이자상환 대출에는 2%포인트 수준의 금리를 가산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대출 구조를 선택할 때 원리금 분할상환을 선택하겠죠.
우리 역시 모든 대출에 대한 상환 능력을 따지는 DSR와 함께 원리금 분할상환을 전면 도입하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떨어지는 대신 자신의 대출 상환 여력에 맞는 다양한 가격대의 주택 수요가 생기게 되죠.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무주택, 유주택자로 구분 지어져서는 안 됩니다. 특정 집단을 겨냥한 대책은 필연적으로 풍선효과와 규제 회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나온 모든 부동산 대책이 정공법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갑작스런 정책 도입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원리금 분할상환 도입은 결코 억지스럽거나 무리한 정책이 아닙니다. 값싸고 쉬운 대출이 오히려 비정상인 거죠.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원리금 분할상환을 아예 법제화했습니다. 당시 무리한 대출로 인한 개인파산이 급증한 것이 배경이었죠.
이후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개인의 소득 능력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소비자 보호에 부합하지 않는 ‘약탈적 대출’로 규정하고, 이런 대출 발생 시 금융사를 상대로 적절성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는 행위 규제에 들어갑니다. 입증하지 못하면 대규모 벌금을 부과하죠.
원리금 분할상환의 효용성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만 비교해 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지수를 보면 지난 4년간 미국 10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22~23% 안팎의 상승률을 보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을 기준으로 100% 상승률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경우 원리금 분할상환 도입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 여력이 발생하고, 결국 개인의 소득 수준이 집값에 연동되는 효과로 이어진 거라고 볼 수 있겠죠.
원리금 분할상환의 전면 시행은 금융 시스템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도입 이후 최소한 2~3년만 지나도 부동산 가격이 금융 시스템에 연동되는 부실 고리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은행들이 집값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여기에 개인들의 소비행태 역시 원리금 분할상환에 맞춰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대출에 대한 전면 도입이 부담스럽다면 대출 상환 기간을 유연하게 적용해 점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주택 공급 부족을 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는데.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측 설명대로 주택의 절대 물량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서울의 입지 좋은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죠. 이는 아파트 가격 상승 기대와 함께 쉬운 대출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주택은 내가 벌어들이는 소득에 맞춰 구입해야 하는데 시장이 투기판 수준으로 왜곡된 거죠. 정부의 해법이 잘못된 것일 뿐 공급 부족이 원인일 수는 없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만 보더라도 미국처럼 원리금 분할상환을 전면적으로 도입했습니다. 과거 심각한 부동산 거품 현상을 반면교사로 삼은 거죠. 현재 일본은 주택 구입 시 DSR를 깐깐히 보면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최대 100%까지 적용해 주고 있습니다. 주택의 가격보다는 상환 능력, 즉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되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거죠. 따라서 대출 집행까지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일본의 대출 연체율이 낮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관련 내용을 금융당국에도 건의한 것으로 아는데 전혀 논의조차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가계 부실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내 임기 내에서는 괜찮겠지’ 하는 복지부동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개인적 추정이지만 부동산 문제가 세대 갈등 이슈와도 맞물려 있죠. 최근 고위공직자들의 ‘강남 사수’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는 기득권 이슈이기도 합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지난 총선 이후 국회 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초선, 재선 의원이 80% 가까이 되는데, 기댈 곳 없는 이들 국회의원들이 이전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죠. 다만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고위공직자들이 드물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금의 대출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것은 가계 부실 사태를 뒤로 미루고, 결국 무주택자들만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꼭 상기했으면 합니다.”

“금융허브 우선 과제는 시스템 안정…부동산 잡을 해법 있다”
서영수 연구원은…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신한금융투자,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한누리투자증권(현 KB증권)을 거쳐 2006년부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조선일보 등에서 총 7차례 금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에 선정될 정도로 독보적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3호(2020년 0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