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도움 한국관광공사 l 사진 서범세 기자·한국경제DB] 스페인과 뉴욕, 발리와 하와이 사이에서 그렇게 심사숙고했건만.

김 부장이 계획한 2020년 여름휴가는 어그러졌다. 해외여행은 물 건너간 지 오래. 그렇다고 여행이 삶의 낙인 김 부장이 1년에 한 번뿐인 휴가를 포기할 리도 없다. 어디, 안전한 여행지 없을까.

총 885만9584명(사망 46만670명). 6월 22일 9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전 세계 확진자 수다. 그야말로 지구촌이 열병을 앓으면서 여행의 선택지도 크게 좁아졌다. 아니, 여행이란 말조차 사치에 가깝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집콕’이 일상이 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여행을 떠나는 일은 그야말로 ‘민폐’가 됐고, 지역 간 이동도 사실상 금기시 됐다. 어느덧 4개월 차, 전염병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어색하고 낯설기만 했던 코로나19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일상의 회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2020년, 우리는 지금 어떤 여행을 선택해야 할까.

‘생활관광’으로 바뀐 여행 트렌드

기준은 ‘안전’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하며 여행 트렌드마저 뒤바꾸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SKT의 T맵 교통데이터와 KT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국내 발생 시점인 2020년 1월 20일부터 5월 30일까지 총 21주간 국내 관광객의 관광 이동 패턴과 행동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관광 활동에도 ‘안전’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됐다. 여행객들은 ‘집’ 근처의 자연친화적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즐기는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즉, 자신의 생활권역 내에서 일상과 연계된 관광을 즐기는 이른바 ‘생활관광’ 중심으로 관광 활동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분석에서 나타난 코로나19 기간 중 관광 활동 트렌드를 ‘S·A·F·E·T·Y(안전)’라는 6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근거리(Short distance), 야외 활동(Activity), 가족 단위(Family), 자연친화(Eco-area),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관광 수요 회복 조짐(Yet) 등이다. 한경 머니는 이 6개의 키워드를 통해 코로나 시대,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안전 여행지를 추천코자 한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 착용’은 필수 매너다.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드라이브 스루로 즐기다
여름휴가를 집 근처에서 보내라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피서지는 없을 터. 장거리 관광지보다는 집 근처 친숙한 근거리 생활 관광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해 보자. 인근 공원도 때로는 나만의 명소가 될 수 있다. 더 멀리 나가고 싶다면 자전거나 자가용을 이용해 가슴이 탁 트이는 여행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딩 스루 여행지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야간 드라이브의 백미로 꼽히는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창의문부터 성북공원까지 약 8km 구간이다. 팔각정에서 누리는 작은 쉼표는 소소한 행복을 만나게 해 줄 것이다.

 인천 영종도
아라뱃길을 따라 바다를 마시는 드라이브 코스. 아라김포여객터미널에서 을왕리해수욕장까지 약 47km 구간. 코스를 따라 밟으면 그야말로 속 시원한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빛을 바라보는 것도 영종도 드라이브의 묘미다.

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
프랑스에 몽마르트 언덕이 있다면, 부산에는 달맞이길이 있다. 해운대부터 송정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8km의 구간은 파이란 바다와 굽이굽이 이어진 오솔길로 이뤄져 여행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드라이브 스루 여행지


곡성 메타세쿼이아길
곡성과 구례를 잇는 17번 국도, 곡성읍내 진입로 부근에 위치해 있다. 800여 m에 이르는 길
양 옆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당신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화성 시화호
어섬부터 시화방조제에 이르는 약 32km 구간. 국내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 안산 갈대 습지, 시화호 조력발전소, 간척지와 공룡알화석지를 보유하고 있어 생태여행지로도 그만이다.


강릉 헌화로
바다를 마주하고 싶다면,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를 찾자. 금진해변부터 정동진까지 이어지는 8km의 코스는 카시트 위 당신을 백사장으로 데려가 줄 지니. 시원하게 뻗은 해안절벽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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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으로 여행을 완성하다
밀폐된 실내에서의 관광 활동보다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용이한 야외 활동에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특히 수도권·대도시 근거리 캠핑장을 중심으로 캠핑객이 급증했다. 이 중에서도 자가용을 이용한 차박 캠핑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승합차 등 일반 차량을 이용해 캠핑카로 활용하는 이른바 ‘트렁크 캠핑’이 주류다. 시트를 떼어 내고 내부를 개조하거나, 시트를 접고 그 위에 매트를 깔면 언제 어디서든 차 안에서 나만의 여행지를 마주할 수 있다. 한적한 노지에서 즐기는 차박 캠핑은 안전과 감성 모두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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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데기
‘구름 위의 땅’으로 불리는 안반데기는 하늘 위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천상의 별명이 붙었다. 구름이 무거워지면 사람 사는 마을 지붕까지 내려와 앉는다고. 해발 1100m 고원에서 마주하는 차박의 즐거움. 밤에는 별을, 새벽에는 일출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목계솔밭
경북 청송군 소재지에서 진보면으로 이어지는 국도 31호 선상에 위치한 9917m²의 솔밭. 높이 15~20m의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장관이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2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숲을 이뤄 시원한 그늘까지 제공한다. 차박 캠핑족에게는 명소 중 명소다.

추암 오토캠핑장
TV 애국가 영상 첫 소절의 배경화면을 기억하는가. 일출과 함께 일렁이는 촛대바위 말이다. 추암 오토캠핑장은 촛대바위와 그 주변에 솟아오른 약 10여 척의 기암괴석들이 동해와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조명이 어우러진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안락한 차 안에서 보내는 하루는 잊을 수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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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안전을 찾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조사한 ‘코로나19 국민 국내 여행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국내 여행 재개 시 여행 동반자로 ‘가족’(99.6%)을 들었다. 이는 2018년 당시 조사 결과(49.4%)와 달리 매우 높은 수치다.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이 최대한 담보된 가족 단위의 소규모 관광 활동을 선택한 것이다.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완주 오성한옥마을
전북 전주에서 차로 20분, 완주가 뜨고 있다. 녹운재, 아원고택 등 한옥으로 꾸려진 이곳은 전주의 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한옥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한옥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2~4인 등 소규모 인원으로 예약한 단독 별채에서는 도심에서 누리지 못했던 힐링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 설악산 국립공원 곰배골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려니, 자연도 예약제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으로 통하는 곰배골은 매일 300명 정원으로 입장객을 맞이한다. 1인당 10명만 예약할 수 있으니, 가족 단위로 여행할 곳을 찾는다면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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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숲으로 가다

‘편안한 불안보다는 불편한 안전’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원거리 청정 지역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불편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은 곳, 청정 이미지가 강한 지역으로 관광 선호도가 크게 늘고 있다. 섬과 숲이 그 대표주자다.






 전남 신안 영산도
2013년 환경부 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될 만큼 개발되지 않은 깨끗함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영산도는 향토음식 체험 공간으로 유명하다. 홍합, 미역, 성게, 전복, 톳, 다시마, 해삼, 우럭, 장어, 농어 등이 많이 난다. 깨끗한 청정해역에서 자라난 해산물을 주민들이 직접 잡아 손질해 신선하고 맛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다.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제주 한림읍 비양도
섬 속의 섬, 환상의 섬. 제주도에 딸린 비양도를 일컫는 말이다. 우도처럼 멋진 해수욕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생화산섬으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다양한 어종과 풍부한 어장을 갖춘 청정 해양수역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어족 자원이 풍부해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주도로가 있어 트레킹과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춘천시 방하리 굴참나무 숲
굴참나무 숲은 굴참나무가 집단으로 자생하는 천연림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산림자원 가치와 보존·연구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1993년도에 인공적으로 조림된 자작나무가 30헥타르(ha) 규모로 숲을 이루고 있으며, 새하얀 나무에 푸른 잎이 매력적인 경관을 자아낸다. 2020년 숲길 추가 노선과 마을과 숲길을 연결하는 숲길 네트워크 구축이 추진 중이다.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랜선 투어로 만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한 지난 5월 초 황금연휴 기간에는 오히려 전통적인 인기 관광지에 대한 방문객이 급증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위협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인기 관광지를 찾는 것은 다소 무모한 선택. 아, 샘솟는 관광 욕구를 어쩌랴! 이럴 때 우리에게는 손 안의 여행 ‘랜선 투어’가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방구석 여행자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


 박물관·유적지
많은 사람에게 있어 프랑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에펠탑이다. 그러나 막상 파리에 방문해서 에펠탑 위를 올라가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에펠탑 위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풍경이 궁금하다면 프랑스관광청에서 제공하는 랜선 투어를 선택해 보기를. 360도로 펼쳐지는 멋진 파리의 파노라믹뷰를 감상할 수 있다. 몽마르트 언덕, 몽파르나스 타워 등 파리의 랜드마크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에펠탑을 방문했다면, 그다음 행선지는 루브르박물관이다. 전시장 총면적 7만3000m², 403개의 방, 3만5000여 점의 방대한 작품 규모를 자랑하는 루브르박물관은 꼬박 하루를 할애해도 모든 전시품을 꼼꼼히 둘러보기 힘들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다. 아쉬움을 간직한 이들에게 루브르박물관이 준비한 가상 투어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집 소파에 앉아 여유를 갖고 천천히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해 보자. 영어로 제공되지만, 내부를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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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체험
리스본 양봉 체험(포르투갈), 지중해 농장에서 식탁까지(크로아티아), 국가 심사위원과 함께하는 커피 마스터 클래스(멕시코)…. 숙박 공유경제기업인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은 보다 색다른 랜선 투어를 가능하게 한다. 이 회사는 코로나19로 호스트들의 수익이 줄어들자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가상으로 여행하며 동시에 수익 창출까지 가능한 ‘온라인 체험’을 내놨다. 단순 유적지나 여행지를 화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세계의 일반인과 소통하고,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색 랜선 투어로 꼽힌다. 체험은 줌(Zoom)을 통해 진행된다.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가이드와 함께 랜선 투어
온라인 투어라고 해서 얕보지 마라. 가이드와 함께한다면 생생 여행으로 살아나기 마련이다. 마이리얼트립, 해피칼리지 등 다수의 플랫폼에서 전문가와 함께하는 랜선 투어를 내놓고 있다. 여행사진 몇 장, 짧은 영상을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각 국가별 투어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진행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랜선 투어를 체험할 수 있다. 일부 여행사는 날짜와 시간까지 예약해 가이드와 참여자가 실시간 대화도 할 수 있도록 한다. 랜선 투어의 참맛을 알고 싶다면, 도전!


[big story] 생활관광으로 즐기는 ‘S·A·F·E·T·Y’
회복의 시기, 9월 이후를 꿈꾸다

국내는 지난 5월 이후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면서 관광 수요 역시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5월 진행한 ‘코로나19 국민 국내 여행 영향조사’ 설문 결과에서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광 욕구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국내 관광 산업의 타격 등을 고려할 때 온전한 수요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국내 여행이 재개되기를 희망하는 시기로 ‘9월 이후’를 가장 선호했다. ‘9월 이후’를 선택한 비율이 33.9%로 가장 높았으며, ‘6월 중후반’과 ‘7월’, ‘8월’을 선택한 비율은 각각 12.7%, 13.6%, 10.3%에 불과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2호(2020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