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채희 기자 l 사진 서범세 기자] 목수 김윤관은 취미 목수들의 삶에 목공이 스며들길 바란다. 단순 유희를 넘어 공예의 울림을 전하는 목수 김윤관을 만나다.

[special] 김윤관 목수 "목공수업 유희를 넘어 삶과 연동되기를"

“가구 만드는 사람이에요. 목수, 그냥 동네 목수아저씨죠.”


경기 파주 작업장에서 만난 ‘김윤관 목가구공방&아카데미’의 대표목수 김윤관의 짧지만 강렬한 자기소개다. 김윤관은 목가구의 아름다움은 조선의 목가구에 그 정수가 있다고 믿고 조선 문화와 당시의 목가구를 바탕으로 현대 목가구를 제작한다. 작품 명칭은 <조선 클래식>. 조선 클래식이란 주제하에 지금까지 ‘남자의 서재’(2014년), ‘8할의 아름다움’(2017년), ‘명창정궤: 볕 드는 창 아래 정갈한 책상’(2019년)의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 2015년부터는 김윤관 목가구아카데미를 열고 목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수업은 여타의 공방과는 다르다. 일반 교육공방의 커리큘럼인 ‘목재의 이해’나 ‘수공구의 이해’와 같은 이론 강좌 없이 곧바로 가구 제작에 돌입한다. 실제 몸을 부딪치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배우는 것이 목공수업에 보다 적합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는 직업 목수뿐 아니라 취미 목수들이 목공수업을 통해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이 아닌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즐거움을 추구하기를 바란다. 삶의 또 하나의 의미로써 목공의 깊이를 전하고 싶은 목수 김윤관을 만났다.


[special] 김윤관 목수 "목공수업 유희를 넘어 삶과 연동되기를"


-가구공방이 급증했습니다. 인기를 실감하나요.


“5~6년 정도 됐습니다. 목공방이 많이 생겼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수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윤관 목가구아카데미를 찾는 분들도 늘었나요.


“보다시피 제가 강성 이미지를 풍기다 보니 편하게 찾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또 우리 공방이 수업료가 꽤 센 편이에요. 가볍게 하루 해 보겠다거나 그런 분들은 잘 없고, 제대로 한 번 해 보고 싶은 분들이 주로 오십니다. 수강생의 3분의 2는 초보입니다. 대체로 40~50대 남성들이 많은데 이번 수업에 처음으로 20대 수강생이 오셔서 매우 놀랐습니다. 주변에서 20대를 만난 게 너무 오랜만이에요(웃음).”


-아카데미를 소개한다면.


“가구만 다룹니다. 패브릭이나 금속과 협업하는 등요즘 유행하는 융합, 통합과는 거리가 멀죠. 오로지 나무에 집중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우드나 합판 작업은 안 합니다. 하드우드로 작업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비용이 꽤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골프를 취미로 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보면 됩니다. 커리큘럼은 10개월 과정인데, 수공구 이해, 대패치는 법 그런 것 없이 바로 첫날부터 가구 만들기 실전에 들어갑니다. 첫 단계가 서안(평좌식 책상)이죠. 초보자도, 숙련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무조건 만들어 보는 거예요. 그렇게 10개월 과정으로 3~4개의 생활가구를 만들다가 마지막 단계는 다시 서안으로 끝납니다. 처음 만든 것과 비교해 1년간 얼마나 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special] 김윤관 목수 "목공수업 유희를 넘어 삶과 연동되기를"

(사진) 서안.


-서안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안은 상판 1개, 상판을 지지하는 측판 2개, 양쪽 측판을 이어주는 하부의 가로판 1개, 이렇게 단 4개의 판재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떠한 장식이나 기교도 없이 나무의 색과 결이 주는 장식성, 집중과 숙련의 기술적 완성도, 그리고 비례만으로 아름다움을 구현해야 하죠. 도망칠 곳이 없습니다. 실력을 숨길 수가 없는 완벽한 작품이기 때문이죠. 단순히 아름다움에서만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목공수업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10개월이 길어 보이지만 실은 턱없이 부족한 기간입니다. 주 2회 나와 목공을 하는 것이니 실은 3개월도 채 안 됩니다. 가구 4~5개를 빠듯하게 만들죠. 그 10개월을 내가 꼭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와야 합니다. 목공수업을 듣다 보면 내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껴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목공에 갖고 있던 선입견이 깨지는 단계는 반드시 옵니다. 힘들지만 그것을 거쳐야 무언가 이루어지는데 견디지 못하면 결과물을 볼 수가 없죠. 그래서 강조합니다. 10개월을 해 보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목수와 수강생 서로 간 신뢰이기도 하죠.”


-사람들이 목가구에 빠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분명히 할 것은 목가구나 가구에 대한 관심이 아닙니다. ‘목공’에 대한 관심이죠. 수강생 중에 목공을 하다가 온 사람들도 있지만, 목가구를 사 본 적이 있냐고 물으면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 공방만 그럴까요. 다른 공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무를 만지는 물성 소재에 대한 관심이자 대패를 치고, 끌치고 하는 목공 작업에 대한 관심이지요. 그 결과물이 목가구일 뿐입니다.”


-나무의 매력에 빠져 목공을 하는 것은 어떤가요.


“나무에 대한 환상은 깨지기 쉽습니다. (나무의 매력에 빠져 목공을 배우면) 좋은 작업을 하기도 어렵죠. 나무가 좋으면 산을 찾으면 됩니다. 우리는 목재를 쓰는 사람들이죠. 나무와 목재는 다릅니다. 가구를 만드는 시간보다 나무를 찾으러 전국을 헤매는 데 시간을 더 쓸 수 있어요.”


-목수 김윤관의 시작은 어땠나요.


“(목공을 해야겠다는) 결정적인 순간은 없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목수의 길로 접어들었어요. 처음에는 도피처로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직에서 일하는 행위들이 내 삶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에 힘겨움을 느꼈습니다. 과장 김윤관, 부장 김윤관이 아니라 그냥 김윤관으로서 사람을 만나고 싶었죠. 목수가 그랬습니다. 온전히 나로 산다는 느낌이 강했죠.”


-어떻게 배웠나요.


“(공예에서) 도제 시스템은 실상 무너졌습니다. 여기저기 떠돌면서 배웠어요. 교육기관도 가 보고, 누가 톱질을 잘한다, 대패를 잘 친다 그러면 가서 배우기도 하고. 기능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그러면 또 가 보고.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내 작업을 시작하면서 혼자 깨우치는 과정이 길었습니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아카데미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아카데미를 시작한 게 몇 년 안 됐습니다. 거창하지만 일종의 ‘무브먼트(운동)’를 하고 싶었어요. 흔히 말하는 미술공예운동처럼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한국공예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공예가가 모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공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오로지 목가구에만 집중해 가구를 만들고 목수와 공예를 주제로 이야기할 동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취미 목수가 늘고 있습니다. 반가운 현상인가요.


“제 주변만 봐도 4050대가 되면 안 해 본 취미가 거의 없습니다. 골프, 트럼펫, 컬렉터, 목공 등 재미있다는 건 다 해 봤죠. 한번은 아는 분이 ‘월, 화에 색소폰을 배우면 수, 목은 뭘 배우지’ 묻더군요. ‘월, 화에 색소폰을 배우고 수, 목은 연습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답했습니다. 취미란 게 삶과 유리돼 잠깐 시간을 때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잠깐의 진통제 같은 것이지, 치료제는 아니니까요. 당신의 취미가 기타든 색소폰이든 삶과 연동돼 짧은 시간의 유희가 아닌 삶의 태도와 향기를 바꾸는 아름다운 행위이길 바랍니다. 목공수업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취미 중 하나로 삼기에 목공은 너무 힘든 작업입니다. 우리의 윗세대에서 목공은 그저 직업이었고, 목수가 아니고서는 목공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은퇴 이후 목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무직과 같은) 반대의 길을 걸었을 가능성이 높겠죠. 반대되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기의 삶을 정반대에서 되돌아보고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단순 유희를 넘어 삶과 연동될 수만 있다면 그 반대에서 삶을 되돌아보게 할 수 있는 외부적 기재로써 목공이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special] 김윤관 목수 "목공수업 유희를 넘어 삶과 연동되기를"


목수 김윤관은…


“눈을 현혹케 하는 신기한 형태나 장식적 요소는 적어도 내가 만드는 가구에서는 해악에 가깝다.”


목수 김윤관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간결함’이다. 그는 간결함을 위해 ‘8할의 아름다움’을 택했다. 11의 넘침도 10의 꽉 참도, 7이나 6의 부족함도 아닌, 그저 8할 정도의 자족함을 지닌 가구. 그의 표현으로는 ‘적절한 멈춤’이다.


목수 김윤관에게 8할의 아름다움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가구는 조선의 목가구다. 그래서일까. 그의 연작 <조선 클래식>은 19세기 조선 목수와 21세기의 목수의 대화이자, 그의 목공 인생을 담은 외로운 투쟁사다. 조선의 공예품이 품었던 ‘8할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한 정진, 그리고 그 기록.


[special] 김윤관 목수 "목공수업 유희를 넘어 삶과 연동되기를"


사방탁자 경 30(W)×320(D)×210(H)

‘8할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방탁자. 구조적으로도 완벽하지만, 조선 목가구 중 가장 현대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목수들이 도전하지만, 완결된 아름다움을 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법. 조선 목가구 사방탁자의 완결된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것, 아니 필적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의 평생의 숙제다.


[special] 김윤관 목수 "목공수업 유희를 넘어 삶과 연동되기를"

삼방탁자 주 320(W)×305(D)×210(H)
조선 목가구에 빛을 투영한 작품 칼럼(가제). 유럽 수도원 기행 중 1176년에 지은 르 토로네 수도원에서 빛과 건축물의 융합을 보고 만든 작품. <조선 클래식>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조형성을 담았다.


[special] 김윤관 목수 "목공수업 유희를 넘어 삶과 연동되기를"

의걸이장 647(W)×462(D)×200(W)
문의 프레임을 없앤 조선 의걸이장. 선을 지우기 위해 문 앞판에 함수율 6% 이하의 탄화목을 사용, 리쏘잉한 후 그 사이에 흠을 내고 용접된 철제 구조물을 심어 휨을 잡았다. 나무의 물성을 파악하기 위해 한여름에 컨테이너, 맹추위에 야외 옥상 등 극한 상황에 의걸이장을 집어넣었다. 비효율적인 과정에서 탄생한 공예이자 <조선 클래식>의 시발점.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