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시장 양극화 심화, 입지보다 콘텐츠 경쟁력 봐라”

[Special interview]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상가 시장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있다. 주택 시장의 풍선효과로 떠오른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수익형 부동산의 폭락이 예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급매는 관심을 가져도 좋다”며 “다만 공실 리스크가 상당한 만큼 이해도가 낮다면 포기도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상가 시장 양극화 심화, 입지보다 콘텐츠 경쟁력 봐라”
‘상가 잘못 사면 상가(喪家) 된다’는 말이 있다. 올해 들어 상가 ‘눈물의 급매’가 늘었다. 올 1~2월 전국 상업용 부동산(상가)이 1년 전과 비교해 거래량은 늘어난 반면 매매가격은 떨어졌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1~2월 2달간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1443건이었다. 전년 동기 1185건 대비 21.8% 증가한 수치다.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의 거래량이 1267건으로 전체의 87.8%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로는 229건(22%) 늘었다.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916만 원으로 전년 동기 1187만 원 대비 271만 원 떨어졌다.


전국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4월 전국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1억7842만 원으로 3월(1억7849만 원)보다 7만 원 낮아졌다. 지난해 7월 이후 소폭씩 상승하다가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모두 하락했다. 낙폭이 가장 큰 지역은 부산(-28만 원)이었으며, 대구(-27만3000원), 울산(-26만4000원), 경기(-21만7000원) 등이 뒤를 이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역발상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도 될까.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에게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투자 유의점을 알아봤다.

“상가 시장 양극화 심화, 입지보다 콘텐츠 경쟁력 봐라”

지금 상가 사도 될까요.
“급매라면 관심을 가져 볼 만합니다. 월세는 변동 폭이 크지 않아요. ‘상가임대차보호법’도 있고, 월세를 갑자기 10%, 20% 올릴 순 없잖아요. 결국 얼마만큼 싸게 구입해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가가 중요해요. 일반적으로 상가 투자자들은 은행 이자보다 월 2~3배의 이익이 날 수 있느냐를 보고 투자해요. 통상 투자수익률 4% 이상이면 투자 선호도가 있습니다. 강남처럼 환금성이 좋은 시장이라면 3% 미만도 잘 거래되고요. 상가 투자 시 가격과 함께 상권력을 따져 봐야 합니다.”


최근 선호되는 상가가 있나요.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힙니다. 500세대, 1000세대 등 배후 수요를 판단하기 용이해 초보 투자자들에게 적합합니다. 시세보다 5%든, 10%든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다면 매입가격 수준은 유지되는 편이거든요. 다만 신규 분양 상가보다는 이미 상권이 무르익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도시는 상권이 안정 단계에 이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곳입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안이 있을까요.
“좋은 입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건물마다 커피전문점이 생기는 등 업종 간 경쟁이 치열하고, 온라인 소비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실제 요즘 화장품 매장이 오프라인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소비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옮겨 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으로는 입지보다 ‘콘텐츠’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봅니다. 젊은 층은 이색적이고 독특한 것에 열광합니다. 프랜차이즈 F&B(Food & beverage) 업종보다 라이프 매장이 키 테넌트(key tenant)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골목상권에서 줄 서서 먹는 떡볶이집이 있듯, 유사 업종에서도 개성 있는 콘텐츠업체를 유치할 수 있느냐가 가치를 결정할 겁니다.”


공실 리스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최근 상담을 가장 많이 받는 게 택지지구 공실 문제입니다. 1~2개월도 아니고 1년, 아니면 그 이상 공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런 곳의 상가 투자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상가가 비어 있어도 관리비나 금융비용(대출)은 내야 합니다. 수익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가 되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개 ‘중개업소에 임대료를 낮춰서 내놨다’, ‘그래도 임차인이 안 들어온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그 해당 상가뿐 아니라 전후좌우 다 비어 있는 상권에 어떤 임차인이 들어가려 하겠어요. 단순히 중개업소에 기대서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처음에 해당 지역의 유동인구나 배후 수요를 보고 투자했을 텐데 수요가 없잖습니까. 그럼 역발상을 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오지 않으면, 소비자를 찾아가는 업종을 유치하려 노력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배달 업종을 유치한다거나, 공유주방으로 시설을 바꿀 수 있고, 직접 창업 공간으로 쓴다거나 사무실이나 창고로 임대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고려해 봐야 합니다.”


상가 투자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상가 시장도 양극화입니다. 결국 상가는 소비자를 상대하는 거잖아요.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유입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거죠. 해당 상가가 주거 수요를 공략하는 상권인가, 주거 수요에 직장인을 상대하는 상권인가, 학생 유동인구가 있나, 관광 수요가 있나 등을 체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결론적으로 주거 수요에 더해 직장인 수요, 학생 수요, 관광 수요 등이 여러 겹으로 겹칠 수 있는 상권이 좋습니다. 강남은 기본 거주인구도 있겠지만, 직장인 수요가 엄청납니다. 유동인구가 10만 명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웬만한 지방 도시의 인구가 다닙니다. 직장인은 특성상 사무실 인근에서 점심식사 등을 하고 회식을 하는 의무 수요가 있습니다. 반면 택지지구는 인근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배후 수요밖에 없어요. 그런데 거주자들은 꼭 필요한 수요만 하는 선택 수요 경향이 강합니다. 이를테면 신도시에 살아도 집 근처에서는 최소한의 생필품 소비만 하고 대부분의 소비를 직장 근처에서 하는 겁니다. 세종시 상가의 어려움을 얘기할 때 흔히 공급 문제를 꼽지만, 그보단 일부 관공서 수요에 국한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위례신도시에도 직장인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고, 동판교는 판교테크노밸리를 두고 있지만, 서판교는 직장 수요가 적습니다. 결국 월세는 장사하는 임차인이 올리는 매출에서 나온다는 점을 꼭 유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월세는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요.
“과거 연구소에서 100개 단지 내 상가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500세대, 1500세대 등 일정한 패턴을 연구했는데 이렇다 할 공식은 없었습니다. 흔히 자리(입지)가 좋으면 월세가 잘 들어오겠거니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입지는 좋은데, 임대료가 높다면 어떨까요. 월세 500만 원을 받는 상가라면 적어도 5000만 원을 버는 임차인이 들어와야 합니다. 아무리 자리가 좋아도 월 매출 1000만 원 올리는 임차인에게 월세 200만 원, 300만 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통상 월세의 10배 이상은 매출이 나와야 임차인이 버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임대료에 대한 저항력이 생깁니다. 운 좋게 임차인을 구했다 해도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나가게 됩니다. 요즘 신규 분양하는 상가들을 보면 공간은 작은데 가격은 턱없이 높은 곳이 많습니다. 33㎡도 채 안 되는 상가들이 많은데, 거기서 무엇을 하면 몇천만 원 매출이 나올까요. 상가에 투자할 때는 그 공간에 어떤 임차인을 맞을 것인가도 예상해 봐야 합니다.”


오피스텔은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에 따라 대체 투자처로 관심을 모았는데요. 최근 하락 추세로 돌아선 배경은 무엇인가요.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데 오피스텔 공급은 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격은 높고요. 공급가가 높다 보니 수익률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또 오피스텔 자체도 많고,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청년주택 등 유사 상품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진행한 전국 14곳 중 절반 이상인 8곳이 미달했습니다. 다만 4월 대전에서 분양한 한 오피스텔은 222.9대1, 지난 3월 인천에서 분양한 다른 오피스텔은 180.29대1(1순위 평균)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는 등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입지는 기본이고, 가격의 합리성과 콘텐츠에서 경쟁력이 나뉜다고 봅니다.”


오피스텔 대부분이 미분양인데,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어떤 점에서 차별화한 것인가요.
“222.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대전 도안 힐스테이트와 180.29대1의 높은 청약률을 보인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로 나왔습니다. 규모도 84㎡, 59㎡로 중소형 아파트 수준이고, 테라스에 팬트리, 세대 창고 등도 선보였습니다. 대출 규제가 심한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주거용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신혼부부 등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거용 오피스텔이 인기가 높습니다. 신축 아파트 수준의 커뮤니티와 시설 경쟁력도 중요합니다. 다만 주택 규제의 ‘풍선효과’로 청약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오피스텔에 투자할 경우 세금(양도소득세 등)을 매길 땐 주택으로 간주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초보 투자자에게 당부할 점은.
“경기 악화로 급매나 미분양이 나온다고 덜컥 매수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 경매를 보면 수차례 유찰된 경우가 적잖은데, 공실 발생에 대한 대안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D급 상가를 싼 가격에 인수한 후 직접 창업해 가치를 높인다는 식으로요. 앞서도 살펴봤듯 공실이 나면 수익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로 버텨야 합니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포기도 투자 전략입니다.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요가 있는 아파트 임대 등 주거용 부동산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박대원 소장은…

“상가 시장 양극화 심화, 입지보다 콘텐츠 경쟁력 봐라”
30대에 부동산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다 2006년 상가정보연구소를 설립했다. 상가 동향 및 유망 상권 분석을 비롯해 오피스텔, 오피스 시장 현황을 분석해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2020 대예측>의 상가시장편을 집필했다. 공저로 <부동산 대해부> 등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1호(2020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