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 | 사진 각 사 제공]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늘었다. 사람들의 관심과 브랜드의 전략이 맞물렸다.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이 흐름을 놓칠 리 없다. 라인업을 확장하는 대형 SUV를 선보였다. 대형 SUV의 풍요로움을 저마다 자기 식대로 풀어냈다. 달라서 더 흥미롭다.

프리미엄 SUV의 확장, 눈길 끄네


사람 마음이 그렇다. 보다 좋은 걸 바라본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은 선거 슬로건만은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본능이다. 자동차회사가 상품을 내놓는 방식도 비슷하다. 제일 나중에 나온 차가 가장 좋은 차라는 말이 있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비교할 때 주로 쓴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에만 해당할까.

자동차 기술력은 점점 상향평준화를 이뤄 왔다. 높은 고지를 향해 나아간다. 이때 기술력은 기본, 다채로운 라인업으로도 더 나은 지점을 선보인다. 예전에 없던 모델. 바뀌는 취향을 겨냥하는 모델. 더 풍요로운 모델. 점점 새로운 모델이 늘어간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지만 이동수단으로만 기능하지 않다. 운전자의 취향을 담는다. 필요를 설명할 때도 있다. 때로 삶의 지향점을 표현하기도 한다. 크기, 장르, 가격 등 각 요소가 운전자를 알게 모르게 드러낸다. 자동차가 개성을 표현한다는 얘기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자동차 브랜드는 이 지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알기에 노력한다.

더 많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모델만으로 변화하는 취향을 따라가기 힘들다. 더 뾰족해지는 개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 점점 자동차 라인업이 확장하는 이유다. 모델과 모델 사이를 채우고, 크기를 늘리거나 줄인다. 또는 기존 모델을 재해석해 새로운 모델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새로운 SUV를 대거 내놨다. 대형 SUV로 라인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스타일로 확장한 취향을 겨냥한다. 모두 기존 라인업에 없던 모델들이다. 대형 SUV에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 특별한 SUV를 원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전과 다른, 어떤 면에서 보다 나은 지점을 원하는 마음을 자극한다. 크거나 특별하거나. SUV 전성시대라는 흐름에서 브랜드마다 내놓은 전략 모델들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한다.

프리미엄 SUV의 확장, 눈길 끄네
진중하고 강렬한, BMW X7

BMW X7는 BMW가 선보인 대형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이다. BMW는 SUV를 SAV로 부른다. SUV보다 SAV가 브랜드 성격에 알맞다는 선긋기다. 뭘 또 그렇게까지 특별하게 보일까 싶다가도 타 보면 이해한다. 주행의 재미를 좇는 브랜드 성격은 SUV라고 해서 어디 가지 않는다. SUV가 이렇게도 달릴 수 있구나 싶어 놀란다.

스포츠카 브랜드가 내놓은 SUV가 있긴 하지만, 이런 모델은 예외로 두는 게 옳다. 전 차종을 선보이는 브랜드로서는 BMW의 고집을 인정해 줄 수 있다. BMW는 X6까지 선보이며 증명했다. X7은 보다 크다. 3열까지 있다. 길고 높아서 거대하다. 이런 X7에도 SAV라고 붙일 수 있을까. 타기 전까지 회의적이었다. BMW는 어떤 모델이든 예외 없었다. 3열까지 품은 대형 SUV에서도 역동성을 이식했다.

특히 m50d 모델이 압권이다. 3.0 쿼드 터보 디젤 엔진은 2톤 반인 덩치를 맹렬하게 밀어붙인다. 토크가 무려 77.5kg·m다. 가속페달을 지려 밟으면 노도 같은 힘이 등을 떠민다. 출력만 풍성하다고 이런 움직임이 가능할 리 없다. 출력을 감당할 섀시와 차체를 지탱할 서스펜션도 필요하다. 삼박자가 잘 어우러졌다. BMW가 쌓아 온 기술력이 뭔지 몰라도 운전자는 몸으로 느낀다. 느긋하게 탈 때는 진중하다. 달리고 싶을 땐 호쾌하다. 그 모든 동작을 능수능란하게 오간다. 거대한 키드니 그릴이 주는 위압감은 단지 디자인 느낌만은 아니다.

X7은 대형 SUV다운 고급스러움도 놓치지 않는다. 새로운 모델이라고 특별히 실내를 다시 구성하진 않았다. 익히 봐 온 BMW 실내다. 대신 소재를 아끼지 않았다. 꼭짓점인 m50d 모델은 필러와 천장까지 알칸타라를 둘렀다. 보기도 좋고 만지면 더 좋다. 크리스털 기어 노브도 기함급 모델다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익숙하지만 다른, 딱 기존 BMW 고객이라면 혹할 만한 구성이다. 3열까지 품은 실내공간의 여유야 말할 것도 없다. 꼭 3열을 쓰지 않더라도 풍요로움은 언제나 넘칠수록 좋으니까.

프리미엄 SUV의 확장, 눈길 끄네


미국 대형 SUV의 맛, 캐딜락 XT6

캐딜락의 SUV 기함은 에스컬레이드다. 미국 고급 대형 SUV의 아이콘 같은 모델이다. 다부지고 당당하다. 연예인들이 이동수단으로 즐겨 타기도 한다. 그만큼 눈에 띄고 비싸다. 누군가에겐 로망 같은 차지만,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때로 멋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특히 패밀리카 역할을 해야 하는 대형 SUV라면. 캐딜락 XT6는 딱 그 지점을 공략한다. 에스컬레이드에서 부담을 덜어 내고 고급스러움을 유지한 대형 SUV. 캐딜락 라인업에서 에스컬레이드와 중형 SUV인 XT5 사이를 채운다. 그동안 두 모델 사이 거리가 좀 멀긴 했으니까.

XT6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SUV와 지향점이 다르다. 독일 프리미엄 모델은 SUV인데도 자세를 잘 잡는다. SUV라는 형태적 특성이 드러나긴 해도 기술로 차체를 다잡는다. 승차감이 단단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반면 미국 SUV는 안락함 위주로 차체를 풀어 놓는다. 과거 미국 세단이 그랬듯이.

물론 이제 미국 자동차도 하체를 단단하게 조이는 추세지만, XT6는 옛 감흥을 품었다. 안락함에 집중했다. 대형 SUV라는 형태적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전고가 높고 휠베이스가 긴 대형 차량일수록 거동이 나긋나긋할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반응이다. XT6는 그 성격을 살리는 식으로 매만졌다. 대형 SUV이기에 어울리는 거동이다.

XT6의 엔진 역시 옛 감흥을 자극한다. V6 3649cc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요즘 자동차의 엔진에는 거의 터보차저가 붙는다. 배기량을 줄이고 출력을 높이는 묘수다. 효율을 생각하는 다운사이징 엔진은 이제 일상적이다.

XT6는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택했다. 대형 고급 SUV의 주행 질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랄까. 매끄럽게 치솟는 엔진 회전수 질감이 짜릿하다. 안락한데 짜릿하다. 조합이 이상할 수 있다. 예전 미국 머슬카가 이랬다. 요즘 SUV는 이런 질감을 내기 힘들다. XT6만의 장점이 될 수 있다. 3열 공간이 가장 여유롭다는 특장점을 말하지 않더라도.

프리미엄 SUV의 확장, 눈길 끄네
조금 다른 스타일, 아우디 Q8

아우디 Q8은 전에 없던 모델이다. 새로운 숫자를 부여받아 나왔다. 그 전까지 아우디 라인업에서 아우디 Q7이 SUV의 마지막 숫자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아우디 Q8이 크기를 더 키운 모델은 아니다. 크기 대신 스타일을 가미했다. 세단에 쿠페 형태를 조합한 쿠페형 세단처럼.

SUV에도 쿠페형 바람이 분 지 오래다. 사람들은 조금 다른 걸 원했고, 브랜드가 화답했다. 쿠페형 세단이든, 쿠페형 SUV든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요즘 사람들에게 스타일은 성능만큼 중요한 요소였으니까. 어쩌면 쿠페형 SUV는 다 갖고 싶은 욕망을 대변한다. 세단보다 더 커다란 공간에, 쿠페 스타일까지 움켜쥐고 싶은 마음. 아우디 Q8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아우디 Q8는 쿠페형 SUV지만 조금 방향성이 다르다. 보통 쿠페형 SUV는 원형 모델에 뒤를 날렵하게 깎는 형태를 취한다. 누가 봐도 기본 모델의 쿠페형으로 보인다. 반면 아우디 Q8는 Q7의 쿠페 형태가 아니다. Q7의 뒤를 날렵하게 깎지 않았다. 아예 새롭게 낮고 넓은 형태로 SUV를 빚었다. 물론 크기는 아우디 Q7처럼 크게 유지하면서.

엄밀히 말하면, 아우디 Q8는 쿠페라는 요소를 스타일로 받아들여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쿠페형 SUV를 새롭게 풀어냈다. 낮고 넓은 형태는 Q7에 버금가는 크기와 맞물려 사뭇 다른 감흥을 자아낸다. 그러니까 역동적인 SUV. 쿠페는 원래 역동적이다. 차체 강성을 위해 문 2개만 만들고 고성능을 부린다. 이런 개념을 기함급 SUV에 적용한 셈이다. 디자인의 아우디다운 솜씨다.

다르게 보이는 대형 SUV. 아우디 Q8의 장점이다. 그동안 SUV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여전히 잘 팔리지만 그 안에서 돋보일 필요가 있다. 아우디 Q8는 차체 비율로 스타일을 달리했기에 기존 대형 SUV와는 다른 지점을 소구한다. 스포츠카 브랜드가 내놓은 SUV가 관심 끈 방식이다. SUV도 이런 형태와 비율로 나올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다채로운 취향을 시장이 받아들인 덕분이다. 물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마음과도 맞닿았다. 아우디 Q8 또한 노리는 지점이다.


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남성 잡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그에 파생된 문화에 관해 글을 써 왔다. 2017년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후에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양쪽을 오가며 글을 쓴다. 현재 자동차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아레나 옴므 플러스, 모터 트렌드 등 다수 매체에 자동차 & 모터사이클 관련 글을 기고한다. 엔진 달린 기계로 여행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