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이혜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살다 보면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돈이 쓰이기도 하는데,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준 생활비, 교육비가 다른 용도로 쓰이면 세금을 물어야 할까.
Question 아이가 집에서 멀리 떨어져 공부하고 있어서 생활비를 매월 송금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송금한 기간이 꽤 되고, 아이도 알뜰한 편이어서 그런지 보내준 돈이 상당히 남은 것 같습니다. 남은 금액을 투자할 만한 곳을 조언하려고 하는데,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지 고민입니다.
Solutions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 교육비 등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은 아닙니다. 다만 비과세되는 생활비에 해당되려면 요건이 있습니다. 우선, 생활비나 교육비를 지급한 사람이 지급받은 사람에 대하여 민법상 부양의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이어야 합니다. 직계혈족 사이에는 함께 살고 있지 않더라도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으므로 멀리 거주하는 자녀의 경우에도 부양의 의무는 인정됩니다.
해외에서 공부 중이어서 수입이 없는 아들 가족의 생활비를 위해 보내준 경우에도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생활비에 해당한다고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지급한 금액이 실제로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된 경우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증여세 과세가 문제될 때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질문과 같이 상당한 금액이 남아 그 금액을 주식, 토지 등 투자자산 매입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투자자산 매입에 사용된 금액은 실제 생활비로 볼 수 없게 돼 해당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계좌이체로 생활비를 송금하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이 경우에도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대상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의 범위에 한정됩니다. 판례는 부부 사이에는 증여 외에도 가족 공동생활의 편의,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계좌 이체 사실만 가지고는 바로 증여 사실이 추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과세 실무상 납세의무자가 송금 받은 금액의 목적이나 사용처를 소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부간 생활비의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이체 금액으로 투자자산을 매입하는 경우라면 더 이상 생활비로는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선례에 따르면 송금 받은 생활비를 정기예금, 적금 등으로 운용한 경우에도 생활비가 아니라고 판단될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생활비로 사용하고 남은 금액이 상당한 경우라면, 특별히 투자 등 다른 용도에 사용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보다 과다하게 지급된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했더라도 상당한 금액이 남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자금출처 조사, 상속세 세무조사 등을 통해 과거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해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80호(2020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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