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 =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3월부터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한 A씨. 그런데 연금수령액이 생각보다 적어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했더니 소득세를 떼고 남은 금액만 지급해서 그렇다고 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도 세금을 내야 하는 걸까.
2001년 12월 31일 이전까지만 해도 노령연금에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대신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납부한 보험료를 소득공제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소득 시기와 납세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금보험료로 납부한 돈은 60세 이후에나 꺼내 쓸 텐데, 당장 소득세를 납부했으니 말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도입한 것이 ‘연금보험료 소득공제’ 제도다. 보험료로 납부한 금액을 소득에서 공제하는 대신 연금을 수령할 때 과세하려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보험료를 소득에서 공제해 주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2001년 한 해 동안은 종합소득이 있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 중 50%를 소득에서 공제해 주고, 2002년 1월 이후부터는 보험료 전액을 소득공제 해 주고 있다. 연금을 수령할 때는 해당 연도에 수령한 연금에서 2002년 1월 1일(과세기준일) 이후 납부한 보험료를 기초로 해 수령한 연금소득만 과세한다.
어차피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납세 시기를 뒤로 늦추는 이득을 누리면서 세금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과세할 때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소득이 많으면 세 부담도 커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소득이 많은 근로 기간에 납부한 보험료를 공제받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은퇴생활 기간에 연금을 수령하면서 소득세를 납부하는 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임의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나
직장인과 같은 사업장가입자는 소득에 9%를 국민연금보험료로 납부하는데, 이 중 절반은 회사가 부담한다. 그리고 연말정산 때는 회사가 부담한 것은 빼고 본인이 실제 납부한 보험료만 소득공제 받는다. 지역가입자도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납부하는데, 이들은 보험료를 전부 본인이 부담하고, 납부한 보험료를 전부 세액공제 받는다.
그렇다면 임의가입자도 납부한 보험료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을까. 현재는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은 의무가입 대상이다. 하지만 만 27세 미만인 군인과 학생은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 이 밖에 배우자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가입하고 있거나 이미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도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의무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본인이 원하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데, 이를 ‘임의가입’이라고 한다.
임의가입자는 보험료로 얼마를 낼까.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와 달리, 전업주부와 학생, 군인은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소득이 없다. 그래서 보험료 상한과 하한을 법으로 정해 두고, 이 범위 내에서 임의가입자가 납부할 보험료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임의가입자는 9만 원부터 43만7400원 사이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금액을 정해 보험료로 납부하면 된다.
그러면 임의가입자도 납부한 보험료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을까.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전업주부는 소득이 없어 소득공제도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소득이 있는 배우자가 공제받을 수는 없을까. 이 또한 불가능하다. 소득공제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만 대상으로 한다.
보험료를 납부할 때는 소득공제를 못 받고, 연금을 수령할 때는 세금을 내야 하면 억울하지 않을까. 그래서 임의가입자가 과세기준일(2002년 1월 1일) 이후에 납부한 보험료 중에서 소득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을 과세기준액에서 빼 준다. 과세기준일 이후 소득공제를 받지 않은 보험료를 ‘과세제외기여금’이라고 한다.
과세기준액에서 과세제외기여금을 빼고 남은 금액에만 소득세를 부과한다. 그리고 과세제외기여금이 과세기준액보다 많으면 남는 금액을 이듬해로 이월해서 빼 준다. 예를 들어 올해 과세기준액이 500만 원이고 과세제외기여금이 700만 원이라고 해 보자. 이 경우 올해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내년에도 과세기준액에서 200만 원 빼고 남은 금액에만 세금을 부과한다.
추후납부 보험료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나
국민연금에는 가입돼 있으나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을 때는 납부예외신청을 하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1개월 이상 납입한 다음 경력단절 돼 국민연금 적용이 되지 않는 전업주부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납부예외기간’이나 ‘적용제외기간’에 내지 않은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추후납부’라고 한다. 추후납부를 하면 가입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노령연금 수령액도 늘어난다.
그러면 추후납부 보험료도 소득공제 대상일까. 이는 국민연금 가입 유형에 따라 다르다.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가 추후납부를 할 때는 납부한 보험료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임의가입자는 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므로 소득공제도 받을 수 없다. 임의가입 때와 마찬가지로 과세기준일 이후 소득공제 받지 않고 납부한 보험료는 나중에 노령연금을 받을 때 과세기준액에서 빼 준다.
반환일시금을 반납할 때도 소득공제 받나
이번에는 반환일시금에 대해 살펴보자.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 돼야 한다. 60세가 됐는데도 가입 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그때까지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반환일시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현재는 60세가 돼야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지만, 1999년 이전에는 60세 이전에도 퇴직하고 1년이 지나면 반환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
1999년 이전이면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다. 당시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반환일시금을 청구해 수령했었다. 최근 당시 받아갔던 반환일시금에 이자를 더해 국민연금공단에 반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반환일시금을 반납하면, 과거 소득대체율이 높았던 가입 기간을 회복해 노령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반납한 보험료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국민연금 보험료 전액을 소득공제하기 시작한 것이 2002년부터인데, 반납하는 보험료는 1999년 이전 것이기 때문이다. 소득공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보험료에서 발생한 연금에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소득공제를 안 받았는데도 연금소득세 내야 하나
노령연금을 받을 때 세금은 얼마나 낼까. 세금을 계산하려면 먼저 과세기준액부터 산출해야 한다. 노령연금 중 과세대상이 되는 것은 소득공제를 받은 보험료에서 발생한 것에 한한다. 즉, 연금수령액 중에서 2002년 이후 납부한 보험료에서 발생한 것만 과세기준액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계산 방법은 좀 복잡하다. 먼저 과거 보험료를 납부했던 기간의 기준소득월액을 연금 수급 개시 직전 연도의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데, 이를 ‘환산소득’이라고 한다. 그런 다음 전체 납입 기간의 환산소득누계액에서 과세기준일(2002년 1월 1일) 이후 환산소득누계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구한다. 여기에 해당 과세 기간에 수령한 연금액을 곱해서 나온 값이 과세기준액이다.
예를 들어 A씨가 2020년 한 해 동안 노령연금으로 1200만 원을 수령했다고 치자. A씨는 1991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2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고, 2011년 1월부터 노령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 동안 A씨의 기준소득월액을 연금 개시 전년도(2010년)의 가치로 환산해 합산하면 1억 원이고, 이 중 2002년 이후 환산소득만 더하면 5000만 원이다. 이 경우 A씨가 2020년에 받은 노령연금 1200만 원 중 600만 원[=1200만 원×(5000만 원÷1억 원)]만 과세기준액에 포함된다.
이번에는 과세기준액에서 과세제외기여금을 빼 줄 차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과세기준일(2002년 1월 1일) 이후에 소득공제를 받지 않고 납부한 보험료를 ‘과세제외기여금’이라고 한다. 전업주부가 임의가입을 하고 납부한 보험료가 대표적이다. 과세기준액에서 과세제외기여금을 빼고 남은 것이 과세대상 연금액이다.
노령연금 받을 때 세금은 얼마나 내나
과세대상 연금액을 산출했으면, 여기서 각종 공제 금액을 뺀 다음 과세표준을 산출할 차례다. 대표적으로 연금소득공제가 있다. 과세기준액이 350만 원 이하이면 전액을 공제해 주고, 350만 원 초과 700만 원까지는 40%, 700만 원 초과 1400만 원까지는 20%, 1400만 원 초과 금액은 10%를 공제해 준다. 이 같은 방법으로 과세기준액에서 최대 900만 원까지 공제해 준다.
연금소득공제 이외에도 본인과 부양가족에 대해 인적공제도 받을 수 있다. 과세대상 연금소득에서 각종 공제 금액을 빼고 남은 금액이 과세표준이 된다. 그리고 과세표준에 소득세율을 곱하고, 표준세액공제(7만 원)까지 차감하면 노령연금에 대한 세금이 계산된다. 이렇게 각종 공제 혜택이 많다 보니 노령연금 자체만으로는 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앞서 이성복 씨가 다른 부양가족 없이 혼자서 살고, 노령연금 이외에 다른 소득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노령연금 수령액 중 과세대상 연금액이 770만 원이라고 해 보자. 이 경우 과세대상 연금액에서 연금소득공제(504만 원)와 본인공제(150만 원)을 제하고 나면 과세표준은 116만 원이 된다. 여기에 세율(6%)을 곱해 세금을 산출하면 6만9600원이다. 그런데 표준세액공제(7만 원)가 있기 때문에 실제 이 씨가 납부할 세금은 없다.
혼자 살면서 노령연금 이외 다른 소득이 없으면 과세대상 연금액이 770만 원을 넘는 경우에만 세금을 내게 된다. 왼쪽 표는 과세대상 연금액이 커지면서 소득세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나타낸 것이다.
반환일시금 받을 때도 세금 내나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한 다음 60세 이후에 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60세가 됐는데도 납입 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반환일시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 밖에 가입자가 국외로 이주하거나 국적을 상실한 경우, 가입자가 사망했으나 유족연금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반환일시금이 지급된다. 반환일시금은 가입 기간 중 본인이 납부한 연금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받게 된다. 이때 이자는 3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을 적용한다.
그렇다면 반환일시금을 수령할 때도 세금을 내야 할까.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연금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으로 본다. 퇴직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류과세를 한다. 그리고 가입자가 사망한 다음 지급되는 반환일시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과세 대상 소득은 2002년 1월 이후 납부한 보험료와 이자와 반환일시금에서 과세기준일 이전에 납부한 기여금을 뺀 금액 중에서 적은 금액으로 한다.
유족연금 받을 때도 세금 내나
국민연금 가입자나 노령연금 수급자가 사망하면 유족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유족연금 수령액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일 때는 기본연금의 40%, 10년 이상 20년 미만일 때는 50%, 20년 이상일 때는 60%를 받을 수 있다. 노령연금과 달리 유족연금에는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가입자나 가입자였던 자가 사망했으나 유족이 없어 유족연금이나 반환일시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더 넓은 범위의 유족에게 사망일시금을 지급한다. 유족연금과 마찬가지로 사망일시금도 비과세대상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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