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배현정 기사 | 사진 각 사 제공] 2020년 카드업계는 안정보다 ‘혁신’을 택했다. 카드업계가 불황 속에 수장 교체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3월 19일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의 공식 취임을 시작으로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이동면 BC카드 사장이 카드업계 새 판짜기에 나선다.


금융권 인사에서 은행계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와 비(非)은행계 카드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12월 수장의 임기 만료를 앞뒀던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 3곳은 ‘연임’으로 안정을 택했다. 지난해 508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인 신한카드의 임영진 사장은 카드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켜내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지난해 3165억 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빛나는 성적표’를 받았다. 카드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내려앉은 가운데 KB국민카드는 전년보다 10.4% 증가한 저력을 보였다.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은 ‘카드의 정석’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우리카드의 유효회원은 ‘카드의 정석’ 출시를 전후로 지난해 2분기 664만2000명에서 지난해 4분기 721만40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비(非)은행계 카드사인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수장 교체로 승부수를 던졌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계열은행과 연계한 영업으로 상대적으로 실적 방어가 수월한 반면, 기업계 카드사들은 경기 둔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양상이다.


카드 프로세싱 대행을 주 사업으로 하는 BC카드도 새 구원 투수를 선임했다. 3월 19일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의 취임을 시작으로 이동면 BC카드 사장이 3월 25일 취임했고,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이 3월 말 주총을 거쳐 공식 선임된다. 3개 카드사의 신임 CEO들은 모두 50대로 세대교체에 나선다. 특히 삼성카드와 BC카드는 카드사 근무 경험이 없는 수장을 내세우면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롯데카드는 현대카드 출신 마케팅 전문가인 조좌진 사장을 선임해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1위 도약 과제…신성장 동력 마련 시급

김대환(1963년)학력: 서울대 경제학과전문 분야: 재무관리이력 :1986년 삼성생명 입사,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 임원, 경영혁신 그룹장,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 출신.
김대환(1963년)학력: 서울대 경제학과전문 분야: 재무관리이력 :1986년 삼성생명 입사,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 임원, 경영혁신 그룹장,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 출신.
김대환 부사장이 3월 19일 삼성카드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1963년생인 김 신임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삼성생명 입사 후 경영지원실에서 상무, 전무, 부사장(CFO)으로 재직한 재무관리 전문가다.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여건에서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 업계 선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삼성카드의 수장이 교체된 것은 6년 여 만이다. 강도 높은 쇄신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비용 절감과 고비용 마케팅 축소 등으로 344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0.3% 수준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카드업계 만년 2위인 삼성카드의 ‘1위 도약’은 오랜 숙원이다. 2013년 원기찬 사장 취임 당시부터 정상 도약을 선포했지만, 지난해에는 되레 뒷걸음질 쳤다. 시장점유율 면에서 1위 신한카드(21.93%)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3위인 KB국민카드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사별 전체 신용판매 시장점유율은 삼성카드가 17.50%, KB국민카드가 17.36%로 두 카드사의 차이는 0.14%포인트에 그친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18년간 오랜 동반자였던 코스트코와의 결별로 시장지배력에 타격을 입었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바꿀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친정인 삼성생명과의 시너지 강화에 대한 기대도 높다. 오는 7월 ‘데이터 3법 개정안(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효에 맞춰 이종 데이터 간 협업이 가능해졌다. 삼성카드는 빅데이터 활용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카드사로 꼽힌다. 2014년 회원 개인별로 각기 다른 혜택을 제시하는 ‘링크’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올해는 데이터분석센터 내에 가맹점 컨설팅 서비스인 ‘비즈인사이트’를 본격적으로 수익 사업화할 예정이다. 삼성생명도 빅데이터 분석전담 조직을 설립했다. 삼성카드는 “김대환 대표가 과감한 혁신으로 회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CEO 세대 교체…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

조좌진(1967년)학력: 서울대 경제학과전문 분야: 마케팅 이력: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마케팅총괄 본부장, 올리버 와이만한국대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전략본부장, 현대캐피탈 아메리카 (HCA) 대표이사, JCMC(James Cho Management Consulting) 대표.
조좌진(1967년)학력: 서울대 경제학과전문 분야: 마케팅 이력: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마케팅총괄 본부장, 올리버 와이만한국대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전략본부장, 현대캐피탈 아메리카 (HCA) 대표이사, JCMC(James Cho Management Consulting) 대표.
롯데카드는 젊은 피를 수혈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 12일 새 대표이사 사장에 조좌진 전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 대표를 깜짝 선임했다. 조좌진 사장 후보는 1967년생으로 8개 전업계 카드사 CEO 가운데 가장 젊다. 특히 이번 인사는 2017년부터 롯데카드를 이끌어 온 김창권 사장의 임기가 내년 초까지임에도 이례적으로 단행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는 방증이다.


조 사장 후보는 올해 초 새롭게 지휘봉을 맡는 카드사 CEO 중 유일하게 카드업계에 정통한 마케팅 전문가다. 현대카드 마케팅총괄본부장, 전략본부장을 거쳤다. 올리버 와이만(Oliver Wyman) 한국대표도 지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조 후보는 신용카드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롯데카드를 업계 선도의 신용카드 회사로 성장시키는 도약을 이뤄낼 적임자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 사장 후보는 3월 말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조 사장 후보의 최우선 과제는 롯데카드의 수익성 제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571억 원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2018년 1143억 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카드수수료 인하라는 업계의 어려움에다 회사 매각과 관련한 특수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에서 MBK파트너스로 매각됐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디지털 역량과 마케팅 융합을 꾀하는 ‘마케팅디지털본부’와 할부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채권본부’, 법인회원에 집중하기 위한 ‘영업본부’ 등 총 4개 본부 체계로 재편했다. 특히 경영전략본부와 마케팅디지털본부, 금융채권본부장에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성과 중심 체계를 구축했다.


경영전략본부장에는 석동일 삼성카드 고객서비스 대표가 영입됐고, 마케팅디지털본부장을 맡은 박익진 부사장은 매킨지 파트너와 현대카드 기획지원부본부장을 거쳤다. 구영우 금융채권본부장 부사장은 HK저축은행 대표, 한국리테일투자운용 대표 등을 지냈다. 한편 2017년부터 롯데카드를 이끌어 온 김창권 대표이사 사장은 상근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롯데카드에서는 처음으로 부회장 직책을 신설해 선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 부회장은 롯데그룹과 MBK파트너스 사이의 가교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쟁 카드사 출신 주요 경영진을 영입함과 동시에 김창권 부회장의 도움으로, MBK파트너스에 둥지를 튼 롯데카드의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동면 BC카드 사장
R&D 출신 CEO, 글로벌 디지털 역량 강화

이동면(1962년)학력:  서울대 전자공학과전문 분야: 정보통신, R&D이력: 1991년 KT입사, KT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장,인프라연구소 소장,KT 융합기술원장,KT 리래플랫폼사업부문장 역임.
이동면(1962년)학력: 서울대 전자공학과전문 분야: 정보통신, R&D이력: 1991년 KT입사, KT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장,인프라연구소 소장,KT 융합기술원장,KT 리래플랫폼사업부문장 역임.
BC카드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1000억 원을 재돌파했다. BC카드는 지난 한 해 동안 115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2018년 709억 원 대비 63.5% 급등한 수준이다. 이는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처분에 따른 일회성 이익 151억 원을 고려해도 고무적인 성적이다. 다만 2017년 당기순이익 1561억 원에 비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특히 BC카드의 해외이용액 증가세가 꺾였다는 점이 우려를 낳는다. BC카드의 해외이용액은 2018년 4조3600억 원에서 지난해 4조900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 기간 개인과 기업을 합한 회원 수도 3791만 명에서 3733만 명으로 줄었다.


BC카드는 7개 카드사와 달리, 카드를 직접 발급하지 않고 카드결제 프로세싱 대행 등이 주 사업이다. 최근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간편결제 또는 송금업체가 급부상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BC카드와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계 카드사들의 이탈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카드, NH농협카드 등 회원사들이 BC카드에 카드결제 프로세싱 업무를 위탁하면서도 자체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BC카드의 새 수장에 오른 이동면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동면 사장은 1991년 KT에 입사해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장, 인프라연구소장, 융합기술원장,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등을 지낸 연구·개발(R&D) 전문가다.


KT의 신기술 개발 일선에 있었던 만큼 R&D 분야에 강점이 돋보인다. 디지털 플랫폼 정책을 강화 중인 BC카드의 성장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KT의 미래플랫폼사업부문은 에너지,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하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총괄하는 곳이다. 더욱이 이동면 사장은 지난해 KT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렸을 정도로 중량감을 갖춘 인사로 알려져 있다.


BC카드는 이제 막 도입 단계인 QR코드를 이용한 무인 결제 서비스 사업의 활성화와 글로벌 사업의 확대 국면에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리엔비엣포스트은행과 디지털 제휴를 맺고, 베트남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결제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이동면 사장이 비금융인이라는 우려를 딛고, 차세대 먹거리 발굴로 비씨카드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9호(2020년 0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