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은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문제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병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지혈증은 혈액 속에 지방인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는 질환으로 서구화된 식생활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심혈관·뇌혈관 및 말초동맥 질환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중성지방, 몸에 필요하지만 많으면 문제
중성지방은 지방의 한 형태로 우리 몸 여러 곳에 존재한다. 독성이 없고 g당 약 9kcal 정도의 에너지를 낼 수 있어 무게가 가벼운 에너지 저장고라 할 수 있다. 음식물로부터 공급되는 당질과 지방산을 재료로 간에서 합성된다. 콜레스테롤은 식사와 상관없이 간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칼로리 섭취가 부족한 경우 중성지방은 체내에서 에너지원으로 분해해 사용한다. 콜레스테롤이나 인지질 등은 몸 속 세포들의 피부라 할 수 있는 세포막을 이루고 여러 호르몬들을 합성하는 데 중요한 성분이다.
문제는 중성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중성지방이 높은 고중성지방혈증은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30~40대 남자 3명 중 1명이 해당할 정도로 흔하다. 같은 연령대의 여자보다 남자가 4배 이상 많다.
혈액의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에 좋은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하고, 혈관에 나쁜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입자를 작고 단단하게 변형시켜서 혈관을 잘 뚫고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동맥경화증이 발생하고 뇌경색, 심근경색, 협심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방이 혈관 내막에 점차 쌓이면서 혈관을 막기 때문이다. HDL 수치가 정상 이하로 낮은 경우에도 혈관에 지질이 쌓이기 쉽다. 또 중성지방 수치가 500mg/dL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은 경우에는 심한 복통과 함께 응급질환인 급성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12시간 금식 후 혈액검사로 확인
고중성지방혈증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혈액검사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중성지방 수치는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12시간 이상 금식하고 채혈하는 것이 원칙이다. 음식과 술을 마시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날 저녁 6시 이후에는 물을 제외한 다른 음식과 술을 마시면 안 된다.
혈액검사는 LDL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총 콜레스테롤을 측정한다. 총 콜레스테롤은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을 포함한 값이다. 중성지방 수치가 150mg/dL 이하면 정상이지만 150~199mg/dL부터는 관리해야 한다. 200mg/dL 이상인 경우,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500mg/dL 이상이면 중증 고중성지방혈증에 해당된다. 총 콜레스테롤은 200mg/dL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40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은 130mg/dL 미만이어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는 치료를 결정하지 않는다.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은 많은 것이 좋고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은 적은 것이 좋다. 하지만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사 당시 당뇨나 고혈압, 허혈성 심질환, 말초혈관 질환, 허혈성 뇌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더라도 우선 약물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만약 기저질환이 없고 단지 콜레스테롤 수치만 높다면 우선 술, 담배, 스트레스, 고지방 음식을 피하면서 다이어트, 유산소운동을 권유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다면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처음부터 약물 치료를 고려한다.
식이요법·운동요법, 수치 20% 낮출 수 있어
중성지방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체중 조절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열심히 하면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의 혈액 수치를 15~20%까지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나 고중성지방혈증의 정도에 따라 약물요법을 실시하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에 중성지방 조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중성지방을 낮추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에너지 섭취량을 줄여야 하고 기름지거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 적정 비율은 총 에너지의 55~65%, 당류는 총 에너지의 10~20%가 적당하다.
고중성지방혈증의 경우 주 원인은 잦은 음주다. 술은 간에서 지방 합성을 촉진해 고지혈증의 원인이 되고 동맥경화증, 간질환을 일으킨다. 또 술과 고칼로리 안주의 과다 섭취는 중성지방을 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일주일만 술을 안 마셔도 중성지방이 낮아질 수 있다.
음식을 선택할 땐 포화지방산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화지방산은 주로 동물성 기름이므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인 오징어, 새우, 달걀노른자는 섭취해도 괜찮다. 등푸른생선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에는 리놀렌산, DHA, EPA가 들어 있는데, EPA는 혈액의 중성지방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자주 섭취하도록 한다. 섬유소는 체내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배출을 도와주므로 잡곡, 콩류, 채소류, 해조류,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
중성지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등도 강도로 주 5회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이나 고강도로 주 3회 2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담배 안의 니코틴 등 유해성분은 혈관과 혈액성분에 작용해 혈압을 높여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담배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므로 끊는 것이 좋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7호(2020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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