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커피숍 전성시대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는 물론 주택가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치킨집도 마찬가지. 경쟁 과열로 한때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 불렸지만 치킨은 여전히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 중 하나다. 창업보다 폐업이 많다는 서비스 자영업, 지금 시작해도 될까.
대한민국 경제 구조에서 자영업자가 갖는 무게감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큰 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6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68만 명에 이르며, 여기에 무급 가족 종사자를 합한 자영업 취업자 비중은 한국이 25.1%로 미국(6.3%), 독일(9.9%), 일본(10.3%), 영국(15.1%)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빠른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실업과 함께 베이비부머의 대규모 은퇴, 청년 취업난 등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결과다. 자영업이 생계 유지를 위한 최후의 선택지인 셈이다.
문제는 자영업 창업이 일부 업종으로 집중되다 보니 경쟁 과열에 따른 생계 위협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도소매·음식·서비스업(숙박업 포함) 개인사업자는 320만 명으로 전체의 50.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다양한 예약·배달 애플리케이션 등장과 물류 기술의 발전은 자영업 내 경쟁 구도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은 2017년 3월 말 16.5%에서 2019년 3월 말 21.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주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프랜차이즈 가맹금, 플랫폼 지불 수수료 역시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 같은 자영업의 애로는 높은 폐업률로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84만 명의 개인사업자가 폐업했는데, 이 가운데 도소매·음식·서비스 및 숙박업이 57만 명으로 전체의 67.8%를 차지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시장경기 동향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2014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67개월 가운데 66개월을 ‘악화’로 응답하며 ‘상시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패의 원인은 ‘준비 부족’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상권 쇠퇴와 경쟁 과다가 자영업 폐업의 주된 원인이지만 ‘준비 부족’ 역시 폐업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 KB경영연구소의 설문 분석에 따르면 서비스 자영업자의 27.5%가 폐업 경험이 있었으며, 폐업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상권 쇠퇴와 경쟁 과다 등 주변 환경 악화’를 1순위(45.6%)로 꼽았고, 이어 ‘준비 부족 등 개인적 한계’(16.7%)가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10명 중에 9명 이상이 자신의 판단만으로 창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KB경영연구소의 설문 분석에서도 금융기관이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다양한 곳에서 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 지원에 대해 자영업자의 37.6%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컨설팅 서비스 경험이 있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7.6%에 불과했다. 주목할 부분은 컨설팅 경험이 있는 자영업자 64.6%가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보통이다’(28.6%)를 제외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전반적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별로 자신의 매장 ‘경쟁력’ 부문에서 상이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14.9%만이 주변 동일 업종의 다른 매장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는데, 음식점(22.3%), 자기 매장(22.6%), 30대(23.3%), 직원 3인 이상(27.7%)인 경우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꼽은 경쟁력의 ‘원천’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매장 입지가 35.5%로 가장 높았고 상품·서비스 경쟁력이 31.4%로 뒤를 이었다. 업계 전문성 보유(11.2%)와 임대료 부담 없는 자기 매장(7.0%), 단골 확보(6.8%) 역시 경쟁우위의 판단 요소로 꼽혔다.
이들 자영업자의 경우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본인의 매장에 대해 ‘경쟁력 있다’고 답한 자영업자는 ‘소비 트렌드 및 유행 변화’, ‘직장인의 빠른 퇴근 등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매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30.3%, 34.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29.8%, 23.0%에 불과했다. 반면 본인 매장에 대해 ‘경쟁력이 없다’고 응답한 자영업자는 2가지 질문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응답률이 각각 14.0%, 17.0%로 ‘부정적’ 응답인 49.1%, 41.3%를 크게 밑돌았다.
김태환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창업 과정에는 ‘어디서, 무엇을’이라는 질문 외에도 수익성, 재무 구조, 직원 채용 등 개인이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며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을 잘 활용한다면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발간 중인 ‘KB 자영업 보고서’는 KB경영연구소의 이택수·김태환 연구위원이 손발을 맞추고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서비스 자영업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비롯해 치킨집, 커피전문점, 노래방 등 총 4건의 보고서가 발간됐다.
한편, KB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자영업자 사업역량 강화 지원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19 자영업자 경영컨설팅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은행권 최초로 ‘KB 소호 컨설팅센터’를 개소한 이후 전국으로 인프라를 확대해 현재 총 13개(서울 5개, 전국 5대 광역시 5개, 수도권 2개, 여의도 HUB 센터 1개)의 컨설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자영업 보고서’가 소개한 업종별 현황 및 전망이다.
커피전문점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만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거의 하루에 1잔 꼴로 소비되고 있다. 전 세계 평균(132잔)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커피 관련 평균 소비지출도 월 1만5815원으로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고, 매출액 기준 전체 시장의 62.5%는 커피전문점이 차지하고 있다. 같은 해 기준 커피전문점 창업은 1만4000여 개, 폐업은 9000여 개로 여전히 창업 열기가 뜨거운 업종으로, 최근에는 소규모 매장 창업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음식점 대비 단독 운영이 용이한 데다 흑자 매장의 영업이익률이 일반음식점보다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경영연구소 측은 커피 소비가 일상이 되면서 커피전문점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저가 시장과 함께 스페셜티 등 고가 시장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매장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경쟁이 심해지고 동일 상권 내에서도 매장별 매출이 큰 차이를 보이는 점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며 창업 시 상권의 입지,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치킨집
치킨은 ‘치느님’, ‘치맥’, ‘치밥’ 등 다양한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 중 하나다. 하지만 자영업 창업의 증가세와 함께 은퇴자들의 상당수가 치킨집을 창업하면서 경쟁 과열이 가장 극심한 업종으로도 꼽힌다. 여기에 최근에는 30대 미만의 치킨집 창업 열기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치킨집은 사업 경험과 관련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창업이 용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초보 창업자들의 진입이 많은 업종이다. 주로 프랜차이즈 형태가 주류를 이루는데 2018년 기준 무려 409개의 브랜드가 가맹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별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치킨집이 있는 수원에서는 최근 3년간 창업보다 폐업이 많았지만 밀집도가 높은 인계동의 경우 매장 수가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고 매출액이 감소하며 영업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치킨집 폐업이 가장 많았던 부천에서는 1683개 매장이 영업 중이며 최근 5년간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상권 분석 결과에서도 매출액이 감소했다.
KB경영연구소 측은 한국인의 닭고기 소비량이 늘고 전체 매출 규모가 증가하는 등 치킨 시장의 수요 여건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경쟁 심화와 비용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하락 등 악화된 영업 여건은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노래방
1990~2000년대 초반 ‘국민 놀이터’로 큰 인기를 누렸던 노래방은 정부 규제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큰 부침을 겪어 온 업종으로 꼽힌다. 실제 노래방이 갖춰야 할 시설 기준과 운영 방식은 관련 법규에 의해 엄격히 규정되고 있다.
노래방 창업의 경우 저렴한 임대료(지하나 지상 2층 이상)와 나 홀로 운영이 가능한 점, 그리고 고도의 전문성이나 사업 경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 진입이 용이하지만 차별화가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 직장인들의 회식 감소와 노래방을 대체할 즐길 거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 노후한 시설 등은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노래방의 경우 상권에 매우 민감한 업종으로 상권 성격에 따라 주요 고객군과 피크시간대가 상이한데, 오피스 상권의 경우 저녁 9시~새벽 1시, 12월에 매출이 집중되지만 대학가 상권의 경우 비교적 집중도가 완만한 편이다.
KB경영연구소 측은 상당수 노후한 노래방은 소비 지형 변화에 따라 수요가 줄고 있어 고급화나 체인화, 타깃고객별 특화된 서비스 도입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소는 다만 1인 가구 증가세와 소비의 개인화를 기반으로 코인노래방 점유율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MINI INTERVIEW]
김태환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창업, 업종보다 상권별 접근이 중요”
KB경영연구소에서 ‘KB 자영업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김태환 연구위원은 연구소 내 부동산금융팀 소속으로 부동산 시장 및 상업용 상가의 수익성 등에 대해 심층 분석을 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서 10여 년가량 근무했으며, 직전에는 서울시 주택정책과에 몸담았었다.
금융사에서 ‘KB 자영업 보고서’를 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KB경영연구소의 주된 역할은 KB금융지주 계열사의 정보 수요를 충족시키는 일인데, 고객층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연구 범위도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특히 KB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경우 소호 창업 지원 프로그램, 자영업 컨설팅센터, 창업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KB 자영업 보고서’는 전체 자영업 시장을 살펴볼 수 있는 보고서에 대한 수요가 반영된 거죠. ‘KB 자영업 보고서’는 내부 자료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일종의 비가격 서비스로 보셔도 무방할 것 같네요.”
서비스 자영업의 경우 소비 트렌드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체감하시는지.
“실제로 소비자들의 기호나 선호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죠. 여기에 지도 앱 등 모바일 플랫폼의 진화 역시 ‘숨은 맛집’ 열풍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겠죠. 거리상 제약이 줄어든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자영업을 영위하는 데 대외 변수가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위생상의 이슈가 불거질 경우 매출 타격은 물론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종종 목격할 수 있죠. 과거에는 상권과 아이템(맛)만 고민했다면, 이제는 아이템은 물론 유동인구의 특성, 타깃 고객, 매장 분위기, 마케팅 등 여러 변수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과거보다 창업이 어려워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배달 앱 등의 등장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죠. 소비자들의 편의성 개선은 물론 배달 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 역시 매출 증가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수료 등의 비용 부담인데 간판 없는 음식점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 업종에서 창업보다 폐업이 많습니다. 정책적 지원 방안을 제안해 주신다면.
“사실 창업 컨설팅이라든지 창업자금 지원, 폐업 이후 재기 지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거죠. 실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창업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개인들의 경우 홀로 상권을 분석하고 프랜차이즈 설명회에 참석하는 정도에 그치는데, 이럴 경우 놓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겠죠. ‘어느 동네 음식점 장사가 잘 된다더라’는 식의 얘기만 듣고 무턱대고 매장을 열었다가 결국 마진 확보에 실패해 문을 닫는 사례가 많은 것도 준비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창업을 계획 중인 분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결국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창업 과정에는 ‘어디서, 무엇을’이라는 질문 외에도 수익성, 재무 구조, 직원 채용 등 개인이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을 잘 활용한다면 실패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사실 자영업 전반이 침체 분위기라는 점에서 어느 업종이 낫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업종보다는 상권별로 접근하기를 권합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콘셉트를 갖고 접근한다면 성공 확률을 더욱 높일 수 있으리라 판단합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6호(2020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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