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디지털의 홍수 속에 사람들의 심신은 지쳐 간다. 그렇다면 잠시 디지털의 굴레를 벗어나 조금은 낯설지만 아날로그식 성찰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준비했다. 진짜 나를 찾는 첫 여정인 건강 레시피를 말이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인생은 존재가 아닌 건강에 있다’고 했다. 곱씹을수록 수긍이 가는 말이다. 제아무리 나를 잘 표현한다고 한들 건강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으레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에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눈을 뜨며 시작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공간에서 적지 않게 지쳐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2018년 인구 10만 명당 154.3명이 암으로 사망해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했다. 특히, 간경화·간암 사망률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중년 남성들의 발생률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잠시 손에 꽉 쥐고 있던 스마트폰부터 내려놓고, 진짜 나를 만나기 효과적인 건강 루틴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이 범접하지 못할 만큼 아날로그식 방법으로 말이다.
일단 요가를 꼽을 수 있다. 요가 치료는 몸, 마음, 정서, 영혼의 치유를 지향하는 전일적인 건강을 위한 실천 체계로 검증이 돼 왔다. 전통적으로 요가에서는 의식 에너지가 어떤 차크라(Chakra: 인간 신체의 여러 곳에 있는 정신적 힘의 중심점 가운데 하나)에 머물러 있는지에 따라 기질이나 성격 등이 결정된다고 여긴다.
몸과 마음 영혼을 보듬다, 요가
우리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7개의 주요 차크라를 통한 미세한 에너지의 흐름은 우리의 개인적인 구조와 감정뿐만이 아닌, 정신(精神)적 발전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차크라에 집중하고 또한 그것을 자각하고, 나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특정 성향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마음을 관찰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능력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각의 과정을 거치면서 명상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각 차크라의 에너지가 각성(覺醒)이 돼 그 안의 극과 극의 성향들이 융화(融和)돼 통합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혜경 한국요가협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차크라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감지할 수는 있으며, 실존하는 것으로 믿어지는 인간의 에너지의 중심이며, 상위의 차크라는 하위의 차크라를 통제합니다.
1차크라(mūlādhāra cakra)에서 7차크라(sahasrāra chakra)까지 단 한 번에 수직으로 상승하는 길은 없으며, 끊임없이 명상 훈련을 통해 단계별로 도달할 수 있으며, 혹시라도 중간에 멈춰서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명상 수련만이 고차원의 정신세계로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조 협회장은 “요가는 심신 수련의 체계이기 때문에 단순히 몸 수련에 그치는 것을 심각한 오류”라며 “몸 수련과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각하면, 결국은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특정 성향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요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우선 초보자는 욕심 부리지 말고, 좋은 스승의 지도하에 몸의 가동 범위만큼만 아사나(요가동작)를 하면서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면을 바라보며 수련하기를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내면의 성찰, 템플스테이
요가가 일상에서 나를 찾는 건강 습관이라면 템플스테이는 잠시 일상을 벗어나 나를 발견하는 건강 여행이다. 단순히 절을 방문하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품에 안겨, 고요히 산책과 명상을 행하고, 건강한 사찰음식을 먹고, 스님과의 차담을 통해 위로와 안정을 얻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분신과도 같았던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얼마 전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묘적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김민경(34) 씨는 “바쁜 일상과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심신의 밸런스가 모두 무너져 끙끙 앓으며 혼자서만 지내던 찰나 지인의 추천으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게 됐다”며 “서울 근교지만 산사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걷고, 새벽에 절을 하고, 스님과 차담을 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들을 먹으니 오랜만에 오롯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국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당일형과 1박 2일 체험형·휴식형으로 구성돼 있다. 당일형은 절에 2시간 이상 머무르며 사찰 순례, 염주·연등 만들기, 다도 등의 기본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체험형은 첫날 오후에 입소해 오리엔테이션, 사찰 순례, 저녁공양, 저녁예불과 108배, 명상 등을 체험한다. 이튿날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예불, 아침공양, 울력, 차담 후 점심공양을 끝으로 일정을 마친다. 휴식형은 예불과 공양, 사찰 순례 등의 필수 프로그램 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는 형태다. 사찰마다 특색이 있으므로 세부 프로그램은 조금씩 달리 운영한다. 참가비는 1박 2일 기준 3만~7만 원 정도다. 연말연시 나를 찾는 여정이 필요하다면 혼자 또는 가족, 친구들과 템플스테이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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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경 한국요가협회장이 추천하는
나를 바라보는 명상 자세들
싯다아사나
싯다(Siddha)는 순결하고 성스러움을 지닌 싯디스(Siddhis), 즉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반신적인 존재를 뜻한다. ‘싯다아사나’는 명상을 위한 가장 안정된 좌법(坐法) 중 하나다. 싯다 아사나는 한쪽 다리를 구부려 발뒤꿈치가 항문과 생식기 사이 회음부 가까이 가도록 한다. 그 위에 발을 올려놓는데 두 뒤꿈치의 위아래가 잘 맞도록 포개어 놓고 위에 있는 발끝을 반대쪽 넓적다리부와 종아리 사이에 끼워 놓는다. 이때 상체는 똑바로 세우고 턱은 당겨야 한다.
파드마아사나
‘연꽃 자세’인 파드마아사나는 명상 자세로 다리를 교차하고 등을 곧추세워 마음을 방심하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또한 혈액이 복부에서 순환하게 돼 척추와 복부기관의 상태를 개선하고, 요통과 아래 뱃살을 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일단, 허리와 척추를 곧게 세우고, 오른쪽 다리를 왼쪽 허벅지 위로, 왼쪽 다리를 오른쪽 허벅지 위로 올려 준다.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교차된 상태로 유지하고, 손은 자연스럽게 무릎 위에 얹어 주거나 둥근 모양의 무드라를 취해 준다. 턱은 가슴 쪽으로 살짝 당긴 뒤 가슴을 열어 코로 깊게 호흡한다.
걷기 명상
천천히 나를 느끼며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주로 발의 움직이는 흐름을 관찰하되, 발에서 딱딱함이나 부드러움, 차가움이나 뜨거움, 가려움 등 다른 두드러진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상태를 자각할 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추천한 템플스테이 5
특별한 수련을 하다
천축사와 축서사
천축사는 도봉산 선인봉 남쪽 기슭 7부 능선에 자리 잡은 고찰이다. 673년 신라시대 때 의상 스님이 창건한 사찰로서 천축국(인도)의 영축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1시간 남짓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하는데 수행자인 듯 산길을 오른다면 의미를 더 찾을 수 있다. 천축사에서는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무문관’ 템플스테이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무문관이란 일정 기간 동안 외부와 스스로를 철저히 격리시키고 화두 등에 집중하는 수행법이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템플스테이로 잘 알려진 봉화 축서사에서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철야 참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선을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초보자로 나눠서 운영하며, 이러한 수준에 맞게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철야 정진한다. 이후 오전 8시에는 스님의 법문과 함께 수행에 대한 질의응답을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눠 보는 것도 좋다.
사찰음식으로 힐링
장성 백양사
백양사(白羊寺)는 1400여 년 전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조사가 창건한 고찰로 호남 불교의 요람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이며 5대 총림 중 1곳인 백양사는 백두대간이 남으로 치달려와 남원, 순창 일대를 거쳐 장성 지역으로 뻗어 내려 온 노령산맥의 백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넷플릭스 <쉐프의 테이블>과 2019년 초 MBC TV <나혼자 산다>에 소개된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과 사찰음식 만들기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불교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하나의 수행으로 여기는 만큼 한국 사찰음식과 한국 불교에 대한 철학을 배워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남양주 봉선사
봉선사는 새벽 예불을 마치고 아침공양 전 장엄한 산사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높은 봉우리 사이로 붉은빛이 번지는 풍경은 보기만 해도 설레고 어떤 명화보다도 아름답다. 해맞이 후에는 ‘숲속걷기명상’에 참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봉선사 옆으로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 원시림이 자리한다. 평소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나 템플스테이 참가자에 한해 ‘비밀의 숲’ 포행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원시림의 아름다움을 느껴 볼 수 있다.
호국불교의 얼
강화도 전등사
섬 자체가 우리나라 역사의 축소판인 강화도에 위치한 전등사의 템플스테이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호국불교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로,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등 보물급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불교의 전통적인 식사법이자 현대까지 승가에서 이어지고 있는 ‘발우공양’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전국 최초로 법당과 갤러리를 합친 무설전,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진행하는 일몰 포행(트레킹) 등 예술과 자연이 합쳐진 매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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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서툰 당신을 위한 알아 두면 쓸모 있는 책들
<나를 표현하는 연습>
전훈 지음, 여름오후, 2019년
당신이 사람들 앞에서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 주는 일이다. 실제 배우들은 무대나 카메라 앞에 서기 직전, 마리오네트가 된 상상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 준다. 그 외에도 연기 기술은 배우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이끌어 내는 유용한 도구다. 이것이 저자가 당신에게 연기 훈련을 권하는 이유다. 이 책은 부끄러움과 두려움 등 억압된 감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표현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 훈련을 알려 주는
‘일반인을 위한 연기 훈련서’다. 다양한 연기 훈련 중에서도 일반인이 학교나 직장, 일상생활에서 쉽게 훈련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추려서 알려 준다.
<감정의 온도>
김병수 지음, 레드박스, 2017년
“도대체 속을 모르겠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두려워, 감정을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동조하면 상처받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다 점점 ‘느끼는 힘’을 잃어버리고, 감정이 가진 고유한 온도조차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각 꼭지 말미마다 독자가 자신에게 바로 대입해 실천해 볼 수 있는 실용적인 감정 조절 팁들을 함께 제공한다. 저자가 20년 동안 수많은 내담자들을 만나 상담하며 쌓아 온 노하우가 담긴 팁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만 효과가 좋다.
<타인은 나를 모른다>
소노 아야코 지음, 책읽는고양이, 2017년
<약간의 거리를 둔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집. 저자는 책을 통해 짧지만 함축적인 언어로 관계로부터 편안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타인으로부터의 강요는 물론, 나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편안해지는 기본기를 다져 준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관계의 난점을 미담과 교훈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삐걱거리기 마련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강해지려면 이기려는 마음과 허세를 버려야 한다는 것,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 인간은 득이 될 때 진실도 말하고 거짓말도 한다는 것. 이처럼 복잡 미묘한 인간 내면의 모순을 건드려 줄 뿐이다. 특유의 언어로 인생의 묘미를 표현하는 저자만의 글쓰기가 돋보인다.
<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정훈이 그림, 생각의길, 2016년
이 책은 유시민이 평소 온·오프라인을 통해 독자들과 주고받았던 말을 정리하고 보탠 책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고 그것을 상대가 공감하게 만드는 일은 꽤나 정교한 ‘기술’을 요한다. 어떤 형식으로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려면 그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대한민국 대표 작가 유시민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 토론하기, 안티 대응 등 표현을 잘할 수 있는 모든 궁금증에 대해 그만의 ‘표현의 기밀’을 아낌없이 전수한다. 여기에 <씨네 21>에서 20여 년간 만화를 연재한 ‘그림쟁이 정훈이’가 함께해 더욱 독특한 시너지를 보여 준다. 어디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만화가 특유의 위트 있고 진솔한 삶의 여정을 통해 정훈이만의 <표현의 기술>을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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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6호(2020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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