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유정은 대표 “마보의 목표는 마음 챙김의 일상화”

[한경 머니= 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국내 첫 명상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이끈 ‘마보지기’ 유정은 대표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카카오, SKT, GS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인사·조직 컨설팅을 제공하며 관련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고려대 심리학, 워릭경영대학원 인사조직 석사를 거쳐 서울대에서 조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위즈덤 2.0 코리아’ 총괄 디렉터이자 한국내면검색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다음은 유 대표와의 일문일답.


명상 수련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국내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직·인사 컨설팅 업무를 해 오면서 한국의 다양한 조직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직장인들의 경우 일생의 상당 부분을 직장 내 조직생활에 할애하고 있지만, 조직 내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조직 구조나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결국 개개인의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문화도 바뀔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조직심리학을 공부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구글의 엔지니어 출신인 차드 멍 탄(Chade Meng Tan)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를 접하게 됐고, 해당 프로그램을 꼭 국내에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차드 멍 탄에게 직접 프로그램 도입을 요청했고, 해당 프로그램의 지도자 인증을 받은 뒤 국내 기업들에 전파하기 시작했죠.”


마보의 개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국내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명상 프로그램인 구글 지퍼즈(gPause)가 매달 진행되고 있는데, 저 역시 참석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명상 앱 활용의 어려움을 토로했죠. 기존 앱의 경우 종교 색채가 짙은 데다 당시에는 거의 영어 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죠. 국내에도 제대로 된 명상 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15년 개발팀을 꾸렸습니다. 이후 1년여 만에 마보를 론칭했는데, 당시 와디즈(Wadiz)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된 금액이 700%를 상회했습니다. 게임과 같은 인기 콘텐츠를 제외하면 최고액을 달성했던 거죠. 국내에서도 마음챙김명상에 대한 수요는 물론 사업성 역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명상 앱의 국내 도입이 늦어진 배경은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헤드스페이스도 2012년에 출시됐다는 점에서 국내 도입이 많이 늦어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명상 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불과 10여 년 안팎인데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살아 있는 인간의 뇌에 관한 연구, 즉 자기공명영상(MRI) 개발 이후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의 학술 검색을 이용해 보면 최근 20여 년간 명상 관련 논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명상 수련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보고되면서 과학의 영역에 편입된 거죠. 여기에 스마트폰 등장 이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은 오히려 취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이런 해악이 명상의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보의 강점, 그리고 중장기 성장 계획을 소개해 주신다면.
“마보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추구해 온 원칙이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마음챙김명상을 올바르게 알리고 대중화시키는 일이죠. 현재 준비가 한창인 ‘위즈덤 2.0 코리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마보의 주요 콘텐츠 역시 이런 부분에 초점을 둔 앱입니다. 다른 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라든지 힐링 음악도 최소화했죠. 과학적 검증 효과가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마보는 현대인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에 대한 과학적 효과를 기반으로 콘텐츠가 구성됐고, 콘텐츠 개발에 참여한 분들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꾸려졌습니다. 결국 실용적이면서도 과학적이라는 게 가장 큰 강점이겠네요. 특히 명상 커뮤니티는 마보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입니다. 명상 이후의 느낌과 소감을 서로 공유하는 일은 명상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함께 그 자체로도 충분한 치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터에서의 명상 수련이 생소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싶네요.”


끝으로 앞서 언급하신 ‘위즈덤 2.0 코리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6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개최된 위즈덤 2.0은 저에게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단순한 명상 콘퍼런스인 줄 알고 참가했는데, 현장에는 제프 와이너 링크드인 대표를 비롯해 빌 포드 당시 포드자동차 회장 등이 강단에 올라 마음챙김명상이 자신의 인생, 그리고 회사의 문화를 어떻게 바꿨는지, 나아가 그것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가감 없이 얘기를 하더군요. 마음챙김명상이 자기 위안의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인간관계 등에서 서로에게 좀 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이었던 거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인터넷상의 댓글 하나로 상대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는데도 자신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오는 3월로 예정된 위즈덤 2.0 코리아를 추진하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단순히 명사들의 얘기를 듣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하면 타인들에게 좀 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람들끼리의 ‘연결’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의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6호(2020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