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정리 정채희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은퇴 후의 미래가 까마득하다면, 제2의 꿈을 꾸고 싶다면…. 유튜브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유튜버 ‘허수아비’의 말에 귀기울여보시라. 레드오션 유튜브 세계에서 연륜과 경륜을 가진 중장년층에게 훨씬 더 큰 기회가 올지 모르니.
남녀노소 유튜버를 꿈꾸는 시대라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수익을 창출하는 채널은 극소수에 그친다. 남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콘텐츠와 기획력, 채널의 브랜드 가치가 있어야 레드오션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에 중장년층은 걱정거리가 하나 더 더해진다. “내 나이가 50인데, 나도 유튜브를 할 수 있을까.”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서영환 허수아비컴퓨터 대표는 유튜브의 틈새시장을 중장년층의 연륜과 경륜이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9 머니 PB포럼’의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서 대표는 중장년층의 유튜브 준비 과정과 기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중년에도 도전할 수 있는 유튜버의 세계에 대해 안내했다.
전문성 갖춘 경제 채널 생존 가능성 높아
“전 정말 평범한 사람입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저를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줬어요.” 동네에서 작은 컴퓨터 수리가게를 운영하던 서 대표가 유튜브를 만난 것은 귀찮아서였다. 매장에서 일하느라 바쁜데 “이건 왜 이러냐”, “저건 왜 저러냐” 묻는 고객들의 질의에 일일이 응대하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손님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게 스타 브이로거의 시작이 될 줄은 그 자신조차 꿈에도 몰랐다.
지금은 컴퓨터 수리 분야 제1유튜버로 약 4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5만, 10만 명의 구독자만 생겨도 꽤나 잘나간다는 소리를 듣는데 40만 구독자라면 입이 쩍 벌어질 수치다.
“나는 마흔이 넘고 쉰이 넘었는데 누가 내 유튜브를 볼까. 그런 의구심이 생길 거예요. 저 역시 컴퓨터 수리하는 영상을 누가 볼까 했는데 40만 구독자를 얻게 됐습니다. 4050의 이야기라고 해서 모두가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연륜과 경험이 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친구들이 있어요. 보통의 평범한 아버지, 어머니들이 해주지 못하는 자산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 대표는 유튜브 시장 경쟁이 레드오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 지식 콘텐츠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 채널의 생존 가능성은 높다고 강조했다. “증권사에 다니던 한 분이 경제 채널을 열었는데 생방송 동시접속자 수가 최소 9000명에서 많을 땐 2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여러분이 이름만 들어도 아는 스타 유튜버들의 동시접속자 수가 약 2000명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채널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최근 유튜브가 처해 있는 환경 역시 전문 지식 채널의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을 시사했다. 지난 10월 4일 미국연방거래위원회에서 자극적인 아동용 콘텐츠에 우려를 제기하며 유튜브 본사 차원에서 아동용 채널의 개인 맞춤 광고 게재를 중단한 점, 폭력·유해·부적절한 콘텐츠에 광고 부적합 표시인 ‘노란딱지’ 제도를 시행 중인 점 등 유튜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유튜브 차원에서 질 높고 건전한 채널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이고 소모적인 영상에 피로를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경험과 지식이 녹아든, 배울 수 있는 채널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빗뱅커(PB)와 같은 전문 지식을 갖춘 분야의 채널 개설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대표는 경제 채널의 특성상 구독자 수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한 성장세에 기대를 걸 수 있다고 말했다.
1:1의 대화에서 1:1000, 1:10만의 대화로
서 대표가 중장년층에게 유튜브를 추천하는 것은 단연코 기대수익에 그 이유가 있다. “더 유명해지기 위해, 더 나이가 많아지기 전에 유튜브에 도전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를 해야 합니다. 제 친구들도 50줄에 들어서며 퇴직을 걱정합니다. 이미 진행된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는 정년이 없습니다.”
그의 정확한 수입을 공개할 순 없지만 경제적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수입이 발생하는데 플랫폼 자체 광고비와 가게 매출, 컴퓨터 업체들의 광고협찬 등이다. “머리가 희끗하신 백발 어르신들께서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구독자가 5만 명, 10만 명씩 나옵니다. 10만 명만 돼도 넉넉한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예요.”
서 대표는 유튜브가 주는 무한한 기회를 열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것이 참 아쉽다고 토로했다. “PB처럼 경제적으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들이 왜 자신의 지식을 숨기고, 일부 사람을 상대로만 이야기를 하는지 참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하던 일을 1대1이 아닌, 1대 다수를 위해 한다고 생각하세요. 노하우를 공개한다고 해서 경쟁력을 잃는 게 아닙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열어줄 것입니다.”
서영환 대표는…
일상을 영상화하는 브이로거 ‘허수아비’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6년 유튜브 ‘허수아비’를 시작한 이래 2019년 11월 18일 기준 39만8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스타 유튜버가 됐다. ‘누구나 쉽게 컴퓨터를 고치고, 조립하는 그날까지’란 목표로 컴퓨터 지식을 친근하게 제공한다. 저서로는 최근 <나의 두 번째 이름, 허수아비>를 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5호(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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