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월요병을 겪듯 개학이 가까이 오면 아이들은 새로운 시작을 앞둔 두려움에 ‘새 학기 증후군’이 찾아오기도 한다. 신나는 방학을 보낸 아이들이 새 학기를 맞아 학교에 갈 시기를 맞이하면 감기에 쉽게 걸리고 머리나 배 등에 통증을 느끼거나 이상한 버릇을 반복하기도 하는데, 두려움과 중압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 상태와 면역 체계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 아이, 새 학기 증후군 없이 새 학기를 밝고 긍정적으로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부모는 내 아이가 항상 밝은 모습,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잘 보내길 바란다. 부모로서 똑같은 마음이지만, 사실 그런 학교생활은 불가능하다. 학교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친구 사귀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동시에 관계 갈등이 생겨 마음이 속상할 수 있다. 담임 선생님과도 케미가 잘 맞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학교 공부도 다 좋을 수는 없다. 특히 새로운 학기는 이런 변수들이 모두 집합돼 있기에 스트레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 자녀에게 ‘새 학기 증후군(new semester blues)’이 찾아올 수 있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 다른 형태로 표현을 많이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가 찾아올 수 있고, 복통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꾀병이 아니라 진짜 배가 아픈 것이다. 마음은 뇌에 담겨 있고 뇌는 우리 몸과 면역, 호르몬, 신경 등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면 뇌도 피곤해지고 뇌가 조절하는 장의 소화 기능도 이상이 와 실제 배가 아플 수 있다.
새 학기 증후군의 예방으로 보통 방학 때 흐트러진 생활습관을 미리 잡아주는 것을 권한다. 월요병(blue Monday)의 원인 중 하나가 주말에 늦잠을 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월요일 오전에도 뇌는 주말인 줄 알고 각성이 되지 않아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긴 방학 동안 수면 습관도 불규칙해지고 생활습관이 흐트러지게 되면 그만큼 새 학기에 적응하는 데 뇌의 에너지 소모가 더 많아지고 새 학기 증후군 같은 불편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방학 때 꾸준한 신체 활동도 필요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음과 몸은 뇌로 연결돼 있다. 마음이 아프면 감기가 찾아오고 몸이 아프면 마음에 우울이 찾아오는 것을 경험한다. 운동은 약물치료 이상의 항스트레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몸을 움직여주면 뇌가 건강해지고 뇌에 담긴 마음도 튼튼해져 새 학기의 스트레스를 잘 견뎌낼 수 있다.
그런데 새 학기 증후군 예방을 위해 너무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나 운동을 권유하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새 학기 증후군이 찾아왔다고 너무 걱정하면 부모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자녀에게 흘러 들어가 자녀도 불안감이 증가하고 새 학기 적응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학교 가기를 거부할 정도로 심한 상황이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겠지만 새 학기를 맞이하며 느끼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 반응은 새로운 적응을 위한 정상적인 현상이다. 자녀는 부모가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겠지만, 우리도 그런 것처럼 내 자녀에게 다가오는 스트레스도 고통이지만 또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새 학기를 맞이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에 대해 어떤 태도를 어떻게 취하느냐가 스트레스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이걸 요즘 심리학에선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이라 한다. 마음의 통증이 부정적인 스트레스로만 작용해 내 마음과 몸을 지치게 만들 수 있다. 트라우마, 즉 마음의 상처가 내 현재와 미래마저 병적으로 어둡게 해 삶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질환을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라 한다.
그러나 같은 트라우마가 내 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살다 보면 삶엔 시련과 시험이 찾아오게 된다. 기왕 찾아온 고통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부모부터 자녀의 새로운 도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마음이 중요하다.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외상 후 성장을 위한 팁을 소개한다.
우선 자신이 느끼는 삶의 통증을 결핍이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살아감에 있어서 스트레스 받고 지치는 것은 잘 못 살고 있어서가 아니다. 잘 살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통증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느끼는 좌절과 우울은 이상한 감정이 아니다. 아주 정상적이고 당연한 감정이다. 긍정적인 감정만이 삶의 의미이고 행복이라 생각하면 행복강박이나 행복중독에 빠지게 된다.
힘들긴 하지만 일을 하기에 힘든 것이고 사랑을 했기에 이별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삶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소중하게 여기고 정상적인 감정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 마음을 잘 위로할 수 있게 된다. 무능력하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내 감정을 판단하면 나를 비판하게 되고 더 채찍질해 지친 마음에 더 상처를 주기 쉽다.
우리의 인생은 영화와 같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통증과 시험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 삶의 통증이 나를 성장시키는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것이다. 글로 내 인생이란 영화의 시나리오를 적어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회적 회복탄력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외상 후 성장이 가능한 것은 우리 마음에 인생의 역경을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힘을 회복탄력성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회복탄력성은 내 힘든 고민을 공감해줄 그 누군가가 있다면 성장을 통한 회복의 힘을 더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1호(2019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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