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머니=정채희 기자 | 사진 한국경제DB] 값비싼 오디오와 고급스러운 소파? 늘어진 샹들리에와 진귀한 미술작품?

부(富)를 상징하는 물건들로 으레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영 앤 리치’들이 선택한 상품은 조금 더 트렌디하다. 서재 한쪽을 장식한 피규어, 레고 등 아이들의 장난감과 캐릭터 상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의 RM, 연예기획자 용감한형제, 영화배우 박해진과 이시영 등 탄탄한 경제력을 갖춘 유명 연예인들의 집 안 한쪽 벽면에 으레 등장하는 것이 있다. 건담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레고 등 아이들의 장난감과 캐릭터 상품들이다.
영 앤 리치의 서재에는 OOO이 있다

레테크, 한정판 딱지에 치솟는 가격


흔히 ‘키덜트(kidult)’라고 불리는 이들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물건이나 문화를 즐기려는 성인을 뜻한다. 이들은 아이들이 외면한 레고와 피규어 구매에 적극적인 모습일 뿐 아니라 RC카, 드론과 같은 새로운 제품에도 관심을 갖는다. 키덜트족이 증가하면서 드론 및 RC카 등 그들이 열광하는 제품의 시장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7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불황을 모른 채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초기에만 해도 키덜트 산업은 ‘철없는 어른’이란 사회적 편견에 휩싸여 마니아를 중심으로 작은 시장을 형성했다. 오늘날 키덜트 시장은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성장에 따라 신흥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유층들이 값비싼 예술품을 수집하듯 소비력을 갖춘 이들이 ‘피규어 컬렉터’가 돼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장난감이 저렴할 것이란 인식과 달리 키덜트족들이 선호하는 제품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고가의 상품들이 즐비하다. 개당 수십, 수백만 원에 달하는 레고와 피규어, 무선 자동차와 비행기, 건담 프라모델 시리즈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한정판’, ‘특별판’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오래전 출시돼 이제는 희귀해진 장난감들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경매로 거래되기도 하고, 레고의 경우 희귀한 종류나 한정판을 고가에 사고팔면서 레테크(레고+재테크)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키덜트족들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명품업계도 자연스레 키덜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몇 해 전 명품 브랜드인 샤넬에서 레고 블록 모양의 미니 핸드백을 내놨는데, 1000만 원이 넘는 고가였지만 완판이 될 만큼 인기가 좋았다. 구찌나 펜디, 스위스의 명품 시계 브랜드들이 캐릭터와 협업에 나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지 오래다.
영 앤 리치의 서재에는 OOO이 있다

가전·자동차업계도 콜라보 분주


백화점들도 주류 소비층이 된 키덜트족을 잡기 위해 키덜트 전용 매장을 열기 바쁘다. 지난 3월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본점에 문을 연 ‘건담베이스’ 매장은 314㎡ 규모로, 어린이뿐 아니라 구매력 있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다. 개당 8만 원에서 15만 원대 상품이지만, 50만 원 이상의 고가 프라모델과 건담 HG(High Grade), RG(Real Grade) 등 한정판 프라모델도 진열돼 있다.

김광희 롯데백화점 남성패션팀장은 “키덜트 분야는 구매력 있는 남성 고객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집객 할 수 있는 분야”라며 “남성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백화점 내 키덜트 매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화점에 따르면 한정 상품 출시 때에는 전날부터 백화점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1시간에 3000만 원, 3일간 1억5000만 원의 매출 실적을 낼 정도다.

전자·자동차업계도 키덜트족 잡기에 분주하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1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 마블과 협업해 내놓은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은 기존 코나 차량보다 500만~1000만 원가량 비싼 2945만 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지난 5월까지 1500대가 팔렸을 정도로 인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키덜트 마케팅이 한동안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주의적이고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사회 주역으로 급부상하면서 키덜트 마케팅이 영역을 무한대로 뻗어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영 앤 리치의 서재에는 OOO이 있다

장난감 수집가, 이스안 토이필북스 대표의 추천 장소


피규어뮤지엄W
1층부터 5층까지 6개의 테마로 수많은
장난감들이 전시돼 있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 158길 3

비엔나인형박물관
인형작가와 장난감 수집가가 모여 만든 대규모 박물관.
강원 평창시 대관령면 솔봉로 296

익스몬스터
다양한 피규어와 놀이시설, 만화책 등을 구비한 이색 복합 카페.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2F

테지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테디베어 테마파크. 아이와도, 연인과도, 친구와도 함께 놀러오기 좋다.
서울 종로구 지봉로 B1F

피노지움
피노키오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으며,
각국의 수많은 피노키오 인형을 감상할 수 있다.
경기 파주시 회동길 152 열림원

뽈랄라백화점
장난감 수집가 현태준이 운영하는 곳,
다양한 장난감들을 구경하거나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27 B1F

부다페스트 돌 호텔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위치한 인형박물관. 수많은 인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부산 사하구 감천 2동 감내2로 134

제주 토이파크
건물 자체가 알록달록한 거대 로봇으로, 시설 내부에는 다양한 전시실과 수많은 장난감들로 전시돼 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로 267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70호(2019년 0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