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잦은 야근 이후 식후 더부룩한 증상과 명치 통증이 거의 매일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위암이나 위궤양을 의심해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증상은 좀처럼 호전이 되지 않았다. 결국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반복되는 배앓이, 기능성 소화불량증?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식후 더부룩함(postprandial fullness), 조기 만복감(early satiation), 명치 통증(epigastric pain)과 명치 화끈거림(epigastric burning) 등이 주요 증상이다. 소화불량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경고 징후인 체중 감소, 혈변 및 빈혈, 잠을 깰 정도의 심한 통증, 삼킴 곤란 등이 동반될 경우에는 정밀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음식뿐 아니라 스트레스도 주원인
소화불량은 흔히 체했다고 말하는 증상으로 식후 만복감, 상복부 팽만감, 조기 만복감, 구역, 트림, 상복부 통증이나 불쾌감, 속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화불량은 소화성궤양이나 위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질성 소화불량과 검사상 특별한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는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화불량증은 기능성 소화불량을 말하는 것이다. 내시경이나 영상 검사상에서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소화불량 증상인 식후 팽만감, 조기 만복감, 상복부 통증, 속쓰림 중 적어도 한 가지 증상이 최근 6개월 중 3개월 이상 간헐적이든 연속적이든 지속되는 경우를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이 증상들은 대체로 주기적으로 나타나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데 몇 주 동안 증상이 없다가 몇 주에서 몇 개월 동안 증상이 다시 지속되기도 한다. 이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는 위 배출 시간 지연, 위 운동 조절 장애, 내장 과감각, 미주신경 이상, 위산 분비의 증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세균 감염, 스트레스 등의 심인성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악화를 유발하는 식습관은 주로 과식, 야식,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밀가루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 등 특정 음식을 섭취한 후 자주 소화불량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화불량증의 증상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소화제를 찾는다. 하지만 소화제의 복용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초기 치료를 지연시켜 병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화불량증의 증상이 있을 때는 다른 질병의 유무를 위해 병원을 찾아 검사하는 것이 좋다.

배 아픈 증상에 따라 질환도 달라
‘배가 아프다’는 증세는 말은 쉽지만 무척 광범위한 증세를 말한다. 보통 복통이 있고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 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임의로 소화제, 제산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복부에는 식도, 위, 십이지장, 간, 담도, 췌장 등 여러 소화기관이 모여 있고, 각 장기에 염증이나 궤양, 종양 등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 복통이나 소화불량,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로 속쓰림은 위식도역류 질환, 소화성궤양, 위암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또 체중 감소는 소화기계 모든 악성 질환(위암, 췌장암, 담도암, 간암, 대장암), 갑상선 질환 등이 원인이 된다. 황달은 간, 담도, 췌장에 질환이 있을 때 나타나며, 발열 및 오한은 감염성 질환(장염, 간염, 담낭염, 담관염, 췌장염), 염증성 질환(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으로 발생한다. 옆구리 통증은 요로결석·신우신염·췌장염, 등의 통증은 췌장염·췌장암, 하복부 통증은 장염·급성 충수돌기염·게실염·산부인과 질환·과민성 장증후군 등으로 인해 나타난다.

하지만 증상만 가지고 모든 질환이 감별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비특이적인 증상들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검사, 위·대장내시경 검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소화불량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고 해서 암이나 심한 염증성 질환처럼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식생활에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다른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증상이 지속된다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자극적인 음식·지방식 등은 피해야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특별한 병변 없이 다양한 증상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선 생활습관의 변화 및 식이요법을 먼저 시행하면서 약물 치료와 필요에 따라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하는 등 다각적인 치료 방법이 있다.

식이요법은 환자 개개인마다 자기 몸에 잘 맞는 음식과, 섭취하면 불편해지는 음식이 있으므로 일부러 남들이 좋다는 음식을 억지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즉,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맞지 않는 음식은 금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일반적으로 맵고 자극성이 심한 음식은 좋지 않다. 특히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 배출을 느리게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술, 담배를 삼가고, 커피, 탄산음료 등을 자제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위 내용물의 배출을 느리게 하므로 소화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환자는 제한하는 것이 좋다.

불규칙한 식생활은 장기간의 결식으로 인한 위장 점막의 위축이나 위산에 의한 손상을 일으키며 그 후 과식에 의한 소화불량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 밤늦은 식사는 밤에 생리적인 위 배출기능 저하로 인해 소화불량 증상이 악화되고, 식후의 과격한 운동도 위 배출 기능 저하, 위식도 역류에 의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약물요법으로는 증상에 따라 제산제, 위산억제제, 위장관 운동을 증강시키는 약제를 선택해 투여하게 된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적당한 수준의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을 계속 복용하더라도 증상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므로 증상이 사라졌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증상이 심할 경우에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