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1등 PB센터’의 비밀
[한경 머니=공인호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국내 금융시장을 놓고 ‘포화상태’라는 평가가 내려진 지는 이미 오래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고, 고객들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기 위한 특별한 무언가를 애타게 찾아나서는 것도 ‘뺏지 않으면 빼앗긴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산관리(WM) 사업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은행과 증권, 보험사들이 하나의 시장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한경 머니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프라이빗뱅킹(PB)센터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보고자 4대 은행별 1등 PB센터를 직접 찾았다.우리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는 은행 내 유일의 ‘본점 PB센터’라는 점을 핵심 경쟁력으로 하고 있다. 은행 핵심 고객에 대한 본점 차원의 이중 관리는 물론, 모든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1등 PB센터의 비결이다. [(왼쪽부터) 금경민 과장, 김현정 부부장, 이시내 차장, 박일건 센터장, 홍경화 과장, 남흥식 부부장, 이은경 차장.]
“우리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의 핵심 경쟁력은 ‘본점 PB센터’로서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아닐까 합니다. 본점 센터에 직접 내방하기 어려운 자산가 고객들 역시 저희 센터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며 자산관리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죠.”_박일건 본점 패밀리오피스센터장
올해 초 우리은행은 기존 자산관리(WM) 브랜드인 투체어스(Two Chairs)의 상위 브랜드인 ‘TC 프리미엄’을 새롭게 론칭했다. TC 프리미엄은 본점 패밀리오피스센터를 비롯해 강남, 부산, 잠실 등 총 4곳으로, 자산군별 고객 세분화를 통한 서비스 차별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본점 센터의 경우 TC 프리미엄의 론칭 배경을 보다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투체어스와 TC 프리미엄센터의 경우 각각 1억 원, 3억 원 이상 자산가를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지만, 본점 센터는 10억 원 이상 자산가들이 핵심 고객이다.
이는 ‘공동 자산관리’라는 본점 센터만의 특수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본점 센터가 관리하는 자산은 우리은행 본점에 내방하는 고객은 물론, 전국 투체어스 고객 가운데 10억 원 이상 자산가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일선 영업점이 아닌 은행 본점을 통해 자산관리를 받고자 하는 고객들도 상당수”라며 “이런 수요를 반영해 영업점과 본점 센터가 공동으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며 자산관리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영업점과 본점 센터에서 이중 관리를 받는 고객의 경우 본점 차원에서 제공하는 사모 상품은 물론 각종 세미나와 행사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 현재 본점 센터에는 내외부 출신 PB팀장 4명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부동산과 세무 상담 등의 서비스는 본점 WM부서에서 직접 지원을 받아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최소화했다. 가업승계 등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삼성생명의 패밀리오피스 1세대인 박 센터장이 직접 총괄하고 있다.
물론 본점 PB센터의 주 업무가 공동 자산관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 본점 센터의 경우 출범 5년 만에 자산 규모 1조 원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신규 고객 발굴을 통해 유입된 자금이다.
우리은행 PB센터의 또 다른 차별성으로는 ‘은행’ 중심의 안정성에 자산관리의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경쟁사들의 경우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물론,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춘 고위험·고수익 사모 상품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향후 자산관리 전략에 대해서는 당장 언급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다만 본점 센터를 이용하는 대다수 고객의 경우 공격적인 자산 증식보다는 안정적인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에서 ‘기본’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i interview]
박일건 본점 패밀리오피스센터장 “기본에 충실, 고객 자산관리 철저히”
박일건 본점 패밀리오피스센터장의 주특기는 고객 자산관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직전에는 HSBC은행 압구정지점 이사를 역임하며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할을 수행했고, 삼성생명에서는 패밀리오피스센터에서 가업승계 전문가로 활동했다. 우리은행 본점 센터를 찾는 기업 오너들의 가업승계를 돕는 일 역시 박 센터장의 주요 역할 중 하나다.
자신만의 WM 철학과 그로 인한 성과가 있다면.
“WM 비즈니스에서 첫 번째는 고객 자산을 명확히 구분 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돈을 모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산을 지켜야 하는 고객도 있는 거죠. 그런 부분을 명확히 하려면 고객의 성향과 자금 상황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됩니다. 올 상반기 동안 달러 자산에 집중해 거둔 성과 역시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죠. 저희 센터의 경우 올 초 전체 자산의 20~30%를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꾸준히 매입한 달러 자산은 달러 주가연계신탁(ELT)을 비롯해 달러 보험, 역외펀드 등에 투자했는데 결과적으로 환차익 부분에서만 10% 이상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최근 고객들의 투자 트렌드 역시 달러 자산과 함께 만기 1년 이내의 중위험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을 위한 하반기 재테크 조언이 있다면.
“일단 ‘방망이’(투자 기간)를 짧게 잡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미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달러 자산에 대한 대기 수요가 많지만, 현시점에서 가격 부담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 역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브렉시트(Brexit) 이슈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 역시 해결이 묘연한 상황이죠. 그렇다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만약 전체 자산에서 달러 포지션이 20% 이상을 차지한다면 굳이 추가로 매입할 필요는 없지만, 그 이하 비중이면 지금이라도 보유 비중을 늘릴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9호(2019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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