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기고=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역류성식도염은 10명 중 1~2명꼴로 흔하지만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음주와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이 원인이다.
역류성식도염, 암(癌) 발병 위험 높여
위와 식도의 연결 부위는 하부식도괄약근이라는 문으로 닫혀 있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만 열리면서 역류를 방지한다. 하지만 하부식도괄약근의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아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 이를 ‘역류성식도염’이라고 한다.

타는 듯한 통증 발생
역류성식도염은 위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위장의 운동성이 떨어지게 되면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서 복압이 올라가 위산과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할 수 있다.

초기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가슴이나 목이 타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고 누워서 잠을 자는 것조차 힘들어질 정도로 고통스럽다. 또 위산이 역류하는 과정에서 인두가 자극을 받으면 기침이 나온다. 이를 방치하면 만성 기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만약 원인 모를 기침이 수개월 동안 계속된다면 단순 기관지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역류성식도염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입에서 냄새가 나며, 간혹 혀에서 시큼하고 쓴맛이 느껴질 때도 있으며, 평소와 달리 쉰 목소리가 나기도 한다.

역류성식도염에 의한 목소리 변화는 위의 소화액이 식도로 역류해 인후두에 자극을 주거나 신경반사를 일으켜 쉰 목소리를 유발하게 된다.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증상이 심하다. 또한 목에 가래가 끼어 있는 느낌이나 헛기침, 구역 증상이나 역한 입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방치하면 바렛식도로 발전
역류성식도염이 만성화되면 궤양이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고, 좁아져 식도 협착이 발병할 수 있다. 또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발병하면 바렛식도(Barrett’s esophagus)로 이어져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빠른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바렛식도는 위와 연결되는 식도 끝부분의 점막이 지속적인 위산 노출로 인해 위 점막 세포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바렛식도가 발생하면 일반인과 비교해 30~100배 정도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서구에서는 식도 선암 발생률이 다른 암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고 미국은 현재 전체 식도암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선암이 꼽히고 있다.

위산이 식도 점막으로 올라와 자극을 주고 반복적인 손상과 재생 과정에서 식도 점막세포가 변해 식도암의 전단계로 발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식도가 자극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삼킴 곤란, 이물감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가능하면 빨리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역류성식도염은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때로는 필요에 따라 24시간 식도산도 검사나 식도내압 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초기엔 생활습관 개선으로 호전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과식 이후 위장 내 압력이 높아져 역류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과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식사 이후 눕거나 등을 구부리는 자세를 취하면 역류 현상이 더 잘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거나 음주, 흡연, 혈압약, 천식약의 일부 성분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할 수도 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위산분비 억제제, 소화관 운동기능 개선제, 제산제, 위점막 보호제 등을 환자의 증상별로 조합한 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이를 통해 위·식도 역류를 감소시키고 역류물을 중화시키면서 식도 청소율을 향상시킴으로써 식도 점막을 보호한다.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재발하기 쉽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바로 약물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다시 재발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과 치료 일정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

재발 후 약물치료로 완치가 어려울 때는 외과 수술이나 내시경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 역류성식도염의 대표 외과적인 수술적 치료로는 느슨해진 하부식도괄약근을 위기저부로 감싸주는 복강경 위저추벽 성형술이 있다. 복강경 위저추벽 수술은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을 진행하므로 최소침습적 수술법에 속한다. 개복 수술보다 회복 기간을 단축시켰으며 절개 부위가 작아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통해 간단하게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스트레타 치료법과 항역류 내시경 수술이다. 스트레타 치료법은 입을 통해 내시경을 넣은 후 낮은 주파수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해 느슨해진 하부식도괄약근의 수축력을 강화시켜 증상을 호전시킨다. 외과적 수술과 달리 흉터가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항역류 내시경수술은 헐렁해진 식도 아랫부분을 절제해 좁게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식도 점막 지름의 4분의 3 정도를 약 1cm 두께로 도려내면 그 부분에 새 살이 나오면서 치유되는데, 이때 반흔이 생겨 쪼그라들어 식도 반경이 좁아지고 증상이 나아진다.

역류성식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식사 시간 및 식사량을 지키고 취침 2~3시간 전에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음주와 흡연, 카페인 탄산음료, 기름진 육류와 튀김류를 섭취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걷기, 조깅, 수영과 함께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운동을 하면 소화를 촉진시켜준다. 운동을 할 때는 식후 1시간 이내에 운동하는 것보다는 1시간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1시간 이내에 운동을 시작할 경우 위에 아직 존재해 있는 음식물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의 근육이 수축해 위에 있는 음식이 장으로 내려가지 못해 오히려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