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오르가슴의 비밀

[한경 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느끼는 극치감을 오르가슴이라 부른다. 하지만 단순히 사정에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자와는 달리 여자의 오르가슴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좋았어?” “나 혼자 한 거 아니지?”
사랑을 나누고 나면 대다수의 남자들이 파트너에게 묻는 말이다. 그러면 만족했든 아니든 대개의 여자들은 또 “좋았어”, “나도 느꼈어”라고 대답한다. 이왕 끝난 게임인데 아니라고 한들 뭐가 좋겠는가? 내 남자의 기도 살려주고, ‘다음엔 좀 더 잘하기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러기도 하지만, 또 ‘좋았다’고 대답하면 정말 좋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같아서 그렇게 대답한다는 여자도 적지 않다.

이처럼 섹스의 프러포즈는 남자들이 하지만, 실제 섹스에 있어서 남자는 전적으로 ‘을’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남자의 섹스는 여자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자신의 만족 혹은 자신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섹스를 할 때 여자의 눈치를 본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고, 언제쯤 삽입을 하고 사정의 적기가 언제인지를 가늠하고 실행해야 하기에 남자들은 눈을 뜨고 상대의 반응을 관찰하며, 매번 섹스의 장이 자신의 성 능력의 시험장과도 같이 느껴진다. 만약 자신은 여자의 반응과 상관없이 자기의 만족만 구할 뿐이라는 남자는 섹스의 기본도 모르는 아마추어 섹스를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르가슴의 진실 혹은 거짓

프랑스어로 ‘작은 죽음’이라 불리고, ‘별들의 샤워’라고 할 정도로 잠시 자기의식을 놓치게 하는 오르가슴은 성적 만족과 분명히 연관이 있다. 그러니 여자들의 성적 만족이 자신의 성 만족과 직결되는 남자들은 상대가 오르가슴을 느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남자들의 경우는 오르가슴을 느꼈는지가 ‘사정’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지만 여자들은 그런 결과물이 없기에 오르가슴을 느꼈는지 본인의 확인이 아니고는 알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들도 거짓 오르가슴을 연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오르가슴을 과장하기도 한다. 사정을 할 때 전립샘에서 요도를 통한 정액의 흐름에서 당연히 오르가슴의 쾌감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남자 역시 성적 만족감은 육체적 쾌감과 정서적 친밀감, 상대에게 사랑이 느껴질 때 더욱 더 큰 극치감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섹스는 단순히 몸만이 만나 감각적인 쾌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심리적·관계적인 총체적 소통인 것이다.

오르가슴은 단순히 ‘쾌감의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 몸에서 일어나는 신체적인 반응이다. 오르가슴을 느끼면 혈압과 심장박동 수는 2배 이상 올라가고(다른 장기에 산소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신진대사에 도움이 된다), 호흡이 가빠진다. 촉감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는데 오히려 통감에 대한 반응치는 낮아져서 진통효과가 생긴다.

특히 여자의 경우 질을 자극해 오르가슴을 느낄 때, 동공이 확대된다. 동공의 확대는 강한 자극과 흥분을 느끼는 지표로서 인간에게 일어나는 독특한 반응이다. 그리고 가슴에 반점이 생기기도 하고, 자궁의 수축이 일어난다. 자궁의 수축은 여자 자신에게 오르가슴의 느낌이기도 하지만 생식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단순히 사정에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자와 달리 여자의 오르가슴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여자에게는 성기뿐 아니라 온몸, 심지어 생각까지 오르가슴을 일으킬 수 있는 자원이 된다. 상상뿐 아니라 가슴, 등, 다리, 머리, 발가락 애무에 이르기까지 여자들의 오르가슴이라는 쾌감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된다. 성기 오르가슴도 여자의 경우 음핵 오르가슴, 질 오르가슴, ‘지 스폿(g-spot)’ 오르가슴으로 나누는데, 음핵 오르가슴보다 질이나 ‘지 스폿’ 오르가슴이 훨씬 강력하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여자에게 오르가슴이란

성심리학자 G. 프로이트 박사는 여자의 음핵 오르가슴을 섹스를 경험하지 못한 소녀도 경험할 수 있는 ‘미성숙 오르가슴’이라고 과소평가했지만, 사실 음핵은 거의 모든 여자에게 일차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질 오르가슴, ‘지 스폿’ 오르가슴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가진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음핵은 남자의 음경과 상동 기관이며, 귀두에 4000여 개의 신경돌기가 분포돼 있는 데 반해 여자의 음핵은 이의 2배인 8000여 개의 신경돌기가 분포돼 있는 극도로 예민한 부분이다. 여자가 성적으로 흥분하면 남자와 같이 성기에 충혈현상이 시작되는데 음핵 역시 몇 배로 커진다.

질 오르가슴은 남자가 성기를 삽입해서 피스톤 운동을 할 때, 질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자궁경부를 자극하는 데서 일어나는 오르가슴을 말한다. 그리고 ‘지 스폿’ 오르가슴은 여자의 질 입구 가까이에 위치하는 부위로 좀 더 강하게 자극해야 느껴지는 강력한 오르가슴으로 지금까지 해부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주로 여성 성학자들에 의해 그 존재가 더욱 이야기되고 있는 쾌감 부위다.

‘지 스폿’은 남자들의 전립선 같은 성감대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으며, 음핵의 뿌리 부분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고, 그저 질의 예민한 섹스존 중 하나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여자의 중요한 성기 오르가슴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모든 여자가 ‘지 스폿’ 오르가슴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성감대로 개발되는 기회가 있어야 경험할 수 있다. 질 입구 가까이 있기에 남자의 성기보다는 손가락으로 자극할 때 쾌감을 느끼기 쉽다.

세 가지 오르가슴을 경험한 여자들은 음핵 오르가슴이 음핵 주변의 예민하고 짜릿하며 화려한 오르가슴이라면, 질 오르가슴과 ‘지 스폿’ 오르가슴은 몸 전체로 퍼져 나가는 묵직하고 강력한 오르가슴이며 이 모두가 혼합된 오르가슴이야말로 최상의 경험이라 입을 모은다.

오르가슴을 자주 느끼면 조산율, 사망률, 전립샘, 유방암 등 암 발생률, 심장병 발병률, 스트레스를 낮춰주고, 월경통, 편두통 등에 진통효과가 있으며, 결속감, 친밀감, 행복감을 높일 뿐 아니라 자존감을 높여준다.

특히 오르가슴을 자주 느낄수록, 오럴섹스를 많이 나눌수록, 다양한 섹스를 나눌수록 여자의 성적 만족도는 높아진다. 성적 만족도가 바로 오르가슴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르가슴의 잦은 횟수는 분명히 연관이 있다. 무엇보다 여자가 사랑을 나눌 때 파트너와 마음이 잘 맞고, 하나가 됐다고 느낄 때 ‘최고의 극치감’을 느꼈다고 하니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 섹스 후의 교감, 높은 소통 능력이야말로 ‘가장 멋진 섹스’로 기억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