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연주, 순간의 음악’을 잡아 두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이엔드 오디오는 그 욕망을 향한 인간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로 통한다. 고도의 기술과 디자인, 브랜드 가치.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품 가전의 으뜸으로서 하이엔드 오디오가 살아남는 이유다.
오디오는 음악을 듣는 도구란 넓은 의미 안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블루투스 오디오부터 하이파이 오디오, 그리고 하이엔드 오디오까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 피라미드의 상단을 차지하는 것이 하이엔드 오디오다. 실제 연주회장의 소리를 내 방 안에서도 원음에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개발된 고가의 오디오로, 왜곡 없는 순수한 원음과 생생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사명을 맡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수천만 원대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만큼 누구나 하이엔드 오디오를 접할 수는 없다. 기기와 기기를 연결하는 선 하나가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을 능가하는 것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내로라하는 재벌가 최고경영자(CEO)들이 오디오광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호사로운 취미에 가깝다.
이러한 오디오 마니아들의 까다로운 청음회를 통해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역시 극소수만이 살아남는다. 이 중 오디오 사운드 플랫폼 ‘오드’가 엄선한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톱4를 소개한다. 선정 기준은 기술력과 디자인, 브랜드 가치다. 스타인웨이 링돌프(Steinway Lyngdorf)
‘피아노 명가의 자존심을 그대로’
프란츠 리스트, 리하르트 바그너…. 당대의 음악가들이 사랑한 꿈의 피아노, 스타인웨이는 160년 전통의 그랜드 피아노 제조사다. 그런 피아노 명가가 처음으로 자사의 로고를 공유한 일이 있으니, 바로 하이엔드 오디오 ‘스타인웨이 링돌프’와의 협업이다.
오디오 전문가들은 소리를 구현하기 가장 어려운 악기가 피아노라고 말한다. 덴마크에서 활동한 오디오 제작자이자 사업가인 피터 링돌프는 피아노계의 전설, 스타인웨이에 피아노 소리를 완벽히 재연할 것을 약속하며 콧대 높은 스타인웨이의 로고를 처음으로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름은 양사를 합친 스타인웨이 링돌프. 역사의 시작이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 공방 장인에 의해 피아노와 동일한 8주간의 수작업 마감 처리를 거쳐 탄생한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캐비닛은 그 자체로 예술품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정교하게 제작된 양지향성 다이폴(dipole) 방식의 스피커, 공간을 인지 보정해 최적의 이퀄라이징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룸 퍼펙트(room perfect) 기술 등은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이끌어내는 특징이다.
어디 명가의 이름만 빌렸을까.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발전 속도가 빠른 오디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꾸준한 연구·개발(R&D)과 노력으로 현재 기술력에 가장 적합한 오디오 사운드를 구현한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디지털 공간 보정 기술인 룸 퍼펙트를 비롯해 다양한 기술에 대한 55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음원부터 스피커까지 완전하게 디지털로 이루어진 신호 체계를 통해 최고의 스케일과 해상도를 자랑하며 잡음이 전혀 없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제품 설계부터 생산,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유닛과 같은 모든 파츠까지 직접 제조하는 오디오 제조사다. 이 같은 만능 제조사는 전 세계에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오디오 마니아들은 최적의 소리를 찾아내기 위해 각각의 브랜드와의 호환을 시도하지만,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앰프부터 스피커까지 모든 설계를 인바운드에서 진행하기에 자사만의 제품으로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한번에 제공한다. 스타인웨이의 혈통을 이어받은 스타인웨이 링돌프가 가진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스타인웨이 링돌프 스피커의 이름은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모델(Model)O, 모델S, 모델B, 모델C, 모델D 모두 그랜드 피아노와 이름을 함께한다. 스타인웨이 링돌프 오디오 가격은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한다. 이 중 가장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은 스피커와 피아노 양쪽 모두 ‘모델D’다.
에스텔론(Estelon)
‘에스토니아 국보급 브랜드의 힘’
유럽 발트해 연안 130만여 명이 사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경기장에 시민들이 모여 다 함께 노래하고 축제를 즐길 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나라다. 그런 에스토니아에서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에스텔론’의 위상은 특별하다. 국가명이 들어간 이름에서 에스토니아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에스텔론은 30년 이상 오디오업계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 알프레드 바실코브가 2010년 설립한 브랜드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뛰어난 디자인으로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았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장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에서 ‘최고 혁신상’까지 수상하며 브랜드의 위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특히 유려한 디자인과 세라믹 드라이버 유닛, 합성 대리석 소재의 캐비닛 등 에스텔론 특유의 디자인이 호평을 얻고 있다.
‘에스텔론 YB 스피커’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버메스터(Burmester)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준’
스타인웨이 링돌프가 피아노라면, 기타를 위한 오디오도 있다. 기타리스트 출신 디터 버메스터가 본인의 기타 소리를 듣기 위해 만든 ‘버메스터’다.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포르셰, 부가티 등 고급 자동차의 카오디오로 널리 알려져 있는 버메스터는 1977년 독일 베를린에서 설립돼 지금까지도 최고의 홈 오디오 브랜드로 꼽힌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준이자 독일인이 사랑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순위에서 포르셰, 메르세데스, 랑에 운트 죄네와 경쟁하며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버메스터의 모든 공정은 베를린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숙련된 독일 현지 장인들의 정교한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진 오디오는 소수점 단위의 고장률을 보일 정도로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엄격한 부품 선정과 최고의 소재, 전통이 있는 기술력이 완벽한 장인정신과 만나 만들어지는 버메스터 오디오는 그 자체로 시간을 뛰어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유의 크롬 패널과 방열판 형상의 디자인은 변하지 않는 버메스터의 가치를 시각화하는 요소다.
버메스터의 제품들은 특정한 법칙에 따라 이름이 지어진다. 예컨대 1980년 8월에 처음 만들어진 프리앰프는 완성된 연도와 월을 따라 ‘808’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808 프리앰프는 현재까지 다섯 번째 리뉴얼되며 최고의 프리앰프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카르마(Kharma)
‘하이엔드 중 하이엔드’
‘죽기 전 꼭 들어봐야 할 오디오.’ ‘하이엔드 중 하이엔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극찬을 받는 하이엔드 오디오는 네덜란드의 한 작은 공장에서 탄생한 ‘카르마’다. 당시 오디오 테크니션이었던 찰스 반 외스테룸은 가격적 제약 없이 오디오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에 돌입한다.
“한 번 카르마를 통해 음악을 들어보면 다른 오디오로는 절대 성에 차지 않을 소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운드’를 선사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카르마를 제작했다. 다이아몬드, 카본을 아우르는 호화로운 소재를 사용해 세밀하고 우아하면서 강력한 사운드를 내면서 카르마가 가진 가치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카르마의 작품 중 ‘엘레강스(Elegance) 시리즈’는 말 그대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카본파이버 우퍼, 항공 소재인 베릴륨 트위터 등이 사용된 기술력의 융합을 보여준다.
놀라울 정도로 선명한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엘레강스 라인업은 S-7S, DB-7S, DB-9S, DB-11S가 있다. 제품 이름에서 숫자는 우퍼의 사이즈(인치)를 나타내며, 알파벳은 우퍼 유닛의 개수를 나타낸다.
☞하이엔드 오디오 쇼룸, ‘오드메종’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한 거리. 주택들이 늘어선 이 한적한 거리에 오디오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할 신비한 공간이 하나 있다.
최고의 가치를 지닌 하이엔드 오디오를 소개하는 오디오 쇼룸 ‘오드메종(ODE Maison)’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청음 공간으로, 방문객이 오드메종에 머무르는 동안 철저하게 음악 감상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프라이빗하게 설계됐다.
스타인웨이 링돌프, 에스텔론, 버메스터, 카르마 등 15개 내외의 브랜드를 ‘나만의 청음회’를 통해 즐길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8호(2019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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