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하락할까, 다시 상승할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길을 묻는 투자자들에게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하락장이든 상승장이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택은 언제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은 양극화가 아니라 다양화입니다. 오를 곳, 버틸 곳, 내릴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현재 거래절벽의 긴 겨울잠에 빠져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이럴 때일수록 “최소 5년 이후를 바라보며 시장을 살피면 답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강력한 규제로 ‘폭락’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폭락이 오는 시기는 아무도 집을 사려고 기다리지 않을 때”라며 “지금은 주택 가격이 내려오면 매수하겠다는 대기 수요가 있는 상태로, 외부의 큰 충격이 없는 한 급격한 가격 하락도, 상승도 오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거래절벽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을 중심으로 지난해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다가 갑자기 멈추니까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방향은 정해져 있다. 서울은 과잉 공급이란 얘기가 맞지 않는 지역이다. 서울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서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서울 지역이 폭락하려면 신도시 1기 등이 망하고 신도기 3기 계획은 없어져야 한다. 신도시 3기가 추진된다는 것 자체가 서울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수요가 있고,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거래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규제는 가져가더라도, 1주택 실수요에 대한 대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지금은 1주택자가 집을 팔고 옮겨 가려고 해도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이동할 수 없고, 매물이 잠길 수밖에 없다.”
왜 5년 이후를 봐야 하나.
“2년 미만을 부동산 시장에서는 단기로 본다. 짧은 시간에 부동산에서 성과를 거두려는 조급함을 내려놔야 한다. 서울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어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 다른 대안(지역)은 거의 없다. 단기적인 흐름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 지금 준비할 것은 조정장 이후 시장이다. 현재 가격의 단기적 동향보다 미래 가치가 성장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향후 오를 곳은 어디인가.
“최근 서울 금천구가 중랑구, 도봉구 등의 상승률을 앞질렀다. 금천구에 새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서고, 중랑구와 도봉구 등에는 새로 입주한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 내에서라도 신축이냐 구축이냐에 따라 분화된다. 금천구라 해도 동반 상승한 것이 아니라 새 아파트만 유독 상승했다.
2000년 이전에는 다세대나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아파트’ 자체로도 상품에 만족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에는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가고, 구축에서 신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파트의 상품성이 입지 못지않게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잠실 지역도 최근 구축은 빠지고, 헬리오시티 같은 신축은 버티고 있다. 비단 서울이 아니더라도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신축은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예컨대 안양의 구도심에서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은 구도심이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지만, 올라갈 수 있다. 그렇다고 구축은 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실거주로 10년 동안 살 거야.’ 이런 경우에는 가격 대비 실속 있는 선택일 수 있다.
과거 혐오시설이 선호 지역으로 바뀌는 곳도 프리미엄이 급상승한다. 예컨대 군부대, 사창가, 술집, 발전소 등의 시설이 사라지는 곳이다. 쉽게 말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꺼리는 요인이 없어지면 가치가 급상승한다. 향후 서울 주요 사창가는 100% 사라질 곳이다. 청량리, 천호, 영등포 등은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버틸 지역과 하락할 지역은 어디인가.
“자가 비율을 눈여겨봐라. 소위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를 이용한 갭투자가 성행한 곳은 리스크가 크다. 최소 자가 비율이 50%가 넘는 곳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이런 곳은 매물도 잘 나오지 않는 편이다. 9·13대책 이후에도 소위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은 상승했는데 그런 관점에서는 경계가 필요하다.
또한 ‘끝 지역’을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서울은 언제든지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진입하려는 수요가 많다. 그런데 만일 평택, 이천, 의정부 등에서 인구가 유출될 경우 새롭게 채우려는 수요가 얼마나 될까. 배후 수요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람들이 비싼 서울 집값을 피해 신축에서 살기 위해 가는 지역이라면 그 신축들만 오를 수 있다.”
최근 저서에서 서울 외 지역도 오를 만한 곳이 있다고 강조했는데.
“지난해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는 책을 냈다. 인터넷서점 종합 베스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방도 자꾸 언급돼야 인지도가 생기고 활성화될 것이라는 마음에서 출간했다. 그런데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도 다른 전문가들이 지방 관련 책은 내지 않더라. 그래서 올해 또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를 냈다.
꼭 강남, 목동, 노원에서만 서울대에 가는 학생들이 배출되지 않듯 지방에도 교육 환경이 좋은 곳, 일자리가 많은 곳이 있다. 지방에서도 3.3㎡당 1000만 원이 되지 않는 아파트가 있고, 3.3㎡당 2000만 원이 넘거나 육박하는 아파트들이 있다. 부산 해운대와 수영구, 대구 수성구, 대전 서구나 유성구처럼 좋은 입지의 좋은 상품일 경우다. 앞으로도 비싼 지역과 싼 지역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지방도 질적인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각 지역의 중심지에 관심을 가져보자.”
지난해 한 방송에서 광주 봉선동의 폭등에 영향을 끼친 인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광주 봉선동은 3년 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곳이었다. 이미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지역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교통과 학군 등 지방 내에서도 절대적인 수요가 있는 지역은 일부 조정을 거치더라도 미래 가치가 있다. 이를 무조건 투기 수요로 치부하는 것은 해당 지역주민들에 대한 결례일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7호(2019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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