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작가 손기원도 고흐를 사랑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손 작가는 동일한 이미지에 다양한 색채의 변주로 신선한 시각적 효과를 내는 ‘색채변주(色彩變奏)’ 기법을 통해 그만의 고흐를 캔버스 위에 그려낸다. 고흐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신비감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팝아트로 재탄생한 고흐는 19세기에서 21세기로 시공간을 훌쩍 넘어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왜 다시금 고흐인가. 손 작가는 ‘목회자가 될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과 합일되기를 소망했던’ 고흐에게 자신을 투영해 신에 대한 사랑과 경배를 표현하고자 했다. 신을 사랑한 작가, 캔버스 위 색채변주가 손기원을 만났다. (왼쪽부터)
-최근 빈센트 반 고흐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고흐는 고독한 삶을 자신의 영혼에 담아 그림에 그려 넣었던 위대한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에게 고흐는 ‘영혼의 순례자’입니다. 그는 가난으로 청소년기에 학업을 중단했고, 이후 성직자로서의 길을 열망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좌절했습니다. 이루지 못한 꿈은 화가로서서의 길을 선택해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과 섭리,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경배, 그리고 인간의 삶의 진실과 경건을 표현해냈습니다.”
-손 작가님의 ‘빈센트 시리즈’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격정과 고뇌의 삶을 살았던 고흐의 이미지 위에 강렬한 색채를 다양하게 입히고, 선들을 조화롭게 연결시킴으로써 새로운 작품이 재창조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미지 화폭 위에 아크릴 물감과 라인 테이프를 활용해 다양한 양상으로 팝아트를 구현한 것이지요.
고흐란 인물의 화면 위에 숨겨진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여러 색채의 변주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면서 이미지 형태를 단순화시켰습니다. 이미지 형태를 구체적으로,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 대신에 선으로 변화를 주고, 면은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색으로 채웠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평범하게 인지됐던 고흐의 이미지가 특별한 대상으로 변화돼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안녕! 빈센트(Bonjour! Vincent)’.
“고흐를 다시금 부르고 싶었습니다.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현대적 인물로서의 고흐를. 그리고 강렬한 색채의 대비로 그를 재현해 고흐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새롭고 감각적인 모습의 그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안녕! 빈센트(Bonjour! Vincent)’라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말이지요.
작품의 연작(빈센트 시리즈)을 통해서 예술은 사물의 복사라는 ‘재현’의 차원이 아니라 작가 주관에 의해 재구성되는 ‘표현’이라는 점 또한 알리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색채변주’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저만의 시각으로 사물을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색채’ 활용이 중요한 매개가 되고,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삶 속에서 겪는 부정적인 감정들도, 또 긍정적인 감정들도 색채를 활용하는 예술 작업에 몰입하는 순간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곤 하니까요.
실제 색채의 힘은 위대합니다.
회화에서 형태가 대상과 주체와의 거리를 지각하는데 효과적이라면 색채는 대상의 표현적 속성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색채는 특히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색 조화와 대비 속에서 신비적인 힘이 나타나기도 하고, 안정을 찾기도 합니다. 색이 그림의 분위기 연출에 절대적인 요소를 차지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술 작품에서 색채를 본다는 것은 미적인 측면뿐 아니라 작품에서 오는 활력을 느끼는 것입니다. 저 역시 작가적 상상력으로 색감을 변화시켜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성령의 열매 중 <충성>, 80X60cm, 2017년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화가로서 이루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늘 삶에 염두에 두어 왔습니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음악을 듣는 중에 생각나기도 하고, 설교를 듣는 중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성령의 열매’(성령의 역사로 인해 성도가 그 삶을 통해 맺어 가는 열매)를 작품 속에 표현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기게 됐습니다.
사랑, 기쁨,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등 성령의 9가지 열매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2017년 <충성(Fidelity)>으로 성령의 열매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감사하게도 해당 작품은 ‘2018 아시아프 히든 아티스트 페스티벌’ 공모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지금은 ‘화평’에 대한 이미지 작업을 고심 중입니다. 성령의 열매가 색채변주를 통해 생명력이 있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마음과 영혼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나는 그림에 내 가슴과 내 영혼을 그려 넣는다’고 했던 빈센트 반 고흐처럼 말입니다.”
◆손기원 화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회화전공 석사)을 졸업했다.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여성분과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8 아시아프 히든 아티스트 페스티벌(Hidden Artists Festival)’ 공모전에서 <빈센트 Ⅲ>, <충성>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7호(2019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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