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28.6%로 대한민국 가구 유형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45년에는 36.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기준으로도 거의 서너 집 중 한 집 꼴로 본격적인 1인 가구 시대가 도래하는 셈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싱글 가구의 급증을 경험한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1인 가구의 증가에 맞추어 정부 정책과 주택 시장, 솔로이코노미 시장이 변화·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전체 미혼 1인 가구 중 35세 이상의 비중이 2000년 23.1%에서 2015년 43.9%로 증가하며 ‘골드 싱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은퇴 이후 필요 생활비 ‘5.5억 원’
그렇다면 1인 가구의 빠른 증가 속도처럼 혼자 살기 위한 준비도 잘되고 있을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은퇴준비지수 2018’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에 자신을 부양해줄 가족이 없는 1인 가구의 재무은퇴준비지수는 55.1로 다인 가구의 69.3보다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은퇴 후 1인 가구의 적정 생활비는 154만 원 수준이다. 골드 싱글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일 수 있다. 하지만 적정 생활비를 기준으로 필요 자금을 계산해도 55세 은퇴 이후 85세까지 살아간다고 가정하면 30년간 총 5억5400만 원이 필요하다. 노후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복병인 의료비를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수치다.
대체 소득원이 없는 1인 가구는 본인의 연금으로 은퇴 후 필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먼저 국민연금공단(www.nps.or.kr)과 가입한 퇴직연금 회사에서 본인의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과 누적된 퇴직연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확보되는 연금은 1인 가구의 노후 적정 생활비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이며 65세 이후에나 수령할 수 있어 퇴직 후 약 10여 년의 소득공백기간이 발생할 수 있다. 퇴직연금 또한 대부분의 근로자가 이직 또는 퇴직 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중도 해지해 일시금으로 받는 점을 고려하면 노후를 위한 연금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연금은 세액공제 여부에 따라 연금저축보험과 연금보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연말정산 시 연간 400만 원 한도로 세금을 환급 받으면서 55세 이후부터 평생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연금저축보험에 우선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단, 연금저축보험은 납입기간 동안 세제 혜택을 누리는 대신 연금 수령 시 3.3~5.5%의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또한 연금계좌를 합산해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과세대상에 포함되므로 연간 세액공제 한도까지만 납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연금 가입 필수…수령은 종신형으로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연금보험’에 납입해 연금 자산을 불리는 것이 가입자에게 유리하다. 연금보험은 납입 기간 동안 세액공제 혜택은 받을 수 없지만,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연금을 비과세로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연금저축보험에 비해 안정적으로 연금 수령이 가능하며 연금소득에 관계없이 종합소득과세로부터 자유롭다. 적극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운용 기간 동안 펀드에 투자하면서 연금 개시 시점에는 납입한 원금을 보존해주는 변액연금보험 역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종신형 연금보험은 받는 기간이 정해진 확정형에 비해 매년 지급받는 연금액은 작지만 오래 살 경우 가장 많은 연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올해 4월 경험생명표 개정이 이루어지면 개정 전과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하더라도 종신형 연금보험의 연금액이 줄어들 예정이다. ‘가입 시점’의 경험생명표를 기준으로 평생 받을 종신형 연금 재원을 산출하는데 평균수명이 증가할수록 매월 수령하게 되는 연금액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신형 연금보험 가입을 고려 중이라면 4월이 오기 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의료비는 필요 시점과 필요 금액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목돈으로 마련하기보다 보장성 보험으로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1인 가구의 보험 설계는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과 다르다. 본인 사망 시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 정기보험은 1인 가구에 의미가 없으므로 장례비 정도의 보장만 남기는 것이 좋다. 대신 살아가며 아프거나 다칠 경우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과 발병율이 높은 암보험, 2대 질병보험, 사고로 다칠 때 소득을 보상해주는 상해보험, 간병보험을 위주로 보장 자산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혼자서도 잘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혼자 잘살기 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은퇴 이후 약 30년가량을 소득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는 1인 가구에는 그중에서도 노후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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