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68531.1.jpg)
이 같은 호실적은 각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부문의 이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실제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은 28조77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9%(2조3722억 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진 데 따른 영향으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2.31%포인트로 지난 2013년(2.53%포인트)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뒤바뀐 ‘리딩뱅크’…신한금융 1위 굳히기?
금융그룹별로는 신한금융이 전년 대비 8.2% 늘어난 3조156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1위 자리를 빼앗긴 KB금융(3조689억원)의 경우 3년 연속 3조 원대 호실적을 이어갔지만 10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간발의 차이로 선두 자리를 내줬다.
다만 KB금융이 지난해 4분기 실적에 3700억 원대의 일회성 비용(희망퇴직금+특별보로금)을 대거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위 변동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수장들이 ‘초(超)격차’를 외치며 인수·합병(M&A)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역시 KB금융과 신한금융 간 엎치락뒤치락하는 1위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지분율 59.15%)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연간 1000억 원 안팎의 순이익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더불어 추가 M&A 및 오렌지라이프 잔여 지분 인수를 위한 7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도 계획 중이다. KB금융 역시 추가 M&A 등을 통해 리딩뱅크 재탈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KB금융은 공격적인 M&A 전략을 통해 10년여 만에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은 바 있다.
지난 2월 금융지주로 재출범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지난해 각각 2조192억 원, 2조2402억 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들 금융그룹 역시 M&A 카드를 적극 활용해 리딩뱅크 경쟁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4대 금융 외에 NH농협금융도 지난해 1조2200억 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출범 6년여 만에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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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경우 금융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행의 핵심 수익 기반인 대출 잔액이 사실상 정체 상태인 데다 주택경기 침체 및 경기 악화로 인한 부실채권의 급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지난 1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4년 만에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의 경우 828조7000억 원으로 1조1000억 원가량 늘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에서는 1조5000억 원가량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손충당금 확대 등을 통해 실적 방어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특히 경쟁사와 비교해 리스크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커버리지비율은 170%에 육박하고 있다. NPL커버리지비율은 부실자산에 대한 대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NPL커버리지비율이 100%라면 대출금 100억 원의 회수 불능에 대비해 100억 원의 예비자금을 쌓아 뒀다는 의미다.
부실채권이 급증하는 경기 하강기에는 실적 악화의 완충제로서의 역할을, 경기 회복기에는 충당금 환입을 통한 이익 개선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늘었다기보다는 부실자산을 대거 상각·매각하면서 분모(고정이하여신 잔액)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지난해 말 충당금 전입액도 67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가량 늘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2017년까지 NPL커버리지비율 100%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부실자산 감소 효과로 130%대 수준으로 개선됐다.
그동안 낮은 NPL커버리지비율 탓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눈총을 받아 온 하나금융도 금호타이어 등 부실채권 감소의 영향으로 100%대(107%)에 진입했다. 이는 전년(87.4%) 대비 20%포인트 가까이 개선된 수치다. 다만 지난해 말 충당금 전입액은 46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8%가량 크게 줄어 경쟁사와의 NPL커버리지비율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올 초 우리금융지주로 재출범한 우리은행도 금호타이어 및 STX엔진 등의 충당금 환입 영향으로 지난해 NPL커버리지비율이 119.4%로 전년(87.7%) 대비 30%포인트 이상 개선됐다. 다만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3290억 원으로 같은 기간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과 함께 낮은 NPL커버리지비율로 지적을 받아 온 농협금융의 경우 부실채권 감소의 영향으로 10%포인트 가까이 개선됐지만, 은행계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하회하는 97.27%를 나타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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