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와 팥쥐, 대비되는 두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마치 선과 악처럼 느끼고는 합니다. 콩쥐는 늘 선한 주인공, 팥쥐는 늘 악인인 셈이죠. 저는 은연중에 사람들을 콩쥐와 팥쥐로 구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 자신은 콩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늘 착하고 당하기만 하는 콩쥐라고, 나를 괴롭히는 이들은 사악한 팥쥐라고 규정지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하루는 저의 그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닫게 됐습니다.
제가 호주에서 일했던 레스토랑에서는 오전과 오후를 교대로 일하곤 했어요. 어느 날, 직원이 새로 왔는데, 그 친구가 일만 하고 나면 온통 난장판이 되곤 했죠. 물건도 제자리에 두는 법이 없고, 일처리도 너무 느려서 다음에 일하는 제가 모든 뒤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 친구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동료들과 늘 웃으며 일했는데, 그 친구가 온 뒤로는 너무 힘들어서 웃으며 일한 기억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하루는 그 친구와 시간을 바꿔 일하게 됐죠. 일이 손에 안 익어서인지 실수에 실수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후가 됐을 땐 주방이 엉망이었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가 팥쥐라고 여겼던 그 사람도 그랬겠구나 하고 말이에요.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늘 퉁명스럽게 굴던 제가 팥쥐였을지도 모르죠.
제가 팥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자 저는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친구가 엉망으로 해 놓은 주방이 더 이상 짜증나지가 않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다시 웃으며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후로 정말 누군가에게 화나는 일이 생기면 스스로에게 먼저 묻습니다. 내가 정말 콩쥐인지, 그 사람이 진짜 팥쥐인지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선과 악으로 규정지었던, 전쟁처럼 대치됐던 상태가 조금은 느슨해짐을 느낍니다.
오늘 하루는 스스로가 정말 콩쥐인가, 내가 미워하는 이들은 정말 팥쥐인가를 곰곰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어쩌면 그들도 팥쥐가 아닐지 모릅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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