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여성 자위’를 주제로 유튜브 방송 하나를 올렸더니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올린 지 10일도 안 됐는데 18만 뷰가 넘더니 20일 만에 100만 뷰, 그리고 현재는 200만 뷰를 향해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고 보니 유튜브 안의 다른 ‘여성 자위’에 관련한 영상들도 기본이 수십만 뷰였다.
우리나라는 성에 관한 한 아주 이중적이라 관심과 호기심은 많아도 읽어도 안 읽은 척, 관심 없는 척, 못 본 척 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성 관련 글에도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정말 용기(?) 있는 쿨한 사람들이다.
이러는 판국에 ‘여성 자위’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정말 놀라웠고, 유튜브 전문가들에 의하면 요즘 유튜브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보다 어린 청소년들과 40대 중반 이후 남녀가 많다는 것이어서 더욱 의외였다.
어쨌든 여성 자위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아마도 남자들이 가진 성적 판타지 중에 ‘여자들의 자위를 보는 것’이 항상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여자들 역시 성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예전보다 많아진 지금 실제로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 ◆여성 자위를 보는 이중적 시선
자위행위는 말 그대로 나 스스로 나를 위안하는 행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스스로 자신의 성 욕구에 따라 자기 몸을 자극하고 그를 통해 성 만족을 느끼는 ‘자율적인 섹스’다. 아주 어린 아기들도 자신의 성기를 만지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이는 그저 자연스런 행위이고, 느낌이다.
거의 모든 남자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자위행위를 경험하고 즐긴다. 특히 극심하게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포르노물을 접하면서 그 속도와 횟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친구들과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파트너가 없는 청소년기에 스스로 자신의 성행위를 연습하고 성감을 개발하며 성 만족을 얻어 성적인 긴장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자위행위는 건강한 육체적·심리적 배출 방법이다. 또 파트너의 유무와 상관없이 쉽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익숙한 성행위로 최근에는 남자들의 자위행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에 반해 여전히 여자들의 자위행위에 대해서는 금기와 거부감의 시각이 공존한다.
그래서 여성 자위에 대한 염려에는 자위행위를 많이 하면 성기, 특히 클리토리스의 모습이 변한다든지, 성기의 색이 짙어진다든지 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성숙할수록 성기의 색은 짙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많이 만져서 색이 짙어지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은 내 것이지만 여자의 성기만은 정치의 것이다”라고 말한 학자도 있지만, 유독 여자의 성에 있어서만은 윤리와 정조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는 사회가 여전히 많은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여자가 성에 대해 많이 알거나 적극적이면 밝히는 여자’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자신의 유두, 소음순의 색이 짙다’며 ‘남자친구에게 성경험이 많은 것으로 오해 받으면 어쩌냐’는 등 여자 자신이 성을 바라보는 방식조차 남자의 시각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으니 여자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란 아직도 요원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자기 파트너가 성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란 것은 오히려 남자 입장에서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또 성적자기결정권이란 성행위를 언제 할 것인가, 성행위의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피임을 하겠다면 어떤 피임을 할 것인가 결정하는 권리를 말하는데 많은 이들이 성행위의 개시에 대한 결정만을 성적자기결정권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적자기결정권은 자기의 성행위에 대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대개 여자들은 유아자위에서 시작하지 않는 한, 포르노물을 접하거나 남자친구가 생겨 스킨십에 대한 욕구가 생길 때 자위행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연히 성기가 이불이나 어떤 모서리에 스치면서 쾌감을 느껴 시작하기도 한다.
여자들이 선호하는 자위행위는 대체로 클리토리스와 그 주변을 자극하는 것이어서 삽입을 위한 남자 성기 모양의 딜도보다 바이브레이터(진동기)를 더 많이 이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여자들은 남자와 달리 성기뿐 아니라 자신의 가슴을 함께 만지면서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자의 유방은 또 하나의 성기라 불릴 정도로 성적 자극에 민감하고 예민하며, 가슴의 애무로서 오르가슴에 이른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
성에 대해 보수적이고 구체적인 정보가 거의 없는 우리 사회에서 여자들의 자위행위는 더욱 유용하다. 자위행위는 그야말로 섹스의 연습이라 성기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만지고 문지르면 쉽게 흥분하는지, 오르가슴, 적어도 쾌감에 이를 수 있는지를 알게 할 뿐 아니라 성감 개발도 되기 때문에 실제 파트너와의 섹스에서는 흥분과 만족을 용이하게 이끌 수 있다.
성 상담의 현장에서는 파트너와의 섹스에서 오르가슴을 못 느낀다는 여자들에게 자위행위가 치료 방법으로 권해지고, 성 흥분이 잘 안 된다는 커플에게는 상대의 자위행위를 보거나 때로는 서로의 자위행위에 참여함으로써 상대의 성 흥분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익히게 하기도 한다.
섹스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 넘치는 춤이다. 혼자서 여러 동작을 미리 연습하면 상대와 춤을 출 때 더욱 능숙하고 멋진 춤사위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자위행위도 그렇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6호(2019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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