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펀드’일까. 그저 돈 모으는 습관을 형성해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왕이면 황금색) 돼지저금통을 선물할 수도 있고 저축 통장을 개설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자는 제안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저금리 고착화, 길어지는 기대수명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크게 2가지다. 첫째,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 관점에서 투자의 필요성은 명백하게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 구조적 이유로 저금리는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투자의 편리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적립식 펀드가 가장 우월한 솔루션이다.
먼저 경제 환경 관점에서 보자. 무엇보다도 2019년 현재, 예·적금 금리는 일반의 기대보다 너무 낮다. 2012년까지만 해도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모두 시중은행 평균 4%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둘 모두 2%를 겨우 넘는다(예금 1년, 적금 3~4년 기준, 자료: 한국은행). 이자소득세 15.4%를 제외하면 1.7% 수준에 불과하다. 100만 원을 1년 투자하면 투자자가 이자로 손에 쥐는 금액은 1만7000원 남짓이다.
물론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중금리를 좌우하는 기준금리가 각국 경제성장률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의미 있는 금리 상승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경제가 신흥 시장과 선진 시장의 중간 어디엔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세계 1위의 고령화 속도를 자랑하는 인구구조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경제성장률이 완만하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즉, 이처럼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기존의 예·적금 투자보다 조금 더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채권, 주식 등의 금융 자산에 대한 투자 필요성이 커진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도 투자의 필요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82.7세다.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이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은퇴 이후의 삶이 더 길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노후 준비, 즉 소득이 있는 시기에 노후 자금을 확보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금융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의 효율성과 편리성 측면에서는 왜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은 아이디어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내일 일어날 일을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전문가나 점쟁이라 하더라도 내일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확실히 맞추는 일은 불가능하다. 좀 더 높은 확률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전망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타나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각자의 일상이 너무 바쁘다. 전문가들처럼 온종일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을 다 지켜보고 그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 그래서 아웃소싱을 해야 한다. 내게 핵심적인 일과 삶은 직접 하고, 시간의 효율성과 여러 편의성을 고려해서 상대적 우위에서 밀리지만 투자처럼 중요한 일들은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펀드’는 마켓에서 가장 검증된 ‘간접투자 상품’이다.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우리는 투자 시 변동성을 낮출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변동성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예·적금과 같은 무위험 투자와 다르게 금융 자산에 대한 투자는 모두 위험 즉, 변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투자에 있어 변동성을 낮추는 방법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에 함께 투자할 경우, 변동성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을 기회로…‘코스트 애버리지’ 효과
적립식 투자는 좀 더 적극적인 변동성 대처법이다. 변동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의 파도를 이용하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코스트 애버리지(cost average)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금액을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주식과 같은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평균 매입단가가 하락하게 되며, 동시에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이 살 수 있다. 즉,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이 적립식 투자자들에게는 기회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시장의 등락에 따른 투자심리 변화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적립식 펀드 투자의 덤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군중심리에 지배당하기 쉽다. 따라서 시장이 오를 때 따라 사고, 내릴 때 따라 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반대로 해야 하는 데 말이다.
2019년, 경기 사이클 후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주요 이벤트 리스크가 이어지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것이다. 올해 세뱃돈을 적립식 펀드의 시작으로 활용해보자.
용돈 외에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아이들에게 세뱃돈은 1년 치 보너스와 같을 수 있다. 필자의 기억에도 성탄절 선물 다음으로 기쁜 것이 설날 세뱃돈이었다. 부의 상징인 황금돼지의 해인 올해 설에는 세뱃돈을 현금 대신 적립식 펀드 통장으로 주는 것은 어떨까. 투자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주면서 금융과 투자에 대해 조기교육을 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5호(2019년 02월)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