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
ASSET • zoom in interview [한경 머니 =배현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격변의 부동산 시장에서 상승할 지역, 하락할 지역을 어떻게 예측할까. 정민하 부동산지인 대표는 “하루하루 급등락 하는 주식과 달리 부동산에는 방향성이 있다”며 “시장 분석을 통해 부동산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빅데이터가 고수들의 직관을 100% 대신할 순 없어도 시장 변곡점을 읽는 가장 기본적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지인(aptgin.com)은 아파트의 가격 변동, 전출입, 공급 물량, 거래량, 입주 예정 아파트와 분양가 정보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부동산 빅데이터 제공 사이트다. 해당 지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아파트가 어디인지, 시기별 수요와 공급 현황은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어 부동산 투자자들이 ‘방앗간’처럼 들르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정민하(46) 부동산지인 대표는 ‘경매’ 전문 투자자 출신이다. 오랜 기간 무명작가로 활동하다가 ‘돈의 흐름’에 주목하게 됐다. 우연히 ‘경매를 하면 돈을 번다더라’는 얘기를 접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신기했습니다. 경매하면서 갭 투자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연 200% 수익을 기본으로 보더라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궁금했죠. 어떤 조건값이 만들어지면 시장이 상승하고 하락하는지 장기 시계열을 분석해 패턴을 찾고자 했습니다.”
개인적인 투자용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급기야 ‘지인’들과 함께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를 열게 됐다. 아파트 거래 정보를 기본으로 분양단지와 학교, 대중교통 정보, 인구 이동 등의 정보를 알기 쉽게 보여준다.
“거제에서 집값 폭락으로 고통을 받는 주민을 만난 적이 있어요. 사실 해당 지역의 위험은 2~3년 전부터 예측됐던 것이고 투자자들은 대부분 빠져나왔는데, 일반인들은 대책이 없었어요. 당시 가격이 ‘고점’이고 점점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정보가 있다 해도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죠.”
정 대표는 “정보의 불균형으로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 수 없는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지인이 선별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격동의 현 부동산 시장에서 빅데이터는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까. 요동치고 있는 아파트 시장의 흐름을 짚어봤다.
9·13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 시장의 열기가 꺾였습니다. 일시적 조정일까요, 추세적 하락일까요.
“상승장 진입의 신호를 읽는 데 통상 6~8개월이 걸립니다. 겨울 초입인데, 며칠 날씨가 따듯하다고 해서 ‘봄이 왔네’ 할 순 없잖아요. 하락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부터 하락장이야’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승장에서 일시적 조정에 들어갔을 때와 하락장 국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사철에는 정부 규제 등으로 제동이 걸리더라도 거래량이 평균에서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9·13 부동산대책 이후로는 시장이 일시 조정을 받는다고 보기에는 과하게 거래량이 떨어졌습니다.”
거래량 급감이 하락장의 중요 신호인가요.
“모든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가격의 변동과 거래량의 증감입니다. 상승장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거래량의 폭증이 발생해야 합니다. 반대로 하락장이 본격화되면 거래량이 급감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호가가 오르면 매매가 줄어들면서 가격만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거래된 상황을 보면 호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수반될 때에만 가격 상승이 이뤄졌습니다. 호가가 올랐다고 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물이 쌓이면서 급매가 거래되기 시작합니다. 그 시점에는 가격 상승이 어렵습니다.”
저평가 혹은 고평가된 아파트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 같은 지역 안의 비슷한 조건을 갖춘 아파트라면, 상승 시기는 다르더라도 결국은 비슷한 비율로 오르게 됩니다. 다만 상승장 초입에는 상승을 이끌고 가는 아파트가 있고, 뒤에 따라가는 아파트들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저평가 아파트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이 오랜 기간 상승하고 있었다면 저평가 아파트가 아니라 고평가 아파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의 경우 상승장이 지난 4~5년간 지속되면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아파트를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평가 아파트를 찾기보다 오히려 고평가 아파트를 피해서 매수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락장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살펴봐야 할까요.
“하락장에서는 대부분의 주택 가격이 조정을 받게 됩니다. 다만 고평가됐던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클 수 있습니다. 저평가, 고평가 아파트를 찾기 전에 먼저 지역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해당 지역이 상승 중인지, 하락 중인지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서울은 어떤 사이클에 있는 것인가요.
“서울은 상승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됩니다. 통상 상승장 말미에는 대형의 가격 상승이 발생하는데 서울에서는 대형이 아니라,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9·13 부동산대책 이후 거래량은 기록적으로 줄어들면서 서울은 상승 동력을 잃고 있다고 보입니다.”
광역시는 어떤가요.
“광주와 대구 지역은 상승장의 후반부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신축의 가격 상승도 거세지만, 대형 면적의 가격 상승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공급 물량이 과잉되지 않아서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부산과 울산 지역은 하락세에서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울산의 경우 2020년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급이 이뤄지는 부산보다 회복이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8년 가을의 광명시처럼 단기간 거래가 폭증했던 지역은 어떻게 접근할까요.
“부동산은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어, 동일 가격대에서 다수의 거래가 이뤄지고 나면 그 가격대가 지지선이 됩니다. 즉,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폭증해서 가격이 상승한 경우 동일 시기,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이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시장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한편으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가려져 있기도 합니다. 부동산 관련 서적이 수백, 수천 권이 나오고, 각종 사이트에서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를 선별해서 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례로 KB부동산시세가 맞느냐, 감정원 시세가 맞느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서로 다른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니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모두 활용해야 합니다.
2018년 여름처럼 시세가 빠르게 급등할 때는 KB시세가 시장 흐름을 빠르게 반영하는 편입니다. KB시세에 맞춰 대출 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호가가 오를 때는 공인중개사들이 시세 상향을 즉시 요청하거든요. 이에 반해 하락기에는 감정원 시세가 현실을 빠르게 반영합니다. 감정원 시세는 실거래가의 반영 비율이 높습니다. 반면 공인중개사들은 하락기에 KB시세를 낮춰달라고 즉각 요청하지 않습니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돌면 거래가 잘 안 되니까요. 이러한 구조를 알아야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 등 복잡한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데, 어떻게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요.
“부동산도 결국 대한민국 수많은 산업 중의 하나입니다.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정보센터를 눈여겨봅니다. 시장 동향이나 경제부처 회의 자료 등을 통해 정부의 계획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관심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백서나 장기 집행 계획을 점검하고, 12월 예산에 관련된 공개 자료를 보면 2019년 사업 진행 여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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