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코딩 교육만 전문으로 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쓸모 있는 코딩 교육’을 지향하는 ‘코드스테이츠’의 설립 배경이기도 하다.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는 “미국에는 코딩 부트캠프(boot camp)가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코딩 교육의 정보조차 얻기 어려웠다”며 “결국 직접 미국에서 코딩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국내에서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20대의 나이에 대학 졸업도 포기하고 해외 온라인 강의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등을 통해 코딩 교육을 받았다. 국내에는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웠던 탓이다. 결국 해외에서 코딩 교육을 이수하고 지난 2015년, 만 25세의 나이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1년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성과를 이뤄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코드스테이츠’는 어떤 기업인가요.
“코드스테이츠는 20주 교육 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코딩 교육 업체입니다. 현재는 코딩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과거의 직무영역과 상관없이 본인에게 적합한 소프트웨어 커리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단지 학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자로서의 취업 준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스타트업들은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코딩 교육을 통해 기업들과의 채용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저희의 역할입니다.”
어떤 계기로 코딩을 접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저는 호텔관광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학생으로, 컴퓨터 프로그램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비전공자였죠. 하지만 우연히 ‘스타트업 전 분야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강석흔 엔젤스 대표의 트위터 글을 접하게 됐고, 단순히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력서를 넣게 됐습니다. 첫 직장은 카페나 식당의 쿠폰을 지인들과 함께 적립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회사였는데, 개발 능력이 없는 저는 마케팅 인턴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었죠. 이후 주변 사람들이 해당 앱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내가 직접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코딩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코딩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을 때 아닌가요.
“그렇죠. 그래서 온라인 자료는 물론 오프라인 모임에도 꾸준히 나가면서 다양한 방법을 찾아 공부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필요로 했던 실무교육을 찾기는 쉽지 않았죠. 기존의 대학 교육은 물론 기타 교육기관에서조차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 내 코딩 부트캠프가 전공을 불문하고 집중 교육을 통해 소프트웨어 분야로의 커리어 전환을 돕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죠. 이후 입학 인터뷰를 보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코딩 부트캠프에 들어갔습니다.
실제 코딩 부트캠프는 수동적인 강의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전체 커리큘럼이 체계적으로 설계돼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일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페어 프로그래밍, 팀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협력 학습을 강조하고 있었죠. 무엇보다 실제 현장과 거의 유사한 환경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트캠프 막바지에는 일본계 동료가 스타트업 엔지니어로서 공동 창업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결국 전 한국행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에도 현장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죠.”
창업 이후 5년 차를 맞았는데 그간의 성과가 궁금하네요.
“현재까지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에 등록한 누적 수강생은 700여 명가량입니다. 특히 2018년 11월 한 달 동안에만 90명이 신규 수강을 할 정도로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취업난의 영향이 크겠지만 코드스테이츠만의 채용 연계 프로그램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총 68개 회사가 저희와 채용 연계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설립 직후에는 주로 소규모 스타트업이 위주였지만 지금은 아이콘루프, 라이엇게임즈 등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회사들과도 소프트웨어 인력 채용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대 교양수업을 통해 직접 ‘전공 불문 소프트웨어로 취업하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고, 충남대에서는 90여 명 학생들에게 1박 2일 SW 부트캠프를 진행했습니다. 국내 대학들과의 협력 관계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안정화 단계까지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창업 당시에는 힘든 부분이 많았었죠. 제대로 된 사업은 처음이기도 했고 팀원 구성부터 교육 진행, 채용 연계를 위한 기업들과의 협업 등 순조로웠던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초창기 미숙한 운영 탓에 팀원 전체가 이탈하기도 했는데 당시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드스테이츠가 추구하는 가치와 학습 방식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죠. 믿을 만한 분들을 영입해 팀을 새로 꾸리는 한편, 매 기수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가자 기업들로부터 긍정적 피드백이 돌아왔고 코드스테이츠를 찾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난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한다면.
“영어를 잘 몰라도 할 수 있는 직업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프로그래밍 역시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앞으로는 분야를 막론하고 소프트웨어를 이해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이런 능력을 갖춘 개인들은 앞으로 수십 년 일하게 될 커리어의 방향에서 기회의 폭이 훨씬 넓어지겠죠. 물론 코딩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 6개월에서 1년가량의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향후 수십 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분명 자신에게 값진 투자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의 담론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흔히들 얘기하는 ‘직업 파괴’의 공포보다 오히려 지금 언급되고 있는 기술들, 즉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딩 교육도 마찬가지겠죠. 막연한 불안감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비용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무료 온라인 학습 사이트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생활코딩’이 있고, 미국에서는 ‘코드아카데미(Codecademy)’나 ‘유다시티(Udacity)’ 등에서도 무료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꼭 무료가 아니더라도 적은 비용으로도 질 좋은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유데미(Udemy)’를 활용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김인기 대표는…
(현) 코드스테이츠 대표
KBS ‘IT는 재미있다’ 콘서트 강연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사회 대비 교육개혁 방안’ 토론 패널
SK창조경제혁신센터 서울캠퍼스 창업팀 대상 프로그래밍 교육 총괄
국민대 소프트웨어 혁명 교양수업 특강
충남대 SW 부트캠프 총괄
미국 샌프란시스코 코딩 부트캠프 졸업(Hack Reactor)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