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이현주 기자] 동네 책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작은 서점의 힘은 강하다. 1인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 공간에서 어떠한 위로를 얻고 있을까.
사진 안도북스·이마녀 중국어수프 제공


2년 전 동네 서점을 연 A씨는 최근 운영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기업에서 안정된 연봉을 받고 생활하던 그는 여행과 글쓰기가 좋아 모든 것을 접고 서점을 열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서점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야멸찬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여행과 책방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꼼꼼한 서점 관리, 매일 여는 워크숍 등으로 수익 다각화로 모색했음에도 불구하고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도 버거웠다. 결국 2년 건물 임대계약이 완료되는 올해 2월 폐점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네 서점 붐이 일어났지만 문을 닫는 서점들도 속속 늘고 있다. A씨의 사례와 같이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2년을 기점으로 본다. 동네 서점이 ‘책만 파는 공간’에 한정된다면 작은 서점의 지속 가능성에 많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책도 파는 공간’으로 공간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작은 서점 두 곳을 방문해봤다. 수익성은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운영을 지속할까. 책을 매개로, 공간에서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작은 서점의 가능성을 주목해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작은 서점의 진짜 힘은 ‘관계’, 사람 대 사람의 관계가 주는 ‘위로’에서 나온다.

한적한 주택가의 따뜻한 불빛,
안도북스
작은 서점, 공간이 주는 ‘소통과 위로’
작은 서점, 공간이 주는 ‘소통과 위로’
지하철 망원역 1번 출구에서 길을 따라 걸으면, 연립주택들이 모여 있는 한적한 골목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주택가에 자리한 안도북스는 밖에서 보아도 커다란 창문에 따뜻한 느낌이 전해진다.

건축학을 공부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임화경 대표가 2016년 7월 오픈한 이곳은 독립출판물, 기성 출판물, 소소한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서교동의 작은 서점이다. 다음은 임화경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한적한 주택가에 작은 서점을 열게 됐나요.
“어려서부터 마포구에서 나고 자라 서교동의 골목들을 좋아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일을 하면서 돈도 벌었지만 사람에 대한 상처를 얻었죠. 마음의 생채기를 치유하기 위해 나만의 작은 공간을 갖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마침 지인이 자신이 쓰던 가게를 소개해줘서 지금의 공간을 만나게 됐어요. 처음엔 책장 하나에 책 몇 권을 갖다 놓고, 한쪽에선 제 사무 공간으로 활용을 했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문을 열고 들어와 어떤 곳인지를 묻기 시작했어요.”

나만의 공간을 고민할 때 그중에서도 왜 서점이었습니까.
“서점을 낸 건 저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기존의 인테리어 일을 점차 정리하기로 결정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을 때 책이 떠올랐어요.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전업 작가가 아니면서도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니 답은 서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서점으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일을 완전히 내려놓을 순 없었는데, 다행히 개인사업의 형태여서 점차 줄여 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서점은 운영이 잘되지 않았어요. 그나마 독립출판의 경우 선입고 후에 판매된 책에 대해서만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라서 서점주에게 부담이 적어요. 그런데 서교동, 망원동의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3040세대가 많아서 독립출판물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어요. 유명 작가들의 신간을 찾는 수요가 있었죠. 그래서 기성 출판물들도 들여놓게 됐습니다. 현실적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워크숍이었어요. 동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수업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형태로, 현재 동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 5월까지 지속되는 장기 프로그램이죠.”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지속하는 작은 서점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공간이 주는 위로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 동네가 좋았어요. 저를 위한 공간으로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놓고 지내다가, 조금씩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재미를 찾아가면서 지금의 안도북스가 됐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마음의 치유를 얻었어요. 동네 주민들에게는 쉬어 가는 공간입니다. 어떤 분은 매일 퇴근길에 10분씩 들러서 잠시 머물다 가세요. 작은 공간은 주인과 손님 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곳입니다. 작은 숨소리마저 서로에게 전달되죠. 그래서 49.5㎡ 남짓 작은 곳이지만, 공간을 분리해서 손님이 필요로 할 때만 인사를 해요. 작은 서점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일대일로 서로 조금씩 알아가고, 매일같이 인사하면서 나중엔 음식도 나눠 먹는 관계가 되는 거죠. 사람에게 치이고 그래서 숨고 싶었지만 결국 사람을 통해서 다시 위로를 받는 게 인생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작은 서점, 공간이 주는 ‘소통과 위로’
안도북스 추천 도서                                                [이렇게 많이 먹을 줄 몰랐습니다] 37세 여자와 47세 남자가 나이 들어감에 따른 감정과 변화를 이야기하는 그림 에세이. [뉴욕규림일기] 뉴욕에서 머무른 2주간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그렸다.
안도북스 추천 도서 [이렇게 많이 먹을 줄 몰랐습니다] 37세 여자와 47세 남자가 나이 들어감에 따른 감정과 변화를 이야기하는 그림 에세이. [뉴욕규림일기] 뉴욕에서 머무른 2주간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그렸다.


중국어 콘텐츠의 무한 변식
이마녀 중국어수프
작은 서점, 공간이 주는 ‘소통과 위로’
작은 서점, 공간이 주는 ‘소통과 위로’
중국을 주제로 하는 복합 문화 공간, 이마녀 중국어수프는 지하철 합정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작은 서점이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으로 공간을 확장해 다양한 기획들을 풀어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중국어 콘텐츠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중국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음은 이지나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마녀 중국어수프’라는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최근 작은 서점으로 오프라인 진출을 했습니다. 이마녀 중국어수프는 어떤 콘셉트의 서점입니까.
“이마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별명입니다. 중국과 중국어 전문 출판사인 지나북스를 운영하며 중국어 교재를 쓰고 만들고 있습니다. 이마녀 중국어수프는 한마디로 중국을 주제로 하는 복합 문화 서점입니다. 중국어 교재, 중국 원서, 중국을 주제로 하는 국내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이면서 중국 관련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문을 연 ‘중국차 마시고 중국을 음미하다’라는 프로그램은 중국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중국차를 마시면서 모임 리더로부터 중국과 차에 대해 배우는 4주 프로그램입니다. 이 밖에도 여행 중국어 원데이 클래스, 중국 관련 국내서 작가와의 북토크, 중국 영화 보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합정동 인근에는 이미 많은 동네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이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면요.
“중국과 중국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허브와 같은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크고 작은 중국 관련 공간이 있었지만 저희와 같이 책을 매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은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공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접근성입니다. 서점을 열기 전에도 SNS상의 회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는데 교통의 접근성에 따라 회원들의 참여도가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다른 곳과의 차별점을 어떻게 찾았습니까.
“‘이마녀 중국어수프’라는 이름은, 저희 출판사의 모토인 ‘세상에 없던 중국어 책’과 맥락이 비슷합니다. 중국어 하면 대부분 어렵고, 중국 하면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전혀 무관한 마녀를 이름에 넣고 마녀가 끓이는 마법 수프처럼 중국과 중국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것들로 서점을 꾸미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서점인 데도 빨간색이 없습니다. 서점의 콘셉트는 오렌지색입니다. 또 서점에서 중국 간식을 파는 것은 모두 즐거움과 기존 고정관념을 깨려는 고민에서 생긴 것들입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다가 책방을 내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4년간 SNS를 운영하면서 교재와 중국책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자신의 중국어 실력에 맞는 교재나 원서를 추천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그래서 아예 2017년부터 온라인으로 서점을 열어 중국어 서점의 가능성을 시험해보았습니다. 동시에 대만 독립서점 시장조사단을 꾸려 출판 관계자들과 탐방을 다녀왔고 6개월 뒤 실제로 서점을 열게 됐습니다.”

작은 서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여전히 작은 서점이 힘을 갖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큰 서점은 손님 하나 하나에 관심이 없지요. 온라인 서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서점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결정장애에 머릿속이 복잡한 현대인들에게 대형 서점은 수많은 책들이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 책들 중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골라야 하는 피곤함도 가지고 있어요. 반면 작은 서점은 물리적 공간 자체가 작다 보니 손님 하나 하나에 집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렇기 때문에 손님과 주인이 만나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어색한 소통의 기회가 생기죠. 그리고 어떻게든 이 어색함을 풀기 위해 공통분모인 책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어색함이 친근함으로 변하고 더 좋은 경우에는 친구로까지 발전하기도 합니다. 작은 서점의 위로는 무엇보다도 책을 매개로 책을 파는 사람과 책을 사는 사람이 만나는 것에 있지 않을까요. 낯선 사람이 나의 취향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체험은 아니니까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아가고 있는지.
“서점이 지속적인 비즈니스가 되기 위해서는 확장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는 서점의 3대 매출 구조인 출판 매출, 온라인 서점 매출, 오프라인 서점 매출 이 세 가지 매출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가 실질적인 고민입니다. 이를 위해서 온라인 서점은 지금 약 500종인 판매 도서를 올해엔 2배가량 늘리려 하고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을 위해서는 다양한 중국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려고 합니다. 핵심은 손님이 오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입니다.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매출의 다변화가 가능해야 손님이 오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다음 계획은 중국 현지 서점들 및 중국 유명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중국과 한국의 동시 출간기념회 같은 현지 중국 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시차와 온도차가 없는 공간이 되는 것이 저희 서점의 목표입니다.”
작은 서점, 공간이 주는 ‘소통과 위로’
이마녀 중국어수프 추천 도서                                       [하루 5분 중국어 쓰기노트 초급] 교재에 쓰면서 공부할 수 있다. 이지나 대표가 직접 쓴 중국어 단어 교재.[인생] 중국 소설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 중국 소인민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마녀 중국어수프 추천 도서 [하루 5분 중국어 쓰기노트 초급] 교재에 쓰면서 공부할 수 있다. 이지나 대표가 직접 쓴 중국어 단어 교재.[인생] 중국 소설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 중국 소인민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4호(2019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