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위로와 치유 ① 송경애 비티앤아이(BT&I)그룹 대표·회장

[한경 머니 = 송경애 비티앤아이(BT&I)그룹 대표·회장] 이 세상을 살면서 존재의 가치를 뜨겁게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사업적 성공도, 자녀의 성취보다도,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 때 벅찬 기쁨이 찾아온다. 아프리카에서의 나눔 여행은 내 생애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big story] “제2의 인생 ‘나눔’, 최고 투자이자 치유”
자꾸 꿈에 나오는 아프리카! 나에겐 아프리카드림이 있다.

#1 1인당 국민총생산(GNP) 300달러! 세계 230개국 중 227위.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아프리카 나라 중 최빈민국인 말라위에 왔다. 이곳에 1000명의 아이들이 이용할 축구장이 생겼다. 한국에 비하면 너무 열악하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뛰면서 몸도 마음도, 꿈도 희망도 컸으면 한다.

#2 한국의 1950년대 모습도 이러지 않았을 듯하다. 하루 한 끼를 먹으면서 아직도 들쥐를 먹고 산다. 물도 불도 없다. 흙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그냥 잔다.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한 집에서 산다. 5세 이하 영유아 사망률이 약 20%. 보통 말라리아와 폐렴으로 사망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친척이나 동네 사람들이 아이를 맡기면 다 맡아 키운다니 우리가 배울 점이다.

#3 한국으로부터 어렵게 준비해 간 선물을 300명 아이들에게 나눠주니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런데 먹을 것도 없어서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 아이들에게 치약·칫솔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먹는 물이 없으니 몸을 씻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을 길으러 아이들도 보통 한두 시간씩 걸어서 다녀온다.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는 이유를 또 한 번 실감했다.
[big story] “제2의 인생 ‘나눔’, 최고 투자이자 치유”
지난여름, 나는 결혼기념 여행으로 아프리카를 다녀왔다. ‘말라위 축구장 건립.’ 남편이 나를 위해 준비한, 내 생애 가장 값진 결혼 26주년 기념 선물이었다.

아프리카와의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아들이 스무 살 되던 해, 성년을 기념해 20명 아이들의 후원을 시작했다. 아프리카는 그 아이들이 있는 곳이다. 치과의사인 남편은 어느 날 치과진료 봉사 활동을 하면서 마을 축구장을 갖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었다고 한다. 축구공도 없고 신발도 없는데, 열매를 갖고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해 2시간을 차를 타고 가서 운동을 한다는 얘기였다.

드디어 마을에 축구장이 건립된 날. 인근 8개 마을에서 온 아이들이 유니폼을 입고 축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기쁨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이처럼 강렬하게 존재의 이유를 느끼는 순간이 또 있을까.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나 사업 성과 등에 비견할 수 있는 기쁨이 아니었다. 나눔은 바로 ‘나’를 위한 커다란 투자이자, 치유였다.

2주간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 대한 적응을 염려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2kg의 체중이 늘어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루 한 끼도 감사하며 먹는 아이들 앞에서 어찌 밥을 남길 수 있을까. 앞으로 나의 삶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남편도 아프리카에 다녀오면서 ‘제2의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한국에서의 진료 활동보다 봉사에서 더 큰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활동을 줄이고 아프리카 등지에서 아이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정했다.

‘제2의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면, 나눔과 봉사의 삶을 추천하고 싶다. 얼마 전 귀한 앨범 2개를 선물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보내주신 아너소사이어티 10주년 백서와 패밀리 아너(family honor) 책자. 소중한 나눔의 의미와 발자취가 그대로 담겨 있다. 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 회원으로 2010년 2월 22호로, 남편은 2013년 5월 290번째로 가입했는데 벌써 거의 2000명이 동참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름이 바로 ‘가족’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나눔’이리라.”

송경애 대표는…
[big story] “제2의 인생 ‘나눔’, 최고 투자이자 치유”
1987년 스물다섯의 나이로 자본금 250만 원으로 시작, 3000억 원대의 항공권을 판매하는 국내 대표 기업체 전문 여행그룹 비티앤아이(BT&I)를 이끌어 온 여성 성공 창업 신화의 30년 차 대표 경영인이다.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인 SM과 합병 후 SM C&C-BT&I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2016년 SM C&C-BT&I에서 MICE 사업을 분리·양수, 현재의 ㈜비티앤아이그룹을 설립해 기업여행, VIP 전문, VIP 여행 컨시어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2010년엔 여성 CEO 최초로 1억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고, 현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나눔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