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연말마다 스스로에게 열심히 일했다고 칭찬하며 셀프 선물을 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선물에도 기뻤는데 점점 더 비싼 선물을 사도 기쁨의 시간은 줄어만 갑니다. 저 왜 이런 것일까요.” 올 연말은 더 외롭게 느껴진다는 한 기업가의 고민이다.
음식을 먹으면 뇌 안의 보상 시스템에서 도파민이 흘러나와 기분을 좋게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음식이 더 당기는 것은 지친 마음을 보상하고픈 욕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쇼핑도 음식처럼 보상 시스템을 자극한다. 누구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인생, 적절히 먹고 쇼핑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과하게 음식으로 지친 삶을 보상하는 데 익숙해지면 비만이 돼 몸과 마음을 망치게 된다. 쇼핑도 과하면 중독이 되고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손해를 줄 수도 있다.
사례 하나를 더 소개한다. 직장인 40대 미혼 여성 K씨는 많은 모임을 하지만 항상 허전함과 외로움을 느꼈는데 K씨는 이 허전함을 쇼핑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옷이나 구두 등을 사며 스스로를 꾸미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처음에는 한 번 쇼핑하면 그 물건이 질리기 전까지 한 달 정도 행복했다. 그런데 점점 쇼핑 금액은 불어나고 만족을 느끼는 시간은 짧아지기 시작했다. 더 비싸고 화려한 상품을 구매해도 만족감은 1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나중엔 사고서 몇 분 만에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래서 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또 충동구매를 반복하는 행동을 하게 됐다.
K씨의 사례는 외로움이 쇼핑 중독으로 발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려 한다. 그런데 외로움을 사람이 아닌 쇼핑으로만 다루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가의 물건을 사는 심리에는 그것이 내 가치를 올려준다는 상승의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건이 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물건에 대한 관심과 소유욕도 사람의 미학적 욕구와 관련된 소중한 것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다양한 개별적인 미에 대한 정체성과 욕구가 늘어난다. 누구를 추종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멋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건강하게 즐기는 것과 중독은 다른 것이다.
중독됐다는 것은 내성과 금단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성은 같은 효과를 위해 점점 더 큰 자극이 필요하게 되는 상황이다. K씨의 사례처럼 더 비싼 상품을 구매해도 만족감을 느끼는 시간은 줄어든 것이다. 금단은 후회하는 마음으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지만 결국은 참지 못하고 그 행동을 반복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끊으려고 하나 끊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금단이다.
나를 위로해줄 나만의 필살기
외로움, 우울과 같은 심리 스트레스를 쇼핑과 같은 빠르고 강한 방법으로만 해소하려 하면 중독이 발생하기 쉽다. 쇼핑 중독에 빠졌던 K씨의 경우 사업상 큰 모임 말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적인 만남, 주위 사람들과의 소소한 공감, 그리고 자연과 호흡하는 활동,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조언을 했는데 현재는 쇼핑 중독 행동에서 벗어났다.
중독은 본능적 욕구와 관련돼 있다. 생존과 관련된 욕구인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은 음식 중독, 알코올 중독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성적 욕구가 잘 조절되지 않으면 섹스 중독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마음이 외롭고 울적할 때 또는 스트레스가 많을 때를 위해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나만의 필살기들을 잘 찾아내어 꾸준히 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영어로 ‘blues’, 마음이 가라앉고 울적해진 상태를 이야기한다. 마음이 블루스하다고 해서 우울증 같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꼭 아닌 것이다. 살다 보면 울적한 마음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울적한 마음도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기에 한순간도 우울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블루스한 감정도 어느 정도 즐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울적한 마음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다. 마음이 울적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팁, 나를 위로해줄 간단한 기분촉진제 4가지를 소개한다. 이것은 하버드 의대 건강 리포트에 실린 내용이다.
첫째, 기분촉진제는 운동이다. 운동은 세포까지 건강하게 만든다.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신경세포 기능을 개선시켜 감성을 긍정적으로 조정해준다. 운동을 하고 나면 느끼는 상쾌한 느낌이 그것이다. 빠르게 기분을 개선하기 원한다면 중등도 이상의 운동, 예를 들면 빠르게 걷기 30분, 에어로빅댄스, 테니스 시합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해주는 것이다. 좋은 기분을 유지시키는 것은 가볍게 걷기 등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운동으로 충분하다.
둘째, 명상이다. 명상은 긍정적인 감정을 촉진하고 두려움,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준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도 줄여주고 심장 박동이나 혈압도 낮추어준다. 요가 명상 수업을 다니는 것도 방법이고 관련 책이나 CD를 구매해 개인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바쁘다면 틈틈이 호흡에 집중해 3번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시는 것에도 우리 뇌는 반응을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하루 10분의 산책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셋째, 사회적 관계 갖기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로움을 만들고 외로움은 울적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분을 개선시킨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부정적인 자신의 생각에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넷째, 삶의 목적들을 만드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신을 맑게 유지시켜준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 하는 것, 의미 있는 봉사를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3호(2018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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