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개인 취향 시대 힙하게 핫하게

비주류 비즈니스라고 쓰고, 취향과 개성 중심 비즈니스라고 읽는다. 그리고 그 속엔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적 주류로 성장했음이 녹아 있다. 우리 사회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취향을 모두가 중요시 여기는 사회가 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것은 패러다임의 변화이자 소비 트렌드의 방향 전환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비주류, ‘개성 중심 비즈니스’로 성장
그동안 우리에게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이 있었다. 대중적으로 지지를 받고 대규모의 시장을 가진 것을 늘 주류로 여겼고, 그 반대를 비주류로 여겼다. 주류가 비주류가 되긴 어려웠다. 비주류도 주류가 되긴 어려웠다. 강고한 주류의 아성이 오랜 시간 굳건히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경우가 계속 생겨난다.

문화적으로는 힙합, EDM, 그리고 독립서점, 독립잡지, 독립출판물 등이 비주류에서 주류로 넘어온(혹은 본격적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것들이다. 사회적으로는 젠더리스이자 성평등, 을의 반격, 밀레니얼 세대 등이 최근 주류로 부각된 대표적인 것들이다. 사실 문화적·사회적 이슈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듯 보여도 이들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취향’, ‘개성’, ‘합리’ 등이다. 비주류의 역습의 원동력이 바로 이런 키워드가 되는 셈인데, 이것이 비주류들의 새로운 가치이자 비즈니스 기회의 배경이 된다.

독립잡지 구매하는 밀레니얼 세대?
잡지 시장에서 메이저 잡지가 주류이고, 독립잡지는 비주류다. 그런데 지금 독립잡지의 성장이 가파르다. 반면 메이저 잡지는 폐간, 휴간 되는 경우가 급증했다. 잡지의 위기 시대에도 불구하고 독립잡지는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묘한 아이러니다.

밀레니얼 세대인 2030세대가 독립잡지의 주요 구독자들이다. 스마트폰이 잡지를 몰아낸 게 아니다. 우린 늘 괜찮은 읽을거리를 원한다. 스마트폰을 100% 사용하는 이들에게 지지를 받는 잡지가 존재한다는 건 잡지 시장의 변화를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류로 성장하면서 그들이 지지하는 독립잡지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메이저 잡지는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사와 먼 정보를 주로 다룬다. 2017년 기준 인터파크 도서·잡지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가량 하락세를 보였는데, 독립잡지의 판매량은 오히려 4.4% 증가했다. 독립잡지는 평균 1만2000~1만5000원대가 많은데, 기존에 메이저 잡지가 평균 7000~8000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훨씬 더 비싼 가격대다.

광고 중심일 땐 구독자 숫자가 중요했고 양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데, 독립잡지는 양보단 질, 즉 불특정다수가 아니라 취향과 관심사가 맞는 이들에게 집중한다. 과거처럼 엄청난 매출을 올릴 대규모 잡지를 만들어내진 못하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잡지를 만드는 건 가능하다. 독립잡지는 전 세계적 트렌드이고, 그 배경에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단지 잡지 얘기가 전부는 아니다. 비즈니스의 방향 전환을 얘기하는 것이다.

왜 독립서점은 취향의 안테나인가
독립서점이 돈을 많이 버는 곳이어서 중요해졌다는 게 아니다. 독립서점은 취향 중심 비즈니스에서 아주 중요한 거점이자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는 공간이어서 그렇다. 독립서점 이용자 중 20대 여성이 과반수를 넘고, 2030세대들이 대부분이다.

독립서점은 독립출판물과 독립잡지 등 기존에 메이저 출판물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난 곳이다. 즉 이런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취향’과 ‘개성’을 더 주목하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독립서점에서 적극 소비하는 사람이 호텔에서 노는 호캉스도 더 가고, 무조건 유명한 프랜차이즈 호텔보다 부티크 호텔에 대한 관심도 크고, 루프톱 카페나 루프톱 바처럼 요즘 뜨는 루프톱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고, 피크닉이나 사운즈한남 같은 핫 플레이스에도 더 먼저 가보고, 성수동, 익선동, 을지로, 연남동, 망원동처럼 새롭게 뜨는 동네나 거리에도 먼저 가서 놀았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독립서점을 적극 이용하는 사람들이 힙스터이거나 트렌드세터에 속하는 이들도 상대적으로 많고, 이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먼저 잘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최전선이 바로 독립서점인 셈이다.

독립서점은 유통업과 패션업, 호텔업, 외식업 등에도 영향을 준다. 업종은 달라보여도 라이프 셰어이자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에선 같으니까. 비주류 비즈니스의 거점이자 취향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 독립서점이고, 이곳에서 팔리는 독립출판물과 독립잡지들이다. 결국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독립서점 수는 계속 증가세라는 건 주목할 일이다.

취향의 시대는 죽은 것도 살려낸다
아날로그 음반을 부활시킨 건 밀레니얼 세대다. 이건 복고가 아니다. 우린 뭐든 옛날 것이 부활하면 레트로라고 얘기하기 쉬운데, 레트로는 과거의 것을 누리던 이들이 다시 소비해서 과거의 정서로 돌아감을 얘기한다. 지금은 20대들이 LP를 구매하고 있다.

이들은 어릴 적에 LP를 본 경험이 없다. 그 시절이 LP가 잠시 소멸했던 시기다. 결국 LP의 부활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아날로그에 대한 새로운 욕망이자 취향의 심화를 의미하는 것이지, 아날로그를 누리던 기성세대에 의한 복고 열풍이 아닌 것이다. LP는 전체 음반 매출의 3분의 1을 넘기 시작했고,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이 LP 열풍의 진원지다.

한국에서도 열풍이 이어졌는데, LP를 부활시킨 일등공신이 밀레니얼 세대이고, 이들은 심지어 카세트테이프까지 되살려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카세트테이프를 유통하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도 중고 거래가 활발해졌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신규 앨범을 카세트테이프로 발표하기도 한다.

도쿄 나카메구로에 있는 카세트테이프 전문 숍인 왈츠(Walts)는 명품 브랜드 구찌가 7번째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구찌는 구찌에 영감을 준 전 세계의 멋진 공간을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하는데, 왈츠가 선택된 것은 그만큼 힙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카세트테이프를 힙하게 되살려낸 건 비주류의 역습의 대표적 사례기도 하다. 옛것과 새것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카세트테이프나 LP는 4050세대에겐 옛것이지만 20대에겐 새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겐 처음 접하는 새로운 문화인 셈이다.

비주류의 역습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려면
비주류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존중 받을 수 있어야만 주류에 긴장감과 견제를 만들어내는 비주류가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일시적인 해프닝에 그치는 건 결코 비주류의 역습이라 할 수 없다.

우리가 ‘비주류, 언더’란 표현을 쓰면서 지금의 취향 중심 문화 트렌드이자 소비 트렌드를 얘기하는 것도 우리의 관점에서 기성의 주류를 기준점으로 두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기성세대의 관점, 기존 메이저 비즈니스의 관점을 버리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비주류, 언더라는 외형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취향과 개성이란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이것이 취향이 중심이 되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핵심이자 기본이다. 굳이 주류가 되지 않으려는 비주류. 하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비주류가 자연스럽게 주류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취향과 개성이 중요해졌고, 이를 적극 지지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세력이자 사회적 영향력에서 점차 주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중심에 밀레니얼 세대가 있고, 그들의 뒤를 이을 Z세대도 있다.

어떤 트렌드도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배경이 있고, 원인도 있다. 이를 모르고선 그 트렌드의 방향과 속도를 알지 못한다. 결국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 모든 변화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중요한 건 이들이 문화적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Mnet 프로그램인 <고등래퍼>는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고, 힙합은 2030 문화가 아니라 4050까지도 좋아한다. 비주류였던 힙합이 주류가 된 것엔 이들의 역할이 크다. 이들이 쓰는 신조어는 순식간에 기성세대도 배워야 할 말이 돼 버렸고,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감마저 가지고 있다. 결국 취향과 개성이 중시되는 비즈니스 기반이 더 확대되고, 지속 가능해지려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이해부터 선행돼야 한다. 반대로 이들에게 지지 받지 못한다면 비즈니스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비주류 비즈니스라고 쓰고, 취향과 개성 중심 비즈니스라고 읽는다. 그리고 그 속엔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적 주류로 성장했음이 녹아 있다. 단지 마이너하고 언더의 영역이 갑자기 힘이 생겨 주류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취향을 모두가 중요시 여기는 사회가 되면서 생긴 일이다. 젠더리스도 패션과 뷰티 비즈니스의 새로운 주류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옛날 생각만 하다간 기회는 사라진다. 이건 패러다임의 변화이자 소비 트렌드의 방향 전환이다.
비주류, ‘개성 중심 비즈니스’로 성장
김용섭 소장은…
트렌드 인사이트 & 비즈니스 크리에티비티(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며, KBS1 라디오 트렌드 분야 고정패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저서로는 <실력보다 안목이다>, <라이프 트렌드 2018: 아주 멋진 가짜 Classy Fake>, <라이프 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 <라이프 트렌드 2016: 그들의 은밀한 취향> 등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2013~2018년)가 대표작이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