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는 기본, 유학·결혼까지
국내 은행들이 자산관리(WM) 기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률 및 세무 서비스는 물론 자녀의 유학과 결혼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로 자산가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경 머니 = 공인호 기자]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을 비롯해 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들이 WM 시장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대출자산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등으로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로는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저금리·고령화라는 사회구조적 변화는 WM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배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PB 고객 세분화…서비스는 차별화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의 기준을 최소 3000만 원에서 최대 50억 원까지 자산군별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금융자산 1억 원 이상 고객부터 30억 원 이상 고객까지 VIP를 구분해 4가지 형태의 특화 점포를 운영 중이다. 1억~3억 원이면 일반 점포의 VIP라운지 고객으로 등록할 수 있고, 3억~5억 원은 골드앤와이즈라운지,
5억~30억 원은 PB센터, 30억 원 이상은 스타PB센터에서 관리한다.
신한은행은 은행과 증권 복합점포인 PWM센터를 통해 PB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신한 PWM센터 역시 자산 규모에 따라 1억~3억 원인 고객을 위한 ‘프리미어라운지’, 3억~50억 원 고객을 관리하는 ‘PWM센터’, 5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겨냥한 ‘PWM프리빌리지’로 세분화했다. 우리은행도 PB 서비스의 하한선을 수신액 1억 원으로 책정했다. 다만 VIP 등급은 2가지로만 구분해 수신액 1억 원 이상은 ‘투체어스(TC)’, 10억 원 이상은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TCE)’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VIP 기준을 3000만 원으로 크게 낮췄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잠재 고객들을 미리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VIP를 확대한 만큼 PB 인력을 늘리고, PB 등급도 3가지로 구분해 운영 중이다. 최소 금융자산 3000만 원 이상이면 ‘VIP 어드바이저’를 통해 PB 서비스를 제공한다. 1억 원 이상이면 ‘VIP PB’, 5억 원 이상이면 ‘골드 PB’가 담당한
다. ◆ 자산관리부터 고객 맞춤 서비스까지
대표적인 은행 PB 서비스로는 자산관리, 은퇴 설계, 상속 및 세무 상담 등이 꼽힌다. 여기에 증권 시장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보도 주기적으로 제공하며, 자녀와 손주의 유학이나 어학연수, 결혼 상담까지도 가능하다.
SC제일은행은 PB 고객 자녀들을 대상으로 해외 현지 경제교육 및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초중고교 PB 고객 자녀 67명을 대상으로 ‘2018 글로벌 리더스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SC제일은행의 모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교육 사업으로,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 700여 명의 PB 고객 자녀들이 참여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리더스 프로그램은 SC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높은 수준의 자산관리 역량뿐 아니라 자녀들에게 폭넓은 국제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미혼 자녀들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커플매니저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6년부터 신한PWM센터 거래 고객 자녀들의 일대일 만남을 주선해주는 특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매달 10여 명의 접수가 꾸준히 이뤄지는 등 자산관리 못지않게 자녀 결혼에 관심이 많은 PB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골드클럽 회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연간 1회, 총 22회의 자녀 만남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행사를 통해 결혼까지 이어진 사례는 40여 건에 달하며 은행 측은 결혼 축하 선물로 최고급 수입 웨딩카도 제공한다. 특히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은 HPBM(Hana Private Bank Members)이라는 모임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친목 도모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자녀 만남 서비스는 강남 일대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미혼 자녀를 둔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단순 문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신규 거래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 고객 창출의 기여도가 높은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이외에도 PB 고객 2·3세대 손자녀를 대상으로 ‘현악기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현악(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전공자가 보유하고 있거나 구매 예정인 악기의 음질 및 상태를 체크해주는 컨설팅 서비스다. 음대교수, 메이저 시립교향악단 악장 및 수석급 연주자, 악기 전문 딜러, 악기 복원 및 제작 전문가 등 분야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이 직접 리포트를 작성한다.
[본 기사는 한경머니 제 160호(2018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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