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봇은 경기 종료 후 기사 작성을 시작해 웹사이트에 게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초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온·오프라인에서 매일같이 피를 말리는 속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인간계의 기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기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제가 불쑥 로봇기자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기자라는 직업의 ‘철밥통’을 지켜보겠다는 얄팍한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불러올 엄청난 변화의 물결에서 ‘기자들이 어떤 뉴스 레시피를 준비해야 독자들의 환영을 받을까’라는 원초적인 고민을 끄집어낸 겁니다.
물리학자 출신의 컴퓨터 과학자 에드워드 프레드킨은 AI를 우주 창조, 생명 출현과 함께 138억 년 우주 역사에서 손꼽히는 3대 사건으로 꼽았습니다. 과거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상상으로 그려진 ‘AI 로봇’은 인간에게 원격 조정되는 기계일 뿐이지만 현실에서는 곳곳에서 이미 인간의 능력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IBM이 만든 AI 변호사 ‘로스’는 2016년 5월 뉴욕의 대형 법률 회사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에 채용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수십 곳의 법률 회사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초당 1억 장의 속도로 판례를 검토한다고 하네요.
또 켄쇼테크놀로지가 만든 금융업계 종사 AI ‘켄쇼’는 자연어 처리와 러닝머신을 활용해 자료 검색, 시장 동향 분석, 투자 조언을 제공하고, 투자자의 질문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만들어내는데 2013년 초기 버전만으로도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에 걸쳐 해야 할 분석을 5분 만에 뚝딱 처리한다고 하니 정말 가공할 능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로봇기자의 능력이 새삼스럽지 않은 것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매거진 미디어에 몸담고 있는 기자들은 어떤 새로운 뉴스 레시피를 준비해야 할까요. AI는 팩트 확인과 기사 처리 속도에 있어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말이죠. 분명한 것은 패스트푸드식의 속도전은 이미 승부가 끝났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독자들의 밥상을 가득 채워줄 건강식의 레시피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솔직히 저도 그에 대한 정확한 레시피를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급하게 내놓는 인스턴트 음식 대신 독자들의 정보 편식을 막아줄 수 있도록 정갈한 만찬을 한 상 가득 차려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지난 2월 7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진행된 글로벌 지속가능포럼(GEEF)에서 “인간은 기계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지 기계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던 것처럼 말이죠.
한경 머니는 3월호 메인 메뉴로 자극적이지 않게 오랜 시간 사골로 우려낸 저염식 곰탕 ‘AI 시대, 직업 전쟁’을 내놨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철 식재료와 색다른 느낌의 천연 양념으로 버무린 건강 반찬 ‘2018 알짜배기 실속 보험’, ‘취향 공동체가 뜬다’, ‘따뜻한 교감…펫 편한 집 & 가구’, ‘힘 빼면 비로소 보이는 행복’ 등으로 살뜰히 한 상 차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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