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
여전히 학계 일각에서는 생산성의 비약적 증대를 가져왔던 1~3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의 경우 생산성 증대와는 무관한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와 IoT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기술이 기존 산업의 생태계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잉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례 없는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AI로 인한 경제 변화는 이전 산업혁명보다 속도는 10배, 그 충격은 300배에서 최대 3000배에 달할 수 있다며, 향후 10년간 차례로 산업을 변화시키면서 전 세계적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매킨지는 교통(무인자동차), 군사(로봇군인), 의료(원격진료), 광고(빅데이터), 금융 서비스(로보어드바이저), 제조(로봇공장), 법 집행(범죄자 식별) 등에서 획기적 변화를 예상했다. 또한 액션추어 하이퍼포먼스 연구소가 ‘인공지능이 왜 성장의 미래인가(Why artificial intelligence is the future growth)’라는 주제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의 평균 생산성은 40%가량 높이며 2035년까지 대부분 국가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2배가량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향후 20년간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3.5% 이상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각국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인식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서 출발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산업적 측면에서의 성장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AI의 급속한 진화는 인간의 손길을 필요로 했던 기존 일자리를 줄줄이 사양길로 내몰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경우 7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일자리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극심한 인구 고령화가 동반되고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문제를 비단 우리 자녀 세대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처지다. ◆ AI의 일자리 위협, 어디까지?
#1 지난 1월 말 AI 로봇인 ‘소피아’의 한국 방문이 화제를 모았다. 소피아는 홍콩에 본사를 둔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60여 가지 감정을 얼굴로 표현할 수 있으며, 단 2주간의 학습 과정을 통해 막힘없는 대화를 이어가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2 앞서 지난 2016년에는 구글의 AI ‘알파고’가 인간 바둑계의 정상인 이세돌을 꺾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그나마 이세돌이 5판 중 1승을 따냈지만 ‘프로그램 오류’ 때문이라는 구글 측의 설명은 인간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냈다. 이후 알파고는 68승 1패라는 유일무이한 전적을 남기고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과 기존 산업혁명의 가장 큰 차이는 인간의 육체노동뿐 아니라 정신노동의 상당 부분까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페퍼(Pepper)’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필요한 행동을 판단하는 알고리즘이 탑재돼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주요 기업들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미 AI와 인간의 업무 영역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가 과학기술인의 인식 조사를 진행했는데 설문조사 대상 2350명 가운데 89%가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답한 조사 결과도 있다. 문제는 AI의 급격한 진화가 가져올 부정적 여파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삶의 질 향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그 이면에는 ‘직업 상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다.
지난 2016년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15개국에서 향후 5년간 약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71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202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추측이다. 특히 WEF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는 많은 직업들이 여전히 특정 젠더(남성)에 의존적이며, 특히 관리보조 역할이 자동화로 대체될 경우 16만4000여 개의 여성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는 내용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또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3년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 업무의 3분의 1 이상이 AI로 대체될 것이며, 2030년에는 현재 일자리의 90%가 자동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장기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구글이 선정한 1위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2030년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향후 20년 안에 전 세계 노동인력의 30~50%를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 세계 2만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는 전망서 트렌즈(Trends)에 따르면 AI는 향후 10년간 글로벌 경제와 다양한 산업 분야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며, 특히 단기인 2020년에는 수많은 응용 분야 가운데 ‘예측’을 기반으로 한 분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됐다. 샘 랜스보담(Sam Ransbotham) 보스턴대 교수는 “모기지(주택대출) 업무의 경우 일반적으로 30일 이상 걸리지만 AI는 불과 수 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며 “법적 문제 역시 모든 판례와 증거, 양 당사자가 제출한 모든 문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년이 걸리던 문제도 수일 내로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 오피마스도 핀테크(FinTech) 등의 진화로 2025년까지 전 세계 은행원 23만 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런 관측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 및 모바일뱅킹 확산으로 지난 1년간 미국 내 1700개 은행 지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약 5개의 지점이 사라진 셈이다. 의료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IBM의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4000만 개의 문서를 읽는데 15초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50만 명의 환자들의 의료 기록에서 패턴을 검색할 수 있다. 또 숙련된 의사들조차 50% 진단 정확도를 보이는 폐암의 경우 왓슨의 정확도는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트렌즈는 “금융 및 의료 서비스는 AI가 점차 위험을 평가하는 업무를 맡아 감에 따라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전문 분야”라며 “해당 업종 종사자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위해 봉사하고 스스로 회사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직업의 종말?…“막연한 공포는 금물”
물론 비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 자동화와 AI 활용이 기존 일자리의 감소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이전 산업혁명 사례로 비춰볼 때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비드 오토(David H. Autor)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 전망’이라는 연구 논문을 통해 “1900년대 미국 근로자 가운데 41%가 농장에서 일했는데 농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면서 2%만 고용이 유지됐고, 공장 자동화와 컴퓨터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앴다”며 “하지만 2016년 말 기준 1억5900만 미국인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동화에 따른 특정 분야의 생산성 향상은 필연적으로 다른 분야의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지난 1970년대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처음 도입되면서 대다수 은행원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오히려 이후 은행원 수는 크게 늘었다. 자동화에 따른 운영비용이 절감되면서 더 많은 직원들이 채용됐고 은행원들의 주된 업무가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형 금융’으로 확장된 데 따른 것이다. 업무 자동화가 기존 노동자들을 더욱 유능하게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실증적 사례다.
새로운 직업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MIT가 발간하는 기술 전문 저널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 새롭게 부상하는 다섯 가지 직업으로 ‘게임 스트리머(인터넷방송 진행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직종, AI트레이너(machine trainer),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짜는 AI기술자, 노약자돌보미(care giver) 등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및 헬스케어 관련 직종의 경우 이전부터 유망 직종으로 꼽혀 왔지만 AI트레이너 및 AI기술자, 게임 스트리머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의 태동기와 함께 등장한 신(新)직업군으로 분류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지금의 유소년, 청소년들의 경우 장래 희망 직업을 유튜브(Youtube)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직종에서 찾는 사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일자리 상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무지(無智)’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1%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고, 전국 300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서도 CEO의 97%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나 대응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종규 4차산업혁명연구원 공동대표는 “일반적으로 부정적 예측은 상당히 구체적이며 통계적 숫자까지 제공되는 데다 현재의 심각한 취업난까지 겹쳐 공포감이 배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AI를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창의력은 물론 모니터링 능력처럼 비교적 단순한 기능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간섭이 두루 필요해질 것”이라며 “그 결과 새로 생기는 직업 역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고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 토머스 프레이도 “미래의 일자리 중 60%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의 탄생을 예측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직업’을 기준으로 일자리의 감소를 예상한 비관론의 경우 과도한 ‘추정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업(job)이 아닌 직무(task)를 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판매원의 경우 직업을 기준으로 하면 자동화 대체 위험도가 92%에 달하지만 직무를 기준으로 한다면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가 96%라는 설명이다. ◆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그렇다면 AI 시대는 인간의 어떠한 역량을 필요로 할까. 전문가들은 직무 다변화와 융합형 직업의 증가, 그리고 새로운 직업의 생성이라는 큰 흐름 속에 기계와 구별되는 창의적이고 복합적인 해결 능력, 정서적 감성 능력 등이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 영역은 창의력 교육이 31.3%로 가장 많았고, 컴퓨터공학(26.1%), 공학(18.2%), 인문학(11%) 순이었다. 정부 정책의 우선 과제로는 초중고 교육 혁신이 23.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실업 대책 및 복지정책(21.6%), 신기술 개발 지원(19.7%) 순으로 집계됐다.
대학 교육 역시 학문 간 장벽이 높아 미래 융합형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분야의 학사 전공을 선발해 빅데이터와 AI를 교육하는 전문 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원 미래일자리연구소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교육과 평가에 있어서 테일러리즘에 입각한 평균주의를 타파하는 인식의 대전환”이라며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다양성을 계발할 수 있는 자율적 교육 시스템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직업 수용을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5월 일자리위원회와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AI 시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청년실업률이 9.9%, 체감실업률은 22.7%로 청년층 4~5명 중 한 명이 실업 상태인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데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1~1996년)가 2021년까지 노동시장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자리 창출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첫 일자리를 찾는 25~29세 인구는 올해부터 4~5년간 급증하다 2022년에는 정점을 찍고 2030년 이후에야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 문재인 대통령이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의 마지노선을 ‘향후 3~4년’으로 정한 것도 이런 절박감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역량 강화 및 신직업 등에 대한 정부 대응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고용정보원 등 정부 차원의 신직업 연구가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제도 개혁 및 미래 유망 직종의 인력을 양성할 만한 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뒤늦게 정부는 핀테크, 재생에너지, 자율주행차, 초연결 지능화 분야에서의 성장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오는 3월 혁신 성장 점검 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민관 합동이 ‘혁신 성장 지원단’을 꾸려 추진 체계를 정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IoT, 5세대(5G) 상용화, 빅데이터 등을 비롯해 직업훈련 강화,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가 혁신 성장 과제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도 3D프린팅, 친환경·스마트 선박,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고신뢰성 기계부품, 고부가 금속소재 등 5개 신산업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 AI 시대의 ‘인생 이모작’
과거 산업혁명 때처럼 AI 시대에도 ‘적자생존’의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기존과 다른 점은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전례 없이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기대수명이 90세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60세 정년제가 시행되면서 평균 정년연령이 61.1세로 늘어나긴 했지만 과다한 자녀 교육 등으로 노후자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집 한 채가 전 재산’일 정도로 부의 편중도 심각하다. 반면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건강하며 전문성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은퇴 이후 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미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빠르면 50대에 찾아오는 은퇴 시점을 ‘인생 이모작’의 시작점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시장 전망서 트렌즈는 인구 고령화를 단순히 사회적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되며,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부정적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트렌즈 측은 “오늘날의 중장년층은 이전 세대보다 건강하고 자동화로 인해 이들의 생산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녹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임금 등에 대한 노사 간 다양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연령과 연계된 기존 채용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은퇴 이후의 인생 이모작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무형자산 구축 과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긱 경제(gig economy)’가 새로운 고용 문화로 대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만의 전문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긱 경제는 재능을 보유한 사람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연결돼 서로 대가를 주고받는 거래 방식으로 고용 유연성의 극대화를 표방한다. 트렌즈는 “더 길어지는 직업 생활에 대한 도전 과제는 50~60년의 커리어 기간 동안 무형자산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며 “이미 30년의 커리어가 끝난 시점에서는 초기에 구축된 스킬과 지식은 실질적으로 침식 상태가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평균수명이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는 점도 직업 선택 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지난 196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60년이었지만 2020년에는 5분의 1 수준인 12년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4차 산업혁명에서의 게임의 룰(rule)이 ‘디지털 약탈자’와 ‘디지털 희생양’으로 나눠지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해 기대보다 ‘두려움’의 시각을 크게 나타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은 WEF가 평가한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에서 세계 25위에 그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기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의 경우 전통적인 대기업 위주의 수직적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경식 미래전략정책연구원장은 “중국의 경우 한 해 대학 졸업자 70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창업에 뛰어들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취직이나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고 있다”며 “벤처 문화가 발달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성공을 위해서는 평균 2.8회 창업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한번 실패하는 재기하기 어렵다는 점도 창업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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