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걸 보면 다사다난했던 2017년도 꼬깃꼬깃 접혀 가는 느낌입니다. 촛불 혁명에 이어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그 뒤를 잇는 제19대 대통령 선거까지 역사에 기록된 2017년은 정말 드라마틱했죠.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 해 앞둔 10년 전 2007년, 국민 절반 이상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한다는 20년 전 IMF 외환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말이죠. 그렇다면 당신의 2017년 한 해는 어땠나요?
이렇게 상상을 해봅니다. 러닝타임 365일의 <2017년>이라는 장편 시리즈에 당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말이죠. 당신의 <2017년>은 더할 나위가 없었나요? 아니면 <2018년>이라는 커튼콜을 받기에는 다소 부족했나요.
당신의 기록들은 올 한 해도 켜켜이 쌓였을 겁니다. 당신의 무대가 됐을 사무실과 집, 여행지와 술집 등에서 말이죠. 건축가이자 건축평론가인 에드윈 헤스코트는 그의 저서 <집을 철학하다>에서 창문은 ‘삶을 담고 있는 액자’, 서재는 ‘일과 여가 사이를 오가는 작은 일탈’, 지하실과 다락은 ‘예리한 반성을 이끌어내는 성찰의 공간’으로 표현했지요. 어찌 보면 당신이 머물렀던 공간들도 그러한 삶이 녹아 있는 ‘사진 컷’들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간들을 좀 더 떠올려봅니다. 공간 자체로 이미 추억이 된 그런 곳들 말이죠. 겨울철에 연탄을 가득 쌓아 놓으면 부자가 된 듯 가슴이 벅찼던 지하 연탄창고, 솜사탕처럼 소복하게 눈이 쌓인 옥상 장독대, 크리스마스 전후로 어김없이 캐럴이 흘러나오던 동네 레코드 가게 등은 이미 과거가 돼 버린 낡은 사진 속 모습입니다. 하지만 과거는 현재를 이어주는 ‘접속사’이고, 현재는 미래로 연결된 ‘동사’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머물렀던 공간의 의미만 제대로 소환한다면 과거는 물론 미래의 삶도 희미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한경 머니가 12월호 빅 스토리를 ‘공간 혁명, 삶을 바꾼다’로 정한 이유도 ‘공간’의 변화가 불러온 ‘삶의 진화’를 진중하게 살펴보겠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쓰레기장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낡은 서점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모습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죠.
또 머니는 당신의 시간적 무대가 됐던 2017년이란 시계의 태엽을 되감아봅니다. ‘2017 오너리스크 평가’에서는 올 한 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업 오너리스크에 대한 리뷰와 함께 심층 평가를 담았고, ‘올해 뜨겁게 달군 상속·증여 사건은’에서는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상속·증여 사건들을 차분히 정리해보았습니다.
이제 곧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게 될 2017년이라는 무대.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이 그동안 보여준 열정에 대해 우렁찬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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